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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철강을 저탄소 산업으로 이끌 ‘수소 환원 제철’

[테크리포트]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고로·전로 사라진다
상용화는 아직…'그린 수소' 확보 등 관건

입력 2022-01-03 07:15 | 신문게재 2022-01-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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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이 전 세계의 숙제로 부상한 가운데, 철강업계는 ‘수소 환원 제철’을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 산업은 지난 100년간 건설·기계·자동차·조선 등 산업들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19억 톤 규모의 철강이 생산되고 있다. 다만 철강은 다른 범용 소재에 비해 톤당 이산화 탄소 발생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생산 규모로 인해 세계 이산화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철강사들이 탄소 중립을 선언, 친환경 제철 공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포스코를 중심으로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해당 기술의 경우 상용화 시 업계의 대전환을 불러올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는 2050년 세계 수소 수요에서 수소 환원 제철 등 산업용 수소의 비중이 약 1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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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지난 10월 ‘2021 수소 환원 제철 국제 포럼(이하 HyIS)’을 개최한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

수소 환원 제철은 철광석으로 철을 생산할 때 화석 연료인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므로 이산화 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혁신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공정은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소 환원 제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 제철 공정은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 즉 일산화 탄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식이다.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 탄소가 나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때 이산화 탄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적용할 시 제철소에서는 용광로가 사라질 전망이다. 석탄과 철광석을 한 데 녹이는 공정과 전로 등 관련 설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 환원 제철은 ‘유동 환원로’라는 설비로 수소와 철광석의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공정이다. 유동 환원로의 경우 이미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데, 고유의 ‘파이넥스’ 공정에서 찾을 수 있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 환원로와 용융로 등 설비들을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다만 파이넥스가 공정 중 발생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반면, 수소 환원 제철은 수소를 100%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고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용선)은 ‘전로’를 통해 쇳물(용강)로 정제돼 왔다. 그러나 수소 환원 제철은 유동 환원로에서 생산하는 환원철을 전로가 아닌 ‘전기로’에 넣어 녹이고 불순물을 정제하는 식이다. 따라서 수소 환원 제철 상용화 시 고로와 전로의 자리는 수소 유동 환원로와 전기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 수소를 약 25%만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혁신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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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소 환원 제철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일단 대량의 ‘그린 수소’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수소 환원 제철은 유동 환원로에 투입할 수소는 물론, 설비를 구동하는 전력도 모두 무탄소로 생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대량의 신·재생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이나 호주에 대한 수소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분석되며, 따라서 향후 해당 지역들의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나 파트너 발굴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철강사들이 대형 용광로를 운용하고 있는 점도 장벽이다. 내용적이 5500㎥ 이상인 초대형 고로는 현재 전 세계에 총 15기가 있는데, 포스코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의 광양 1 고로를 포함해 현재 6기의 초대형 고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항 1 고로는 지난달 가동을 중단했다.

이를 고려하면 수소 환원 제철로의 전환은 단번에 진행할 수 없으며, 국가별·제철소별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수소 환원 제철로의 전환에는 총 30조원~40조원 정도가 들 것”이라면서 “다만 (수소 환원 제철은) 용광로 설비 수명이 다하는 시점부터 점진적으로 이뤄 나갈 것이라, 이가 한번에 드는 비용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존 용광로들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정부 주도의 ‘용광로 기반 이산화 탄소 저감형 하이브리드 제철 기술’ 개발에 참여해, 석탄을 바이오매스나 수소 함유 자원 같은 탄소 중립 환원제로 일부 대체하거나 철광석을 용광로에 투입하기 전에 일부 환원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약 1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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