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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Culture+Play] 국제갤러리 부산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정치적인 재료, 소소한 재미, 균열의 아름다움

입력 2020-07-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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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작은 사람들
부산 수영구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자리잡은 국제갤러리 부산의 2020년 첫 전시 ‘작은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풍선은 가볍고 일회성이고 화학제품으로 돼있고…그런가 싶지만 반대로 해보면 무겁다, 영구적이다 등 남성 중심적인 형용사들이 나와요. 풍선이라는 재료 자체는 사실 남성 중심주의로 보면 위계적으로 약한 존재라는 거죠.”

이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브론즈 작품들을 선보인 김홍석 작가의 전언처럼 풍선은 지극히 정치적인 재료이며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이어 풍선에 불어넣은 김홍석 작가의 지인, 그의 설치작품을 만드는 공장사람들 등의 숨에 대해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친한 사람, 공장 사람들 등 지극히 보통 사람들의 숨이에요. 유명 스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위대한 스포츠맨 등이 아닌 소소한 이들의 숨이죠. 그래서 제목도 ‘쇼트 피플’(Short People)이에요. 의도적으로 크게 확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이죠.”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 내에 자리잡은 국제갤러리 부산 지점의 2020년 첫 전시 ‘작은 사람들’(8월 16일까지)은 김홍석 작가의 일상적이지만 정치적인 재료들, 보통 사람들의 소소함 그리고 뒤집고 균열시키고 우그러뜨렸다 다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더불어 순간에 사라지는, 비물질적인 것들을 형상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물질적인 브론즈 작품, 지극히 비물질적인 과정들 ‘Untitled(Short People)’
 

김홍석 작은 사람들
부산 수영구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자리잡은 국제갤러리 부산의 2020년 첫 전시 ‘작은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떤 걸 이미지로 그리든 입체적으로 표현하든 미술은 형태화하는 작업이에요. 대부분 오래 가는 재료들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물을 재료로 쓰기도 하고 1회성 퍼포먼스도 있죠. 풍선을 불면서 한번도 생각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요. 숨을 불어 넣어서 풍선의 형태를 만드는 거잖아요. 되게 중요한 호흡의 형태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풍선에 숨을 불어 넣는 작업을 시작했던 김홍석 작가는 매일 풍선을 불어 갤러리에 전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금세 바람이 빠지거나 터지는 통에 작가가 떠난 후 미술관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념비처럼 만들자 해서 브론즈 작업을 했죠. 물질적인 브론즈 작품이지만 과정 자체는 상당히 비물질적이에요. 각자가 숨을 어느 정도 불지는 아무도 몰라요. 어떤 색 풍선을 고를지도 개인의 선택이죠. 그런 내러티브가, 그 사람 스스로 기꺼이 참여했던 과정이 혼자 만든 작품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실제 퍼포먼스, 작품 등에서 저작권은 누가 가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엄청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한 김홍석 작가는 “작가 이외의 누군가가 개입되는 것, 그로 인한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홍석 작은 사람들
‘작은 사람들’의 김홍석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자신의 숨에 대한 저작권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내가 쉰 숨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제 얘기에 동의하고 공감해서 합의했거든요. 저작권이나 예술의 윤리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을 엄청 많이 하는 편이라 재밌겠다 싶었죠.”


◇찌그러진 별 자체로도 아름답고 완전한!

“서양의 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미국의 팝아트 작가)의 ‘Love’(1966)를 찌그러뜨리고 복원시킨 것처럼요. 보통 찌그러진 상태는 불완전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잖아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아랍 등의 국가들이 서양의 것들을 찌그러진 형태 자체를 받아들여놓고 마음 속으로는 복원되고 완성된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 않나 싶어요.”

다소 일그러진 거대한 푸른 별 조형물에 대해 김홍석 작가는 “별은 승리, 동경의 대상, 완성 등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국가는 국기에 별을 넣기도 한다”며 “완전성의 별 형태를 찌그러뜨리고 복원하기를 반복해서 얻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이나 하트 등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이 담겼죠. 제 작업을 함께 하는 공장 분들은 자신들이 만든 별을 찌그러뜨리고 다시 광택을 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해요. 별을 만들고 어마어마한 포크레인을 동원에 찌그러뜨리고 찢어진 데를 용접하고 폴리싱하고…그 과정이 저에겐 아름다움이죠.”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드로잉

작은 사람들 김홍석
출구 옆 벽면에는 의미심장한 드로잉 작품 6점이 걸려 있다.(사진제공=국제갤러리)

 

“공공미술을 할 때 제가 상상해서 그린 그림들이에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인 알록달록 브론즈 풍선 ‘Untitled(Short People)’을 지나 출구 옆 벽에는 ‘People’s Square’ ‘Tower of Joy’ ‘Plaza of Equality’ ‘Wall of Sorrow’ ‘Plaza of Abstraction’ ‘A Flag of Justice’ 등 6편의 드로잉 작품이 걸려 있다.

