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B그라운드] 연극 ‘오셀로’, 지하벙커의 불안함과 안전감 그 사이를 파고드는!

입력 2023-05-19 18:3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오셀로
연극 ‘오셀로’ 이아고 역의 손상규(왼쪽부터), 에밀리아 이자람, 오셀로 유태웅·박호산, 데스데모나 이설, 박정희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

 

“흔히들 ‘오셀로’를 이아고의 연극, 이아고가 주인공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왜 셰익스피어는 제목을 ‘이아고’가 아닌 ‘오셀로’라고 했을까,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 질문과 ‘오셀로’가 갖고 있는 이질성, 어떤 특성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사랑과 감정의 변화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감정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오셀로’(6월 4일까지 CJ토월극장)의 박정희 연출은 ‘오셀로’ 선택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셀로’는 문학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베니스공화국의 무어인 장군 오셀로(박호산·유태웅)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이설)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다. 

 

연극 오셀로 박정희
연극 ‘오셀로’ 박정희 연출(사진제공=예술의전당)
당시에는 추한 이방인으로 폄훼 당하던 무어인으로서 베니스의 전쟁영웅이 오셀러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질투’ ‘불신’ 등의 감정을 불어넣는 이아고(손상규) 등이 끌어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모범택시 2’ 등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던 박호산이 2021년 ‘얼음’ 후 오랜만에 오르는 무대이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수상자인 ‘어느날’ ‘DP’ 등 이설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번 ‘오셀로’의 무대는 눅눅하고 축축한 지하 벙커를 콘셉트로 한다. 지하 벙커가 가진 불안함과 안전함, 그 장소에서 연상되는 용병 영웅으로서의 무어인 오셀로와 모두에게 사랑받는 데스데모나, 그 사이를 파고드는 이아고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다.

이에 대해 박정희 연출은 “지하벙커 콘셉트”라며 “여신동 무대 감독과 불안에 대해 얘기를 했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사랑도, 이아고의 활약도 모든 인물들이 불안에 잠식돼 있는 느낌이었고 제 첫인상이었다”고 전했다.

“그 불안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인식되는 지하 벙커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물은 죽음의 방처럼 생각하시면 돼요. 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어두운 그림자’라는 조명 콘셉트와 맞춘 하나의 상징성을 띠는 공간이죠.”


◇히딩크를 모티프로 한 박호산, 용병 영웅 유태웅, MZ세대 데스데모나 이설

연극 오셀로 유태웅 박호산
연극 ‘오셀로’ 오셀로 역의 유태웅·박호산(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인종, 얼굴 색의 의미보다는 차별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무어인으로서) 열등감, 자기 비판에 빠진 오셀로가 남의 나라에 와서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열심히 해서 능력을 잘 발휘한, 팽팽하고 날이 서 있는 훌륭한 장군이어야 한다고 해석했어요. 그래야 이아고에 속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오셀로가 크게 다가올 거라 생각했죠.”

이렇게 전한 오셀로 역의 박호산은 “오셀로가 되게 바보 같았다. 질투로 오셀로가 그렇게 되는 데는 지기비판이나 열등감 보다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랑이 크기 때문에 큰 실수를 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말을 보탰다. 

 

연극 오셀로
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는 무어였구나.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무어인이라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사실 인물적으로는 히딩크 감독이 제일 많이 생각났어요. 한국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됐지만 배타성을 능력으로 뚫고 나오면서 이름을 얻었잖아요. 오셀로 역시 베니스에서 무어인으로만 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드라마트루그까지 겸임한 박철호 번역가를 통해 들었던 유럽사를 바탕으로 “오셀로 또한 몰락한 왕국의 왕족”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오셀로 유태웅도 “유럽사회에서의 무어인에 대한 인식을 통해 오셀로를 좀더 이해하게 됐다. 관객들게 더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극 오셀로
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

“흑인이라고 해서 꼭 검게 분장을 해야할까 의심을 가졌고 연극적 약속으로 배우 본래 모습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오셀로가 답답했던 건 데스데모나한테 그냥 물어보면 해결될 걸 그러지 못했다는 거예요. 영웅이지만 용병으로서 가진 고독감, 외로움, 자존심 등이 혼합돼 물어볼 수 없었다는 걸 잘 표현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오셀로’로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르고 있는 이설은 “사실 어려울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라서 이 어려움을 담대하고 열심히 이겨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데스데모나에 대해서는 “MZ세대 특성 등을 시도해 봤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데스데모나는 인물 자체가 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걸 좀 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습 초반 연출님과 얘기를 하면서 MZ세대로 설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좀 해봤습니다.”

이어 이설은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탈피는 할 수 없었다”며 “억지로 꾸며 넣어 변모하기 보다는 전통 연극에 충실하자 판단내린 끝에 보여드리는 인물이 지금의 데스데모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 대해 이설은 “제 해석으로는 스스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오셀로고 그와의 행복한 생활을 바랐지만 파국으로 치달았죠. 어차피 죽음은 눈앞에 있는 것이니 내가 선택해서 죽겠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박정희 연출은 이설을 캐스팅한 데 대해 “데스데모나를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했다”며 “우연히 이설씨 사진을 봤는데 그 얼굴에서 제가 그렸던 데스데모나를 읽었다”고 전했다.



◇저열한 극의 작동자 이아고 손상규, 톱니바퀴 에밀리아 이자람

연극 오셀로
연극 ‘오셀로’ 공연장면(사진제공=예술의전당)

 

“가장 고귀한 인물이 가장 평범한 혹은 저열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얘기라고 이해했어요. 그 구조로 장면들이 짜여졌고 이아고는 극을 작동시키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서 인물로 나타내야하는 부분들을 찾아 접근했고 어떻게 서사 없이 이걸 작동시킬까 고민했죠.”

손상규의 설명처럼 이아고가 저열한 극의 작동자라면 에밀리아는 이자람의 전언처럼 “데스데모나의 선의를 이용해 이아고가 친 그물에서 가장 중요한 손수건이라는 톱니바퀴를 담당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이 죄악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이 이아고와 오슬로에게 하고 싶은 욕을 시원하게 대신해주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