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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망월폐견> 전우용

입력 2021-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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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역사학자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이다. 저자가 2016년부터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가운데 2019년과 2020년분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제목을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 지은 것은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것은 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개의 버릇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기 위함인 듯 하다. 그가 말하려는 ‘달’과 ‘개’가 무엇인지는 일독 후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책의 부제가 ‘시사상식 사전’인데 반해 저자가 소개하는 상식 가운데 상당량이 ‘상식’의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 들이 적지않아 못내 아쉽다.

 

* 한국사회의 ‘천박한 갑질 문화’ - 캐나다로 놀러간 예천군 군의원들이 현지 여행 가이드에게 온갖 추잡한 요구에 폭행까지 저지른 세태에 대해 저자는 “내 돈 받는 사람은 내 노예라는 천박한 갑질 문화”라고 비판한다. 천박한 갑질문화도 국제적 망신이지만, 그렇게 갑질에 익숙한 사람들이 시민의 대표로 뽑힌다는 사실은 더 심한 망신거리라고 꼬집는다.

 

*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그리고 반 개혁 세력 - 저자는 “개혁이란 자기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행위”라며 “그래서 기득권 세력 내의 개혁운동가들은 자기존재를 부정하려는 이율배반적 면모를 보이곤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이 보이는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비난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문제 삼아 개혁 세력을 위선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반 개혁 세력의 고정 레파토리라고 말한다. 심지어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는 개혁의 중요한 동력이며, 존재와 의식의 일치는 수구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비방한다. 마치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겐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뒷다리 잡지 말라는 겁박으로 들린다.

 

* 검찰이라는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 - 저자는 집 안의 더러운 것 들을 닦아 없앨 때 쓰는 게 걸레이고, 사회의 더러운 것 들을 닦아 없앨 때 쓰는 게 검찰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70년간 한 번도 빨지 않아 더러운 게 덕지덕지 묻은 걸레로 닦아봤자, 깨끗해지기는커녕 더 더러워진다고 일갈한다. 청소를 하려면 걸레부터 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날 서고 일방적인 비난과 비판을 내내 계속한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권에서도 권력을 쥐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검찰 내편 만들기’였는데 과연 누굴 탓할 수 있을까.

 

* 검찰의 반발은 밥그릇 때문인가 - “검찰 개혁 없이는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검찰개혁을 좌절시키려는 것은 총장 개인이 아니라 검찰 전체의 집단의지라고 단언한다. 정경심 기소 이래 검찰이 해 온 것은 ‘수사를 빙자한 여론전’이라고 몰아세운다. “조국을 그렇게 탈탈 털었는데 무슨 법적 문제가 발견되었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밥그릇을 건드리면 충직한 개도 주인을 문다”며 검찰개혁 논란을 밥그릇 싸움 정도로 폄하하며 ‘검찰 독재국’이라고 비난한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했던 당초의 결기는 어디로 보내 버렸는지, 그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숨은 의도는 없었는지 자문해 볼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다.

 

* 공익제보에도 급이 있다? - 저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국채발행과 관련해 내부고발한 사실과 관련해 “‘최말단’ 공무원이 상부의 정무적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로하는 것은 공익제보가 아니다”라고 폄하한다. 이른바 공익제보할 ‘급’이 아니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과거 윤석양 이병이나 이문옥 감사관의 폭로는 공익제보라고 평가하면서도 신 사무관의 그것은 ‘폭로’일 뿐이지 ‘공익제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퇴직 후 터트렸다는 점을 들어 그가 사적인 정치적 의도를 갖고 행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 조국을 둘러싼 공평과 공정 - 저자는 만약 청문회 등을 통해 조국 교수가 불공평한 입시제도에서조차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공정’이 아니라 ‘불공평’이 문제라면, 분노하는 젊은이들의 비난은 그런 제도를 만들어 운영했던 정치세력이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글을 쓴 시점이 2019년 8월 30일인데, 책으로 내려 했으면 조국 내외에 대한 수사 결과 정도는 반영해 다듬어 내보냈어야 하지 않을까? 

 

* 흔들림 없는 대북 정책 -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에 대해 저자는 ‘이상 반응’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몇 년간 북한에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은 남북관계의 결과일 수 있다고 애써 감쌌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상황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시민들이 할 일은 남쪽에서까지 변수를 만들려는 선동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하고 무슨 말을 하든 맞받아 치는 말 한 마디 못하는 이 정부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 박원순을 ‘능멸’하지 말라니… - 저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30년이 넘는 인연이 있는 듯 하다. 박 전 시장은 역사문제연구소 건물을 자기 집을 팔아 마련해 주었고,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 활동 등을 통해 ‘시민운동의 대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꽤 올곧고 정직한 성품 탓에 빚만 수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저자를 포함한 진보진영에서 그의 성추행 사건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능멸하려 한다’는 표현으로 짓누르려는 시도는 ‘선’을 넘는 옹호론이 아닐까. 6,25 한국전쟁 때 기여한 백 모 장군에 대해선 일제 시대 몇 년의 이력을 트집잡아 제대로 대접하길 거부하면서, 박원순의 마지막 실체적 진실은 외면하고 그의 전체 삶을 존중하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설득을 당할까.