“미술품은 하나도 없이 의자만 있는 인민광장(People’s Square)이에요. 의자에 앉아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얘기하고 누군가는 들어주고…정치 선동가든, 약장수든, 철학가든 아크로폴리스처럼 떠드는 곳이죠. 수직으로 쌓인 돌멩이들에 구멍을 뚫어서 눈물이 나는 걸 형상화(Tower of Joy)했어요. 계속 우는 돌탑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제목에 ‘조이’(Joy)를 넣었죠. 돌탑 옆의 사람은 크기를 보여주기 위한 배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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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옆 벽면에 전시된 드로잉 작품 중 ‘A Flag of Justice’(사진=허미선 기자)

기울어진 거대한 둥근 광장(Plaza of Equality)에 대해서는 “솟은 쪽은 멀리 내다볼 수 있지만 떨어질 위험이 있고 꺼진 쪽은 앞이 보이진 않지만 기댈 곳이 있어 안전하죠. 그래서 ‘평등’(Equality)”라고 설명했다.

그의 공공미술 드로잉 중 실제 DMZ에 설치된 ‘Wall of Sorrow’는 울고 있는 벽이다.

 

이에 대해 김홍석 작가는 “실제 설치해두고 보니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 이끼도 끼고 물이 줄줄 새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상상하는 걸 손으로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림으론 금방 그릴 수 있는데 실제로 만들기는 어려움이 있죠. 이상과 현실의 차이랄까요. ‘Plaza of Abstraction’은 현실에서 실현이 아예 어려워요. 종이를 구겨서 입체가 아닌데 입체처럼 보이게 만든 추상화거든요.”

드로잉 중 가장 메시지가 명확한 것은 ‘A Flag of Justice’다. 거중기에 매달린 추, 그것이 상징하는 ‘정의’(Justice)를 잡아당기고 있는 사람들과 뒷짐을 지고 관망하는 사람들, 조금은 멀리 떨어져 보고 있는 이들 등의 풍경이 의미심장하다.

“제일 무거운 국기가 ‘정의’ 같아요.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죠. 그 아래 서 있는데 그 무거운 ‘정의’의 추가 떨어지면 죽는 거죠. 어떤 이들은 애를 쓰고 있고 어떤 이들은 뒷짐을 지고 보고 있죠. 그게 바로 정의잖아요. 저리 무거운 것이기도 하고요.”


◇포스트 코로나, 인식의 균열로 드러나는 혹은 다양하고 소소한 아름다움

김홍석 작은 사람들
브론즈 풍선 설치작품 ‘Untitled(Short People)’ 사이에 선 김홍석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지금의 아름다움이란 굉장히 정치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다움도 사회적 책임이자 정치적인 문제들의 일환이 돼버린 느낌이거든요. 누가 아름답다고 하면 ‘그런가?’ 하면서도 따라하게 되죠. 당대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은 알지만 나만의 혹은 내가 찾는 아름다움을 찾기랄 쉽지 않아요. 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이죠.”

보편적 혹은 트렌드가 되는 아름다움이 아닌 ‘나만의’ 아름다움에 대해 탐구하는 김홍석 작가는 “지금은 아름답지 않지만 기존의 아름다움을 뛰어넘거나 정 반대지점에” 주목하는 작가다. 그는 “반대편에 있는 ‘추하다’에는 그 내면의 아름다움이 분명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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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자리잡은 국제갤러리 부산의 2020년 첫 전시 ‘작은 사람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인식의 균열을 내야 하는 이유예요. ‘미완성’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다보면 이 역시 아름답게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것이 미술가의 책임 같아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일상처럼 ‘아름다움’의 정의도, ‘미술’도 변화를 맞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두 부류로 나뉠 것 같아요. 잘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폐쇄적으로 굴며 무시무시하게 위계적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부나 권력을 축적한 이들이 그런 것처럼요. 반대로 보통사람들은 테크놀로지에서 벗어나 훨씬 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많아질 거예요.”

그리곤 “다수의 사람들이 용기를 내 행동한다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대세가 될 테고 기득권들도 정책이나 방향성을 그에 맞춰 바꾸지 않을까 싶다”며 “그렇게 된다면 미술 자체가 나아가려던 방향도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 크고 비싸고 웅장하게, 남이 따라할 수 없는 테크놀로지를 도입하고 조수 100명이 달라붙어 너무 섬세하게 만들지 않아도 예술로서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다양하고 소소한 것의 아름다움이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코로나19 이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죠. 하지만 후자 쪽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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