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몬드’ 중 엄마(오진영)와 할머니(유보영)에게 감정을 배우는 윤재(홍승안) 장면.(사진제공=라이브) |
뮤지컬 ‘아몬드’(사진제공=라이브) |
‘아몬드’는 감정을 관장하는 뇌 속 편도체, 일명 ‘아몬드’가 유독 작아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선윤재의 성장기다.
뮤지컬 ‘아몬드’는 영화화, 드라마화 등을 일체 거절한 원작자 손원평 작가가 유일하게 제작을 허락한 이종장르다.
이를 위해 뮤지컬 ‘팬레터’ ‘마리 퀴리’ ‘비더슈단트’ ‘리지’ ‘이토록 보통의’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히스토리 보이즈’ 등의 김태형 연출, ‘뱀파이어 아더’의 손휘원 작가,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광주’ ‘메리 셸리’ ‘영웅본색’ 등의 이성준 작곡가·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했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지 못해 ‘괴물’이라는 불리는 윤재(홍승안·문태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에게는 ‘희로애락애오욕’ 7가지 감정을 가르치며 사랑으로 감싸고 헌신하는 엄마(김선경·오진영)와 외할머니(유보영) 그리고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심재영 박사(김태한·정상윤)가 있다.
16세 생일,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묻지마 살인으로 순식간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우면서 윤재는 혼자가 돼버렸다. 빈자리로 남겨진 윤재의 곁에는 분노로 가득차 모든 감정을 과장되게 쏟아내는 윤이수라는 이름의 친구 곤이(이해준·조환지), 달리기에 진심인 첫 사랑 소녀 이도라(임찬민·송영미)가 특별한 존재로 자리잡는다.
“감정 없는 나와 그때 가만 있던 사람들과 다른 게 뭔가요?”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뮤지컬 ‘아몬드’의 메시지는 할머니와 엄마의 부재원인이 된 길 위의 묻지마 살인에 대한 윤재의 물음에 압축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의 문제, 그럼에도 주변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과정, 윤재와는 달리 감정을 느끼면서도 윤재와 다르지 않았던 순간의 사람들 등을 통해 감정이 무엇인지, 감정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남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뮤지컬 ‘아몬드’ 중 혼자 남겨진 윤재 역의 문태유(사진제공=라이브) |
원작의 장면과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중요한 점과 주의해야할 점에 대해 서휘원 작가는 “무대화할 원작이 기존 대중들에게 왜 사랑 받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현재의 대중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까지”라며 “주의해야 할 점은 원작이 아무리 좋더라도 무대화했을 때 매력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원작에 충실하기로 하면서 인물들의 역할을 합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어요. 그러다 보니 앞부분에만 함께하는 할머니와 엄마, 2부터 나오는 곤이와 심 박사, 3부에서야 등장하는 도라 등 인물들의 활용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량상 원작을 다 담을 수 없는 것도 고민스러웠죠.”
뮤지컬 ‘아몬드’ 중 곤이 역의 이해준(완쪽)과 윤재 홍승안(사진제공=라이브) |
뮤지컬 ‘아몬드’ 중 도라 역의 송영미(완쪽)와 윤재 문태유(사진제공=라이브) |
도라에 대해서는 “첫사랑의 대상으로만 남지 않도록 ‘달리기’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려고 했다”며 “마지막에서도 책에서처럼 곤이를 ‘쓰레기’ ‘꺼지라고’ 같은 말로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윤재의 친구’ 곤이로 대할 수 있도록 했다. 2막에서 윤재와 곤이, 도라가 책방에서 만나는 장면도 그래서 새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