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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뮤지컬 제작자에서 오페라 연출자로! ‘왕자, 호동’ 한승원 연출 “저마다의 자명고를 찾아서”

입력 2022-03-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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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호동 한승원 연출
오페라 ‘왕자, 호동’ 한승원 연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드라마와 핵심 주제가 잘 보이도록 간결하고 모던한 무대로 꾸렸지만 전통적인 문양들이 들어가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해요. 미래 역시 공존하고 있죠.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 시대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무대와 의상들로 성악가들이 드라마 속 배역을 연기하기보다 캐릭터 자체로 존재할 수 있도록 꾸렸죠.”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리’ ‘세종, 1446’ ‘더 픽션’ 등의 뮤지컬 제작사 HJ컬쳐 대표이사지만 국립오페라단 ‘왕자, 호동’(3월 11, 12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는 창작자로 변신한 한승원 연출은 모던하고 간결한 무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페라 왕자 호동
페라 ‘왕자, 호동’(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오페라의 틀, 모던한 무대, 소리꾼 합류 등으로 다양한 재미


‘왕자, 호동’은 ‘삼국사기’에 수록된 고구려 호동왕자(이승묵·김동원, 이하 공연일 순)와 낙랑공주(박현주·김순영)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유치진의 5막짜리 희곡 ‘자명고’를 오페라로 변주한 작품이다.

1962년 초연된 국립오페라단 창단작으로 6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더불어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로 첫 연출에 도전했던 한승원 대표의 두 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적국 고구려의 호동왕자를 사랑해 적의 침입을 알리는 ‘신물’ 자명고를 찢어버리고 죽음을 택한 낙랑공주의 이야기로 ‘비목’ ‘기다리는 마음’ 등의 작곡가 장일남이 30대 신인시절 꾸린 아리아로 무장했다.

60년만에 무대에 다시 오르는 ‘왕자, 호동’은 모던한 무대와 더불어 내레이터로 극을 이끄는 소리꾼이 새로 합류하며 변화를 맞는다. 한 연출의 설명처럼 “5막짜리 연극대본을 3막 오페라로 압축하다 보니 생겨난 불친절한 서사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우리 소리는 관객 참여와 끌어들임이 있어요. 국내 관객 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도 신기해하며 집중해서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양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한국 가곡, 우리 소리 등으로 꾸린 한국 고유의 오페라를 통해 관객들께 드라마에 대한 친절한 설명, 아주 재밌는 오페라 경험, 기존 오페라에서는 체험하지 못했던 재미 등을 드리고 싶었어요. 전체적인 오페라의 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라는 소재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어렵다는 생각, 진부함 등을 타파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자명고’가 있다

오페라 왕자 호동
오페라 ‘왕자, 호동’(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2000년 전 이야기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참혹함, 죽음으로 귀결되는 권력전쟁이죠. ‘왕자, 호동’도 고구려가 낙랑국에 쳐들어가기 위해 자명고를 찢으려다 생겨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잖아요.”

이어 한 연출은 “낙랑국을 지켰던 자명고와 그걸 찢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낙랑국을 얻기 위한 선택과 수단, 인과관계를 보면서 지금을 사는 관객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저마다의 자명고를 발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 자명고가 무엇이든 찢거나 누군가를 설득해 포기시키는 갈림길에 서죠. 사실 화합하면 가장 좋죠. 조화, 평화를 우선시하거나 누구 하나 포기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잖아요. 그렇게 스스로를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더불어 ‘왕자, 호동’에는 사랑, 질투, 미움, 배신, 화해 등 보편적 정서와 메시지가 있어요. 2000년 전 이야기지만 ‘왕자, 호동’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죠.”


오페라 왕자 호동
오페라 ‘왕자, 호동’(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K오페라의 마중물이 되기를!

“(뮤지컬 제작자로서) 처음 오페라 ‘브람스’ 연출을 할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왕자, 호동’으로 ‘브람스’ 스태프들과 두 번째 함께 하면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껴요.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존중하면서 너무 행복하게 작업 중이죠. 누구 하나만의 결정이 아니라 모두의 결정, 지지로 꾸려가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빼앗기 위해 시작되는) ‘왕자, 호동’과는 정반대죠.”

한승원 연출의 전언처럼 ‘왕자, 호동’은 여자경 지휘자를 비롯해 ‘브람스’에서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한승원 연출은 “저는 드라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음악적으로는 여자경 지휘자님께 많이 의지하고 묻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필요하다면 음도 만들어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세요. (여자경 지휘자의) 섬세한 오케스트라 표현을 보면서 오페라에서 지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죠. 더불어 장일남 선생님의 음악들이 정말 대단해요. 우리 오페라의 저력을 느끼고 있죠.”

이어 한 연출은 “국립오페라단 60주년 기념작 선정을 위해 여러 작품들의 영상을 보면서 한국 오페라의 가능성을 감지했다”며 “‘왕자, 호동’이 과거를 반추하는 동시에 해외에 널리 알려질 K오페라가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도 아주 오래 전 메트 오페라(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보고 매료된 적이 있어요. 이번에는 ‘왕자, 호동’을 하면서 우리 오페라의 매력을 느끼고 있죠. 관객분들도 세계시장에 나갈 만한 기량과 가능성, 가치를 갖춘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왕자, 호동’도, ‘브람스’도 창작뮤지컬로 이어질 만한 소재여서 다양하게 고민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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