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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남들 말문 터주다 보니 내 길도 열렸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스피치 컨설턴트 허정은 "스피치 열정이 사람에 대한 열정으로"

입력 2022-07-04 07:00 | 신문게재 2022-07-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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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은 스피치 컨설턴트. (사진=이철준PD)

최근 면접은 물론 일상 곳곳에서 스피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스피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피치 교육자로서 사람들 앞에 서고 있는 허정은씨를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허정은씨는 2005년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 일을 시작해 2007년 종교방송 아나운서를 거쳐 2011년부터 현재까지 스피치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그는 자신만의 스피치 철학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현재 아나운서·기자 준비생을 비롯한 각종 분야의 취업 준비생들, 공무원, 기업 등을 대상으로 스피치 교육을 하고 있다. 가끔은 직접 방송과 행사에도 나선다”고 말했다.

그가 아나운서가 아닌 ‘스피치 교육자’로서 사람들 앞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미래 때문이었다.

허씨는 “2011년 종교방송에서 일하던 중 불현듯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정규직 아나운서였고 방송하는 것이 너무 행복했지만, 나이가 들면 좋아하는 방송을 많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선배 아나운서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방송 이외의 것들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피치만큼은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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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면접을 앞두고 스피치 교육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흔적들.

그가 정규직 아나운서의 삶을 포기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허씨는 “부모님이 정말 많이 반대하셨다. ‘정규직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를 어렵게 얻었는데, 그만하겠다고 하니 부모님 입장에선 그러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스피치 컨설턴트라는 말도 생기면서 조금 더 전문적인 분야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어른들 시선에선 그저 학원 선생님이었다. 당시엔 아나운서 준비생 외엔 스피치 교육 수요도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허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피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유였다. 그는 “SNS를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개인이 가진 콘텐츠를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는지가 중요해질 거라고 판단했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여전히 가족들이 반응이 부정적이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가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허씨는 “부모님과 오빠는 이제 나의 일을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시부모님들께 정말 감사하다.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편의를 많이 봐주신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나를 넘어서 내 사람들까지 아껴주는 것 같아 정서적으로 많이 지지해준다는 걸 느낀다”며 고마워했다.

 

 

허씨는 경험이 전무한 교육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철저한 노력형 인간’으로 거듭났다. 그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게 일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학생들 상담하고, 교육자료 만들고, 수업도 했다. 심지어 퇴근 후까지도 학생들과 전화로 상담하는 이런 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스피치 분야에 조금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관련 전공으로 대학원도 진학했다”고 그간의 노력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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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아나운서 합격자 박아름 씨에게 받은 꽃다발.

모두의 시작이 그렇듯, 허씨 역시 스피치 교육자로 나서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강사 일을 하다 보니,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나의 조언이 통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컸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무섭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강사 생활 초반엔 학생들을 몰아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은데, 그때 잘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허씨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는 “결국 방법을 바꿨다. 굳이 채찍을 휘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나도 처음이야. 너네도 처음 배우지. 우리 같이 도와서 하자’ 이런 마인드로 학생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이 방법밖에 없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민 끝에 채찍 대신 당근을 택했다.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처음 택한 방법은 ‘기다리기’였다. 허씨는 “당시에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스터디를 하면, 저는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었던 거다. 스터디가 끝나면 저녁에 같이 집에 가면서 야식도 먹고 그러면서 속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 친해졌던 아이들이 지금은 육아 동지가 되고 인생의 가장 소중한 후배들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스피치에 재능을 보였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허씨는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말은 잘하는 아이였다. 친구들에게 전날 방영된 TV드라마 줄거리를 말해주기도 했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공적인 스피치와 평소에 하는 말은 전혀 달랐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잘 한다고 강연이나 수업을 잘할 순 없었다”며 철저한 노력형 인간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자 위치에 있으니 지식,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콘텐츠를 쌓는 데 집중했다. 결국 깨달은 점은 내가 보고, 듣고, 읽은 모든 것이 다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설령 책 한 권을 오롯이 정독하지 않아도, 그냥 어쩌다가 한 번 서점에서 본 한 줄이라도 그게 기억이 나면 말을 잘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 영화, 드라마, 예능 다 상관없다. 어떤 콘텐츠든 결국 접하면, 간접 경험을 통해 시야도 넓어지고 사고의 깊이도 깊어진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스피치에 큰 밑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모두 부단히 노력하며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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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은 스피치 컨설턴트는 남들보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PD)

허씨는 말을 잘하기 위해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나운서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였다. 당시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경청이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열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뜻인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은 직감적으로 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으면 결국 말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스피치 교육자 허정은씨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믿음’이다. 그는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나운서 직군뿐만 아니라 공무원, 일반 기업 면접 등 각종 이유로 만나는 학생들은 대개 ‘말을 잘하지 못하는데, 면접 붙을 가능성이 있을까’ 걱정한다. 말하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장점을 부각하면서 믿음을 심어준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장점을 누군가 알아봐 주면 꿈을 이루는 원동력을 얻더라. 스피치를 가르치며 10년 넘게 보고 있는 모습이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신으로 인해 삶의 태도가 바뀌는 학생들을 볼 때면, 허씨는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예전에 어떤 학생이 나와의 수업 후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나날을 겪고 있던 그 학생에게 ‘너의 존재보다 소중한 꿈은 없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말에서 학생은 뭔가 할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고 하더라. 생기를 되찾은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누군가가 진심으로 믿음을 주면 사람은 결국 일어난다는 걸 느꼈다. 꿈꾸던 직업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향이든 옳은 방향으로 멋지게 일어서는 사람이 된다는 걸 너무 많이 봤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허씨는 “스피치 능력은 개인 PR시대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스피치 능력 향상은 ‘말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믿음을 줄 수 있는 스피치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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