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사실은 배우가 아닌데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는 창작진 혹은 뮤지션이다. 개막작인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의 다니엘 바르탁(Daniel Bartak), 트램펄린으로 어린 연인들의 불안한 사랑을 표현한 러시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콘스탄틴 이코노브(Konstantin Iakovlev)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삶과 히트곡들로 꾸린 ‘아이 러브 피아프’의 캐롤린 로즈(Karoline Rose)가 그 주인공들이다.
제12회 딤프 개막작 ‘메피스토’의 작곡가이자 배우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
◇작곡하는 파우스트, 다니엘 바르탁
다니엘 바르탁은 ‘태풍’(2000, 2001), ‘크리스마스 캐롤’(2004, 2005, 2008, 2009), ‘로미오와 줄리엣’(2008, 2009), ‘바람의 나라’(2011) 등 한국 뮤지컬과 딤프 초청작 ‘카사노바’(2013) 등의 작곡가로 유명한 데니악 바르탁(Zdenek Bartak)의 아들로 뮤지컬·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작곡가이자 배우다.
데니악 바르탁 작품의 편곡을 도맡아 진행하며 뮤지컬적 어법과 음악 사용법, 극적 진행, 한국 등을 실전으로 익힌 그는 2016년 초연부터 작곡가로 ‘메피스토’와 함께 했다.
뮤지컬 ‘메피스토’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70세 교수 파우스트와 그 파우스트를 두고 악마와 내기를 하는 메피스토의 이야기다. 1, 2막 41개 넘버로 꾸린 ‘메피스토’의 원래 곡수는 70개에 가까웠다.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언제나 연주든 노래든 할 수 있는 음악”에 중점을 둔 넘버는 5개의 기본 클래식 선율에 민속음악, 록, 탱고, 행진곡 등을 가미해 현대화를 꾀했다. 그랬던 그가 70세의 파우스트와 젊은 안드레우치오를 동시에 연기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의 일이다.
“원래 저는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두 주연 배우 중 한 사람이 독일 공연에 캐스팅돼 함께 못하게 되면서 무대에 오르게 됐죠.”
제12회 딤프 개막작 ‘메피스토’의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
급작스러운 빈자리에 즈녜텍 젤렌카(Zdenek Zelenka) 작·연출의 제안으로 다니엘의 출연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미친 건가” 했다던 다니엘도 짧은 기간 내에 그 많은 가사와 노래, 안무를 모두 익힐 수 있는 이는 1년을 넘게 곁에서 지켜봐온 자신 뿐임을 “제일 빠른 해결책”이라고 인정했다.
“배우로 무대에 서면서 제가 노래를 정말 부르기 힘들게 만들었구나를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온전히 배우 입장이 돼서 ‘내가 잘못했네’ 하고 있죠.”
◇작사하고 연출하는 로미오, 콘스탄틴 이코노브
제12회 딤프 공식초청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사가이자 연출 그리고 배우인 콘스탄틴 이코노브(사진제공=딤프사무국) |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은유를 그대로 살린 대사와 가사, 또 다른 세상이자 어린 연인의 불안한 사랑을 표현하는 트램펄린, 원작보다 부각시키거나 확장시켜 변주된 머큐시오(미하일 리암)와 밤의 여왕 맵(올가 지다노바), 의상색·가면·큰부리의 새들 등 상징성을 담은 소품들….
셰익스피어 작품을 독특하게 재해석된 러시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연기하는 콘스탄틴 이코노브(Konstantin Iakovlev)는 본래 이 극의 작사가이자 연출이다. 그는 “원래 로미오 배우는 따로 있고 나는 연출만 했었다. 하지만 로미오 역의 배우가 아파서 이번 한국 공연에 이례적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딤프 관계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리나 이스코바)의 듀오 넘버에서 줄리엣 역의 배우 혼자 무대에서 부르고 로미오는 연출석에서 부르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며 신기했던 리허설 풍경을 전하기도 했다.
◇록커 에디트 피아프, 캐롤린 로즈
제12회 딤프 공식초청작 ‘아이 러브 피아프’ 중 캐롤린 로즈(사진제공=딤프사무국) |
“에디트 피아프가 아니면 연주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프랑스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이하 피아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장밋빛인생’(La Vie en Rose), ‘빠담 빠담’(Padam Padam), ‘고엽’(Les feuilles mortes), ‘너의 파란 눈보다 더욱 파란’(Plus bleu que tes yeux), ‘거리에서’(Dans ma rue) 등 히트곡에 투영시킨 뮤지컬 ‘아이 러브 피아프’의 캐롤린 로즈(Karoline Rose)는 이렇게 말했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프랑스’ 시즌 2 출연자인 캐롤린은 일렉 기타 연주, 록적 요소를 가미한 노래 등으로 그만의 피아프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밴드 ‘선’(Sun)에 대해 “태양은 따뜻하고 유익한 동시에 모든 걸 태워버릴 수 있는 잔인함도 가지고 있다. 우리 밴드가 팝과 메탈 등을 같이 연주하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며 스스로를 “록커라기 보다는 메탈 연주자에 가깝다”고 했다.
“록커로서 샹송가수인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하고 노래하는 건 굉장히 흥미로워요. 문화도 좀 다르거든요. 피아프의 노래는 록처럼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강렬하기 때문에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