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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소설원작 그대로 혹은 다르게! 뮤지컬 ‘아몬드’ 서휘원 작가 “독이 될지, 꿀이 될지 몰라도 사랑!”

[B코멘트] 뮤지컬 '아몬드' 서휘원 작가

입력 2022-04-12 18:00 | 신문게재 2022-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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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뮤지컬 아몬드_보도용_1 (오진영, 홍승안, 유보영)
뮤지컬 ‘아몬드’ 중 엄마(오진영)와 할머니(유보영)에게 감정을 배우는 윤재(홍승안) 장면.(사진제공=라이브)

“감정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아몬드’에서처럼 가족들의 사랑이나 친구들과의 우정, 살면서 만들어지는 관계나 겪게 되는 사건 등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자랄 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넘치는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재의 할머니와 엄마처럼요.”

누적판매량 90만부, 전세게 20여개국에 번역돼 출간된 손원평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아몬드’(5월 1일까지 코엑스아티움)의 서휘원 작가는 “감정은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경험 혹은 교육에 의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뮤지컬 아몬드
뮤지컬 ‘아몬드’(사진제공=라이브)

‘아몬드’는 감정을 관장하는 뇌 속 편도체, 일명 ‘아몬드’가 유독 작아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선윤재의 성장기다. 

 

뮤지컬 ‘아몬드’는 영화화, 드라마화 등을 일체 거절한 원작자 손원평 작가가 유일하게 제작을 허락한 이종장르다.

 

이를 위해 뮤지컬 ‘팬레터’ ‘마리 퀴리’ ‘비더슈단트’ ‘리지’ ‘이토록 보통의’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히스토리 보이즈’ 등의 김태형 연출, ‘뱀파이어 아더’의 손휘원 작가,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광주’ ‘메리 셸리’ ‘영웅본색’ 등의 이성준 작곡가·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했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지 못해 ‘괴물’이라는 불리는 윤재(홍승안·문태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에게는 ‘희로애락애오욕’ 7가지 감정을 가르치며 사랑으로 감싸고 헌신하는 엄마(김선경·오진영)와 외할머니(유보영) 그리고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심재영 박사(김태한·정상윤)가 있다. 

 

16세 생일,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묻지마 살인으로 순식간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우면서 윤재는 혼자가 돼버렸다. 빈자리로 남겨진 윤재의 곁에는 분노로 가득차 모든 감정을 과장되게 쏟아내는 윤이수라는 이름의 친구 곤이(이해준·조환지), 달리기에 진심인 첫 사랑 소녀 이도라(임찬민·송영미)가 특별한 존재로 자리잡는다.

 

“감정 없는 나와 그때 가만 있던 사람들과 다른 게 뭔가요?”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뮤지컬 ‘아몬드’의 메시지는 할머니와 엄마의 부재원인이 된 길 위의 묻지마 살인에 대한 윤재의 물음에 압축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의 문제, 그럼에도 주변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과정, 윤재와는 달리 감정을 느끼면서도 윤재와 다르지 않았던 순간의 사람들 등을 통해 감정이 무엇인지, 감정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남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뮤지컬 아몬드
뮤지컬 ‘아몬드’ 중 혼자 남겨진 윤재 역의 문태유(사진제공=라이브)

 

원작의 장면과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중요한 점과 주의해야할 점에 대해 서휘원 작가는 “무대화할 원작이 기존 대중들에게 왜 사랑 받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현재의 대중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까지”라며 “주의해야 할 점은 원작이 아무리 좋더라도 무대화했을 때 매력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원작에 충실하기로 하면서 인물들의 역할을 합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어요. 그러다 보니 앞부분에만 함께하는 할머니와 엄마, 2부터 나오는 곤이와 심 박사, 3부에서야 등장하는 도라 등 인물들의 활용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량상 원작을 다 담을 수 없는 것도 고민스러웠죠.”

 

2022 뮤지컬 아몬드_보도용_5 (이해준, 홍승안)
뮤지컬 ‘아몬드’ 중 곤이 역의 이해준(완쪽)과 윤재 홍승안(사진제공=라이브)

 

그 고민 끝에 캐릭터들은 다소의 변화를 맞았다. 윤재의 시각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변인일 수밖에 없던 인물들은 각각 도드라지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생겨났고 저마다 독립적인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서 작가는 “할머니는 원작 그대로 구현한 데 반해 엄마는 뮤지컬로 오면서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윤재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기 보다 윤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 부각하려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은 심 박사의 경우도 그랬어요. 윤재를 평범하게 되도록 도와준다기 보다는 윤재가 윤재 자체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할머니와 비슷한 역할로 설정했습니다. 곤이는 사실 분량상 납치돼 중국인 부부 밑에서 살다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과정이 설명되지 않아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인물이죠. 전사가 생략됐지만 곤이가 느끼는 감정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첫 등장 넘버인 ‘내가 정한 이름’으로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자신이 지은 ‘곤이’로 살아간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2022 뮤지컬 아몬드_보도용_15 (송영미, 문태유)
뮤지컬 ‘아몬드’ 중 도라 역의 송영미(완쪽)와 윤재 문태유(사진제공=라이브)

 

도라에 대해서는 “첫사랑의 대상으로만 남지 않도록 ‘달리기’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려고 했다”며 “마지막에서도 책에서처럼 곤이를 ‘쓰레기’ ‘꺼지라고’ 같은 말로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윤재의 친구’ 곤이로 대할 수 있도록 했다. 2막에서 윤재와 곤이, 도라가 책방에서 만나는 장면도 그래서 새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년 성장소설인 원작을 무대로 옮기면서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다소 유치해보일 지점들도 있다. 이를 서휘원 작가는 “그 지점은 한계이기도 하면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곤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선배) 철사(김태인)나 (윤재를 괴롭히는 학교 무리들 중 하나인) 찐빵(김효성) 같은 캐릭터는 유치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없애고 축소하기보다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했어요. 더불어 ‘독이 될지 꿀이 될지 모르는 항해를 멈추지 않겠다’는 윤재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좀 더 중요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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