 

* 촛불정신을 모두 승계할 순 없다? -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것은 맞지만 문재인 정권이 촛불정신을 계승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촛불시민 각자가 바라던 바의 최대공약수를 넘어설 수 없다.” 무슨 궤변인가.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 저마다 사연과 기대가 있었겠지만 그런 바람을 다 들어줄 순 없다는 얘기다. 결국 자의적 선택에 의해 자기들 마음대로 할 것이란 다르지 않다. 여기서 저자는 예의 박근혜 정부를 끄집어 낸다. 촛불혁명으로 바뀐 것은 행정부 권력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는 정부의 힘만으로 청산할 수 없다며 또 시민들을 흔들어댄다. “배신자를 배신자답게 처리해야 한다”며 또 새로운 프레임을 건다. 이래서 통합과 화합이 안되는 것일까. 

 

* 조국 백서와 배후 - 저자는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개인이 표창장을 위조했는지 여부 보다 언론 보도의 배후에 정치적 음모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억만배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다.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인데 지레 ‘음로론’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의문이 간다. 저자는 또 “문제의 핵심은 당사자의 사과로 마무리될 문제를 굳이 법으로 처벌하겠다며 과도한 혐의를 씌우고 과잉수사를 자행한 검찰의 불공정성과 그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면서 허위보도까지 남발한 언론의 편향성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정말 법으로 끝까지 가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천안함 폭침과 박원순 성추행을 믿는가 - 저자는 미래통합당이 말 끝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며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이제, 천안함 사건의 진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처럼 되었다”고 말한다. “판단의 영역에 있던 것이 믿음의 영역으로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믿고 싶으면 그리 믿으라는 식이다. 박원순 사태와 관련해선 “고소인이 성희롱이라고 느낄 만한 점이 있었다고 해도, 박원순이 성추행했다고 단정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감수성의 차이를 애써 설명하면서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인간다음의 본령 중의 하나”라며 “가족들이라도 감수성의 일치를 바랄 수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들 진영의 막무가내식 제 편 감싸기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궁금해 진다. 

 

* ‘안보불감증’ 넘어 ‘안보안심증’ - 북한 비행물체가 남쪽으로 넘어와 발견되면 “영공이 무방비로 뚫렸다”며 강한 비판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북한의 초소형 목선이 삼척항으로 들어온 사건을 야당과 언론이 ‘안보에 구멍이 났다’며 문제 삼자, 저자는 예의 전 정권을 소환한다. “박근혜 정권 때 조악한 초소형 비행물체를 식별하지 못한 것이나 이번 경우나 모두 그 물체들이 현대의 군사적 기준에 한참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현대의 군사용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것 들을 군사용으로 쓴다면 그건 안보위협이 아니라 안보 안심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안보라인도 같은 생각이라면… 덜컥 겁이 난다. 안보불감증을 넘어 안보무시증이 우려될 지경이다.

 

* 유시민 자술서 논란 “그때 넌 뭐했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학생운동 시절에 썼다는 자술서를 놓고 “혼자 살기 위해 동료를 팔아먹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의원의 주장이니 허트루 들을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80년대 자술서 작성 수칙’이라는 것을 끄집어내 유시민을 엄호한다. 경찰이나 정보기관과 고도의 심리전이 불가피하기에, 지지않고 버티기 위해 ‘저들은 이미 알 만한 것들을 알려주되 아직 모르는 것은 감춰라’라는 수칙이 존재했으며, 당연히 유시민도 그런 정도로 자술서를 ‘썼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기가 최대한 책임지고 다른 사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학생운동 조직의 기본 덕목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또 “너는 그 때 뭐했냐”고 따진다. 당시 고초를 겪었던 동년배 운동권들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 권력과 부를 다 가진 사람들의 이런 ‘우월주의’에 지쳐간다.

 

* 멀고 먼 친일잔재 청산의 길 - 과거 친일파와 현재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의식이 세 가지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념이 결여된 ‘힘 숭배주의’, 약자 혐오주의와 엘리트주의,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이다. 저자는 친일잔재 청산이 결코 녹록치 않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의식 자체를 청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힘 보다 정의가 앞서는 나라,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나라, 즉 정의로운 사람들의 나라를 만드는 게 친일잔재 청산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 대로라면 지금 친일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사람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세 가지 의식과 자신들은 완전히 결별한 상황인가를 되짚어 보야 하지 않을까.

 

* 너무 많은 토착왜구 - 저자는 토착왜구라는 말을 보편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토착왜구를 ‘한국 내 일본 군군주의 잔존세력’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을 영구히 대일 종속 상태에 묶어 두려고 획책하는 자’라고도 말한다. 자기 운명과 일본의 운명을 동일시했던 사람들의 정신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기에 토착왜구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친일파 재산 환수법에 정원 반대한 정당, 아베 편을 한국 정부를 공격한 정당, 일본 식민통치 덕에 한국이 발전했으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지하는 정당이 토착왜구라고 주장한다. 일본인을 닮은 한국인이 아니라 몰상식한 일본인의 정신을 내면화한 한국인이라고 몰아 부친다. 과연 그들 눈에 토착왜구가 아닌 정적이 있기는 한 걸까?

 

* 여당에 협치란 없다? - 저자는 “통치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말한다. 또 “통치에 협조하는 게 협치”라고 말한다. 따라서 “협치는 (여당이) 야당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 권력자의 삐뚤어진 권력관이다. 이래서 무슨 협치가 될 것인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와 떼 쓰기를 하는 야당도 문제지만, 협치는 여당이 선심쓰듯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마인드를 지지자로 둔 이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협치를 할 수 있을 까 의문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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