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역의 박은태(왼쪽)와 프란체스카 옥주현.(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박은태, 옥주현 선배와 함께 해 영광입니다.”
지난 15일 개막한 김태형 연출, 박은태·옥주현 주연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6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프레스콜은 박은태·옥주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을 표출하는 자리였다.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로버트 제임스 윌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라이선스 대작으로 사진작가 로버트(박은태)와 가정이 있는 이탈리아 여성 프란체스카(옥주현)의 중년 로맨스를 담고 있다. 박은태, 옥주현을 비롯해 대부분 배우들이 원캐스트로 합류했다.
◇유리아, 이장현, 김현진, 송영미 “박은태, 옥주현과 함께 해 영광!”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의 전처 마리안과 프란체스카의 언니 키아리를 연기하는 유리아.(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2인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음악으로 잘 알려진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에 대해 유리아는 “음악만 들어도 너무 아름답고 클래식하면서 세련됐다. (그의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키다리 아저씨, 레드북 등) 대사량이 과도하게 많은 작품을 연달아 했어요. 이 작품에서는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데 대사량과 대사 없는 것에 대한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 없이 인물의 역사를 설명하는 게 까다롭고 제 움직임 하나에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연습해야 겠다고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김태형 연출님, 박은태, 옥주현 선배님이 하시는 데 혼자 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고민했어요.”
프란체스카의 남편 버드 역의 이장현도 “옥주현, 박은태 배우가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본도 안보도 음악도 듣지 않은 채로 계약해 버렸다. 참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프란체스카와 버드의 아들 마이클 역의 김현진은 “태어나 처음 본 뮤지컬이 옥주현 누나 작품이었고 용돈을 아껴 (박)은태 형 걸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함께하게 돼 영광이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하고 싶지만 67회 동안 천천히 하겠습니다. (작품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커튼콜 때 이렇게까지 몽글몽글해지는 공연은 처음이에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 옥주현.(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딸 캐롤린 역의 송영미 역시 “우러러 보던 선배들과 같이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시간 보내고 있다”며 “역할에 너무 이입이 돼서 그런지 끝나고 나면 엄마(옥주현) 걱정이 많이 된다. 제가 방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샤콘느’ 옥주현 “슬픈, 예전 시대의 왈츠처럼”
“해오던 것과 다른 작품이어서 하고 싶었어요. 전형적인 대형 뮤지컬, 쇼 뮤지컬을 많이 했던 제가 배우로서 지금이 제 무대를 찾는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진중하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할 때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옥주현은 “슬프고 우울한, 아무도 없을 때야 허전함을 꺼내는 주부로서의 음악적 디렉션을 성실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주인 음악감독님은 지휘자 중 노래를 잘하는 분이세요. 노래에 대한 디렉션을 주실 때 진성, 센소리를 많이 안쓰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따뜻하고 서정적이면서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리가 나오길 바라셨죠. 제 악보에 가장 많이 써진 말이 ‘슬픈, 예전 시대의 왈츠처럼’을 의미하는 ‘샤콘느’예요.”
옥주현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 “기계가 발전하고 산업화될수록 로맨틱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날 것, 로맨틱, 들꽃 같은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아날로그적이고 풋풋한 느낌이 음악에서도 느껴진다”며 “라디오 DJ에게 신청도 할 수 없는 시대의 답답함 속애틋함이 우리 공연의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상의 탈의(?)가 부담스러웠던 박은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박은태는 “표면적으로는 가정이 있는 여자에게 같이 떠나자는 모습이 보여져야하는데 부정적이고 나빠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떠나자는 말 전까지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감정이 쌓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떠나자는 말을 할 법한 남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여담이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대본에서 뜬금없이 벗겨요. 왜 벗겼는지 모르지만 웃통을 벗는 두어 군데가 저는 없었으면 했는데…공연을 하고 보니 꼭 필요한 장면이었죠. 프란체스카에게 설렘을 주는 몸을 만들어야 해서 어려웠어요. 모든 작품 중 가장 힘든 다이어트였던 같아요. 예를 들어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에서는 그냥 마르면 됐는데 여기선 말라도 멋있어야 해서 힘듭니다.”
◇‘미친키스’ 조광화 연출 “저 발 패티시 없어요!”
연극 ‘미친키스’는 배우들 전원이 맨발로 무대에 오른다.(사진제공=프로스랩) |
“저 발 패티시 없고요…”
데뷔 20주년을 맞아 열린 조광화展의 두 번째 연극 ‘미친키스’(5월 21일까지 TOM 2관) 프레스콜(18일)에서 조광화 연출은 ‘남자충동’에 이은 배우들의 맨발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사랑한 여자의 발을 씻어 준 적이 있어요. 움직이기 불편하니 씻어줘야지 했는데 숙연해지는 분위기였어요. 뭔가 포옹이나 키스보다…오히려 흔치 않은 일이죠. 진심을 주지 않는 이상은 안만지고 씻어주지 못하는 것이 발 같아요. 그래서 언제부턴가의 어긋남, 발을 사랑해줄 때만큼의 진심을 아쉬워하는 상징으로 삼았죠.”
