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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공연으로, 음악으로, 영화로, 전시로도 잊지 말아야할 5.18민주화운동 ② '나는 광주에 없었다'

제3자 아닌 그 현장 속으로! 고선웅 연출의 ‘나는 광주에 없었다’, 9월 공연 목표로 또 다른 광주 이야기 '광주' 준비 중

입력 2020-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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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에 없었다’(사진제공=극공작소 마방진)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또 잃어버리고 말았다.”

13일부터 무료 개방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특별전(10월 31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광주시 직장인 박연철씨의 5월 28일 일기 중에서 발췌한 한줄의 문장은 처연하기만 하다.

끊임없이 왜곡, 폄훼되는가 하면 은폐 시도되는 등 한국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 자랑스러운 자산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됐고 12일에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직시해야할 역사이자 현재진행형인 운동은 40년만에야 진실규명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쇼크 속에서도 문화계는 “40주년을 무기력하게 보낼 수는 없다”고 떨쳐 일어섰다.  

 

나는 광주에 없었다_포스터
‘나는 광주에 없었다’(사진제공=극공작소 마방진)

보수와 진보, 여야 등 정치적 이해관계나 진영을 떠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 전세계 민주·인권·평화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해야할 5.18민주화운동을, 절대 잊혀서도 잊어서도 안되는 그날의 기억들과 진실들을 끄집어내고 그 희생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들을 마련했다.


◇제3자 아닌 그 현장 속으로! 고선웅 연출의 ‘나는 광주에 없었다’

“여전히 5.18 광주를 가지고 석연찮은 말들이 많죠. 여전히 ‘빨갱이’라는 잘못된 시각이 상존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감정적 시선보다는 객관적으로, 드라마 보다는 날짜 순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12일 첫선을 보인 ‘나는 광주에 없었다’(5월 12~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1)의 고선웅 연출은 브릿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누가 주인공이라고 할 것 없이 연극 장치 안에서 상황을 계속 보여주고 관객들을 노래로, 춤으로 시위현장에 참여하게 하는 이머시브 극”이라고 덧붙였다. 


“저를 포함한 지금 사람들은 5.18민주화운동으로 함께 싸웠고 희생됐고 유족이 된 이들에게 ‘용서해라’ ‘잊어라’ 할 자격이 없어요. 이해당사자가 아니니까요. 당시 시민들이 광주에서 서울 전복을 꿈꾸며 내란을 일으켰다는 게 가능한 상황인지, 특수훈련을 받은 정규군에게 대적하고 저항할 수 있었을지를 감정에 호소하거나 드라마틱하게 꾸리기보다는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들은 미약했던 그냥 민초들이었거든요.”

이에 무대와 객석에는 단차도 없다. 시시때때로 함께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고 춤추며 당시의 광주로 한발 내딛을 뿐이다. 공연 전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배우들과 찾기도 했던 고선웅 연출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라며 “잘 해야겠다는 다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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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에 없었다’(사진제공=극공작소 마방진)

“당시의 어느 누구 하나 숭고하지 않은 분은 없다. 누구만을 부각시키기 어려워 특정 역할이나 인물이 대변할 수 없었다”는 고선웅 연출은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녀 등장을 가장 가슴 찡한 장면으로 꼽았다.

“시간에 따라 어린 소녀가 오빠를 찾아와요. 1988년, 1995년, 2012년, 2020년까지 나이를 먹어가죠. 그리고 마지막에 ‘오빠 정말 미안한데 이제 기억이 잘 안나. 자꾸 그렇게 돼. 오빤 나 기억해?’라는 장면이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파요.” 

 

고선웅 연출은 9월쯤 광주와 서울에서 공연될 또 다른 5.18민주화운동 소재의 ‘광주’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미국 중앙정보부 CIA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30년만에 존재 사실이 드러난 ‘편의대’ 를 다룬 작품이다. 시민으로 위장한 군인들을 일컫는 ‘편의대’를 바탕으로 극화한 팩션극이다. 

 

고선웅 연출
고선웅 연출(사진=브릿지경제DB)


“지금까지 ‘푸르른 날에’ ‘들소의 달’ 등에서 제가 다뤘던 얘기들과는 다르다. 가해자 쪽에 있었던 군인이 목도한 광주 이야기”라고 귀띔한 고선웅 연출은 “왜 지금 광주인지” “왜 잊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물, 공기, 바람, 햇빛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당연해서 우리는 그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고 있다”며 “세계 어디에도 민주주의라는 걸 얻어서 자유롭고 편하게 열려 사는,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 하지만 40년 전만 해도 폭력적 상황, 압제적 구조가 있었고 빠른 경제 성장, 안보의 위중함을 빌미로 평범한 사람들을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그에 맞서 투쟁하고 희생하신 분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을 누리고 있어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처럼 민주적이고 행복하고 윤택했지만 누군가의 아픔, 희생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죠. 우리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지금을 있게 해주신, 여전히 아픔을 가진 분들이 덜 아파하시면 좋겠어요. 그들에 대한 잘못되거나 정확하지 않은 말들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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