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형 연출(사진=브릿지경제DB, 샘컴퍼니 제공) |
“리처드 3세가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저지르는 악행을 보고 있노라면 이 극이 악인(惡人)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광기 어린 속도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1일 개막을 앞둔 연극 ‘리차드3세’(1월 11일~2월 1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대해 서재형 연출은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리차드3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2018년 황정민이 10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면서 초연된 작품이다.
‘리차드3세’를 비롯해 ‘오이디푸스’ ‘외솔’ ‘왕세자실종사건’ ‘나빌레라’ 등으로 호흡을 맞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콤비작이다. 선천적으로 뒤틀린 신체를 가진 리처드 글로체스터(황정민)는 뛰어난 언변, 권모술수, 리더십, 유머감각, 교묘한 심리전 등으로 형 에드워드4세(윤서현), 조카 등을 제거하며 왕좌를 차지한다.
연극 ‘리차드3세’ 2018년 공연에서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 |
연극 ‘엘렉트라’ 이후 4년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검은 태양’ ‘악마판사’ 등의 장영남이 리처드와 대립각을 세우는 엘리자베스 왕비로, ‘결혼작사 이혼작곡’ ‘마우스’ 등의 윤서현이 시민전쟁 후 황제가 되는 요크가의 장남 에드워드 4세로 분한다.
지난 시즌 ‘리차드3세’와 ‘오이디푸스’를 함께 했던 소리꾼 정은혜는 저주를 퍼붓는 랭거스터 왕가의 마가렛 왕비로 다시 돌아오며 ‘블랙메리포핀스’ ‘아가사’ ‘메리 제인’ 등의 임강희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 리처드의 유혹에 넘어가 파국으로 치닫는 앤으로 힘을 보탠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왕관을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또 멈출 수 없이 내달리게 내모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추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우리도 자신만의 왕관을 꿈꾸는 건 아닌지, 그래서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전장으로 데려가줄 것들을 잃어버리고도 말입니다.”
서재형 연출이 ‘리차드3세’의 매력 중 하나로 꼽은 배우 황정민(사진=브릿지경제DB, CJ엔터테인먼트) |
이렇게 전한 서재형 연출은 연극 ‘리차드3세’ 속 리처드라는 인물의 매력에 대해 “작품의 서두에서 밝히듯 리처드3세는 배우”라며 “그는 한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충직한 아우에서, 연인, 권력자, 다정한 삼촌, 배우, 군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면을 자유자재로 적재적소에 맞게 바꿔 쓰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달리는 천상 광대의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 흥미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죠. 게다가 이 인물을 ‘황정민’이라는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배우가 무대에서 구현합니다. 그는 악인 리처드 3세의 멈춤 없는 질주에 다른 차원의 타당성과 깊이감을 부여하죠. 스팩트럼이 넓은 광대 황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