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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DNA:Study/(Visual:Ear)’ 맥아서 비니언 "질서정연함 속 나를 찾아서"

[B코멘트] 추상작가 맥아서 비니언의 ‘DNA:Study'

입력 2022-09-05 18:00 | 신문게재 2022-09-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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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서 비니언
맥아서 비니언(사진=허미선 기자)

 

“(작품 속 격자 형식의 무늬는) 그리드(Grid)라기 보다는 셰이프(Shape)예요. 이게 지금 저한테는 일종의 형태죠. 또 다른 형태, 또 다른 형태, 또 다른 형태가 다 함께 존재하는 거예요. 이러한 그리드와 같은 형태는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추상작가 맥아서 비니언(McArthur Binion)은 그의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그리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개인전 ‘DNA:Study/(Visual:Ear)’(10월 22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을 위해 내한한 맥아서 비니언은 ‘DNA:Study’ ‘(Visual:Ear)’ 등의 연작에서 자신의 ‘의식 이면’(Underconscious)으로 대변되는 여권, 출생증명서, 주소록 등 개인 사진 및 문서 위에 격자무늬를 한 그리드 구조를 중첩시키는 방식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맥아서 비니언
맥아서 비니언 개인전 전경(사진제공=리만머핀)

 

어느 형태의 최소 단위처럼 보이는가 하면 하나의 형태를 규정짓기도 하는 그리드는 질서정연하고 냉철해 보이지만 실은 나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주체성의 형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그의 작품 세계와 닮았다.

줄을 맞춘 그리드의 덩어리들이 다른 색으로 칠해져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지만 사실은 그 그리들이 조금씩 어긋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작업의 묘미이자 덩어리져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저마다의 주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네모 반듯한 듯 보이는 그리드 구조의 형태에 얼룩처럼 전혀 다른 색의 작은 형태가 존재하는 것은 그의 설명처럼 “수작업의 묘미”이자 “사실은 실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실수조차도 뭔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부연이 따른다.  

 

맥아서 비니언
맥아서 비니언(사진=허미선 기자)

 

거의 색이 없이 단순했던 그의 작품들이 브라운 등 무채색을 거쳐 다채로운 색을 표현하게 되는 과정은 ‘DNA:Study’ 시리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관심사인 시각적·청각적 표현 방식의 결합과도 맞닿아 있다. 

 

그의 작품 중에는 그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음악가 헨리 스리드길(Henry Threadgill)에게 특별 의뢰한 커미션 곡인 ‘Brown Black X’의 악보가 포함돼 있다. 그 스스로가 미술사적 선례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고 언급한 재즈를 포함한 음악은 그의 작업에 영감이 되곤 한다.

음악은 정해진 주법과 테크닉이 존재한다. 하지만 음악가들은 그 안에서 저마다의 변주들로 자기화를 꾀하곤 한다. 이 또한 질서정연하지만 주체적인, 청각적인 요소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연작 ‘(Visual:Ear)’와 궤를 같이 한다.  

 

맥아서 비니언
맥아서 비니언(사진=허미선 기자)

 

‘그리드’는 경계를 짓기도 하지만 그 경계의 모양을 언제든 바꿀 수도 있는 요소다. 그 변화는 결국 ‘사람’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정해진 틀 안에서도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주체성의 발현, 눈 돌리면 달리 보이는 것들에 대한 존중, 가리려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가치들의 재발견 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지금의 모더니즘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잘 생각해보세요. 사실 모더니즘 같은 경우는 처음엔 백인 작가 위주로 시작됐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그 시각도 달리하고 접근법에 있어서도 일종의 교정기를 지나고 있죠. 그 과정 속에서 저평가됐던 흑인 아티스트들의 위상이 달라지는 현상을 생각해 보세요. 그 위상이 밑바닥에 있던 흑인 아티스트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처럼 이 세상의 자본,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교정 혹은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잖아요. 그 현상을 좀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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