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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약 ‘먹는’ 번거로움 사라진다…불붙은 30조 ‘전자약’ 시장 경쟁

[테크리포트] 다양한 질병 치료 가능하고 부작용 적은 전자약 개발 사례 줄이어

입력 2021-10-25 07:15 | 신문게재 2021-10-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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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동시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헬스케어와 관련한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사물 인터넷, 착용형 디바이스, 빅 데이터 등 정보통신 인프라의 획기적인 발전과 의학과 전자 기술의 융합 연구개발 등으로 정밀 의료가 현실로 다가왔으며, 이는 기존 화학적 약물 치료에 의존하던 질병 치료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화학 성분 기반 약물을 인체 내로 흡수시켜 신경 신호를 제어하는 치료는 전신에 약물의 영향을 줘 질병을 치료하지만, 부작용이 뒤따를 우려가 크다. 그렇다보니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내에 흡수 과정이 없고 특정 신경과 국소적 부위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전자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전자약 시장, 올해 29조 이를듯

 

전자약(electroceutical)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기존의 약물이나 주사 대신 전기 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 방식이다. 

 

기존 화학 약품은 혈관을 타고 돌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부위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전자약은 치료가 필요한 특정 신경만 골라 자극한다. 흡수 과정이 없어 화학적 부작용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한 번의 이식만으로 매일 약을 먹는 불편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16년 172억 달러(약 19조70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전자약 시장은 연간 7.9%씩 성장해 올해는 252억 달러(약 2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약이 신경계를 자극해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현재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서 전자약이 개발된다면 관련 시장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 전자약 개발 연구 ‘활발’

 

전자약 개발을 위한 연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프랑스 국립인지과학연구소의 안젤라 시리구 박사 연구진은 전자약을 활용해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환자의 의식을 깨우는데 성공했다.

 

교통사고로 15년간 의식이 없던 환자의 미주신경에 3개월 동안 전자약으로 전기 자극을 줘 잘못된 신경신호를 교정한 결과, 뇌에서 운동·감각·의식 등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이 증가하며 의식이 회복됐다.

 

미국 엔테로메딕스는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해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했다. 회사 측은 위장을 관장하는 신경다발에 전자약을 이식, 식욕을 차단해 허욕을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포만감을 유도했는데 12개월 동안 진행된 임상 결과 전자약을 이식한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8.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밖에 미국 인스파이어 메디컬 시스템스는 수면 중 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했고, 영국 런던대 병원은 과민성 방광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이스라엘 블루윈드 메디컬이 개발한 전자약의 임상을 진행해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구글도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협력해 2016년 8월 전자약 전문기업인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구글과 GSK는 갈바니에 7억 달러(약 8232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3년 류머티스 관절염 전자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의료기기법상 전자약 규정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전자약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전기 자극을 활용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요실금을 치료하는 체내 이식형 전기 배뇨장치 등이 일부 존재한다. 

 

 

휴온스와 뉴아인의 ‘전자약 개발 공동연구 협약식’에서 엄기안 휴온스 대표(오른쪽)와 김도형 뉴아인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휴온스)

 

◇글로벌 시장 진출 앞둔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도 있다. 와이브레인은 자체 개발 우울증 전자약을 들고 미국 시장을 노크한다. 이 회사는 연내 미국 FDA에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에 대한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FDA 문턱을 넘을 경우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전자약이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엔 리메드가 FDA로부터 만성 통증 치료용 전자약 ‘탈렌트프로’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탈렌트프로는 전도 전자기 코일로 강력한 전류를 일으켜 생성한 자기장을 신체에 통과하도록 해 근육과 신경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의 전자약이다.

 

휴온스는 2019년 7월 전자약을 미래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 차세대 혁신 의료기법으로 점찍고 전자약 개발 기업 뉴아인과 ‘전자약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하기 위해 휴온스의 제약 산업 노하우와 뉴아인의 의료 IT 기술을 결합, 미래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 의료기기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자약 성공 사례가 가시화되며 기존 의약품을 대신할 수 있는 진화된 형태의 새로운 전자약 개발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약은 치료가 쉽지 않은 류머티스 관절염, 천식 등의 만성질환뿐 아니라 암, 파킨슨병, 치매 등 난치 및 불치병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국내 제약·의료 산업과 IT·전자기술이 융합해 초기 단계에 있는 전자약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해야”라고 조언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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