이어 “배우들이 내외부 공간을 오가는 동선이 많아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를 없애기 위한) 기능적 이유도 있지만 예민할 때와 감정이 안살았을 때의 온도 차가 크다. 배우들이 공연 내내 집중해 예민하게 항상 감각이 살아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맨발을 선택했다”며 “맨발 일 때 알몸보다 예민해지고 감각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연극 ‘미친키스’의 장정 조동혁.(사진제공=프로스랩) |
조 연출은 10년만에 돌아오면서 거친 대대적인 수정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상이 바뀌어 젠더와 폭력에 예민해져서 순화를 했어요. 지독한 사랑, 격한 사랑, 농도짙은 에너지를 힘겨워 하는 시대에 맞춰 배우의 에너지, 격한 톤 등을 좀 빼고 히스나 악사의 역할들을 강화하고 이미지, 스타일에 방점을 찍었죠. 그렇다고 배우의 존재감을 뺀 건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정도의 톤으로 조정하고 스타일로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수정했습니다.”
◇시간의 힘 조동혁, 욕심났던 이상이
“조동혁씨는 나이가 있으니 많은 아픈 사랑을 했겠죠. 그래서 배우 자체가 가진 진심이 연기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조광화 연출은 ‘미친키스’의 두 장정 중 하나인 조동혁에게서 “시간의 힘을 봤다”고 표현했다.
이에 조동혁은 “7년 전 연출님과 (연극 ‘풀 포 러브’에서) 함께 하면서 부르면 또 해야지 했는데 7년만에 불러주셨다”며 “3월에 스케줄이 많아서 연습을 많이 못하고 간신히 개막했다. 지금 많이 혼나고 있다. 최대한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극 ‘미친키스’의 장정 이상이.(사진제공=프로스랩) |
조광화 연출은 또 다른 장정 이상이 캐스팅에 대해 “나이에 비해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상이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안된다고 했었어요. 그러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보고 바로 오케이했죠. 백석 이야기인데 근래 20대에게서 보기 드문 감성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 배우가 욕심이 났어요.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10년 후면 진짜 장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이같은 과정을 거쳐 조광화 연출의 부름을 받아 첫 연극에 도전하는 이상이는 “장정의 허무함, 외로움 등에 공감을 많이 했었다. 장정만큼 깊거나 쓰라린 데까지는 못갔지만 공감해서 마음이 갔다. 그리고 조광화 연출님과 작업 하고 싶었다”며 “연극만이 주는 연극성, 스타일, 호흡들 등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정수영 “친정같은 작품”, 조광화의 남자 손병호 “정사신이 없어 안타깝지만 다행이기도”
연극 ‘미친키스’ 인호 역의 오상원(왼쪽)과 영애 정수영.(사진제공=프로스랩) |
“이제야 영애 나이에 연기를 하네요.”
남편 인호(손병호·오상원)와의 식어버린 사랑에 허무와 결핍을 느끼며 젊은 남자들을 불러들여 발에 키스할 것을 애원하는 영애를 연기하는 정수영은 ‘미친키스’ 출연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10년 전, 17년 전에도 이 작품을 했어요. 20대, 30대, 40대에 영애를 연기했는데 이제야 영애 나이가 됐네요.”
이어 “저에게 ‘미친키스’는 친정과도 같은 작품”이라며 “자주 찾아오진 못해도 늘 제 집 같은, 편안하진 않지만 ‘여기가 내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극 ‘미친키스’의 인호 손병호.(사진제공=프로스랩) |
“연극 ‘미친키스’를 보질 못했는데 대본상의 느낌이 에로틱했어요. 그래서 정사신을 할 수 있을까 기대치를 가지고 왔는데 없네요.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기도 해요.”
전작 ‘남자충동’에 이어 ‘미친키스’에 연달아 출연하며 ‘조광화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은 손병호는 이렇게 말하고 “사랑에 대한 또 한번의 숙제”라고 ‘미친키스’를 소개했다.
“('미친키스'를 보고 있으면) 자꾸 공허해지고 외로워지고 눈물이 많아져요. 저 자신이 아픈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구나, 어떤 것이 날 괴롭게 하는가, 사랑이 무얼까 등을 질문하고 대답하게 되는 작품 같아요. 안타깝고 외로운 인간의 절대 고독 이야기 속 5명 배우 중 자신과 맞닿는 인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도 사랑은 무엇이고 삶이 뭔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