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이성열 연출(사진제공=국립극장) |
“원작이 가진 기본 틀은 가지고 가되 안토니오, 베사니오 등 젊은 상인들을 부각시켜 샤일록과 대등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새로워지는 부분입니다.”
국립극장이 12일 광화문 서울프레스센터에서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2022년 8월 31~2023년 6월 30일, 이하 2022-2023 시즌)에서 발표한 작품들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2023년 6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대해 이성열 연출은 이렇게 전했다.
“흔히 ‘베니스의 상인’이라고 하면 샤일록을 떠올리죠. 원작 자체가 안토니오, 베사니오 등 상인들 보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 집중해 쓰여진 듯 하고 많은 공연들 역시 그랬죠. 원작 제목에 ‘들’을 붙여 베니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젊고 패기 있는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더 잘 표현하고자 합니다.”
‘2022-2023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중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사진제공=국립극장) |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바탕으로 ‘서교동에서 죽다’ ‘화전가’ ‘갈릴레이의 생애’ ‘오슬로’ ‘말뫼의 눈물’ 등의 이성열 연출, ‘함익’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 ‘연변엄마’ 등의 김은성 작가,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리어’ 등의 한승석 작창이 의기투합해 변주한다.
“원작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인종문제로 현대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인물이에요. 유태인을 나쁘게 그리고 있어서 샤일록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큰 문제죠. 어떤 나라에서는 아랍인으로 그리기도 해서 또 다른 인종주의를 야기시킵니다. 저희 극에서는 유태인이 아닌 그냥 고리대금업자이자 악덕기업주로 등장합니다.”
이어 이 연출은 “(김은성) 작가가 샤일록을 노회한 기성 기업주로 변주해 젊은 기업인들과 대립하는 구도로 꾸리겠다고 얘기했다”며 “연출로서는 샤일록의 음험함 보다는 젊은 기업가들의 패기에 중점을 둬 희극성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알파치노의 영화 ‘베니스의 상인’은 유태인 샤일록을 주인공으로 무겁게 그리고 있어요. 샤일록이 억울하다는 동정적 시선,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최근 경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태인의 억울한 시각으로 풀어내면 희극이 되기 어렵죠.”
그리곤 “샤일록과 다른 상인들이 벌이는 각축전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기득권자와 새로운 자의 갈등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전한 이성열 연출은 “우리 소리가 가진 양식은 다양하다. ‘심청가’ ‘적벽가’ 등이 가진 비장미와 비극성 못지 않게 ‘춘향전’ ‘흥부전’ 등은 해학적이고 쾌활하며 골계적(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도전과 꿈을 그리는 국립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들’은 우리 소리가 가진 양식 가운데 밝고 발랄한, 골계적인 면을 살려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극처럼 대사로 유지되는 게 아닌,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