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왼쪽부터), 프로듀서 겸 배우 류정한, 구스타보 자작 연출.(사진제공=RG, CJ E&M) |
유난히 프레스콜, 제작발표회 등이 많았던 5월 셋째 주에 빈번하게 회자된 말은 ‘프리허그’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던 현장마다 배우들이 매진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프리허그였다.
15일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시라노’(7월 7~10월 8일 LG아트센터) 기자간담회에서 프로듀서로 데뷔하는 류정한은 “저 때문에 쉽지 않을 듯하다”면서도 “저까지 매진이 된다면 제 회차에 프리허그를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하셨던데 저도 해보고 싶었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뮤지컬 ‘찌질의 역사’ 출연진들도 프리허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각 캐스트들마다 첫 공연 매진하면 프리허그 하실래요?”
김풍의 동명만화를 뮤지컬로 무대에 올릴 ‘찌질의 역사’(6월 3~8월 27일 수현재씨어터) 출연진 역시 프리허그 공약을 발표했다. 민기 역 박시환의 제안으로 출연진들은 6월 6~9일 중 매진 회차에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합의했다.
◇‘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시라노’까지, 프랭크 와일드혼의 추천넘버 ‘브링 미 자이언츠’
“한국에 아파트를 하나 얻어야 할까봐요.”
21일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개막을 앞두고 있는 ‘마타하리’(6월 16~8월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그리고 한창 작업 중인 ‘시라노’까지를 공연하거나 준비 중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매진공약으로 “콘서트를 해드리겠다”고 전했다.
뮤지컬 ‘시라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제공=RG, CJ E&M) |
이어 “알다시피 나는 한국배우들을 가장 좋아한다”며 “데모앨범을 (스페인의) 유명가수 라파엘과 103인의 오케스트라가 녹음했는데 한국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 뛰어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에 버금가는 추천 넘버로 ‘브링 미 자이언츠’를 꼽았다. 그는 “괴물을 데려와도 나는 오늘도 싸우겠어라는 대사를 음악으로 셋업했다”고 설명했다.
◇류정한 결혼은 프랭크 덕분?
“점심을 먹다가 프랭크가 ‘토니(류정한의 영어 이름) 너는 일 말고 재밌게 하는 게 뭐가 있니’라고 물었어요. 생각해보니 없다고 했더니 ‘결혼해봐, 새로운 세상이 열릴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3월 13일 연기자 황인영과 백년가약을 맺은 류정한은 프랭크 와일드혼과의 일화를 전하며 “(시라노 프로듀서 일로) 힘들어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그냥해, 남자가 망할 수도 있지’라고 해줬다”고 밝혔다.
“(황인영이) ‘배우로서 20년 동안 무사히 왔는데 한번 망해도 봐야지, 망하면 내가 돈 벌게’라면서 힘을 많이 줬어요.”
류정한은 데뷔 20주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년 동안) 기특하게 공연 했구나 싶으면서도 많은 팬들이 ‘저러다 쟤 끝까지 결혼도 못하고 늙는 거 아닌가’ 걱정도 많이하셨는데 다행히 일륜지대사도 치루고 의미있는 큰 해가 됐다”며 “앞으로의 어떤 행보든 더 큰 책임과 사명감이 생길 듯하다. 즐기면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작품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초연에서 중요한 건 공감”이라며 “솔직하면 좋겠다. 제작비 액수, 화려한 캐스팅 등이 아닌 담백하게 할 수 있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시라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류정한.(사진제공=RG, CJ E&M) |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3, 4개월 동안 (창작진, 배우 등이) 싸워서 만든 작품인데 외부에서의 얘기에 프로덕션이 수정하는 경우예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비평에 대해 경청은 하지만 그동안 만들고 약속한 것이 몇몇 사람들 때문에 깨지는 건 안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초연은. 휘둘릴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생기지만 우리가 하고 싶어 약속했던 얘기를 끝까지 지켜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노래 한번 더 해요!” 류정한을 오롯이 배우로 서게 하는 구스타보 자작 연출
“20년 동안 뮤지컬 일을 했지만 저의 스타가 프로듀서인 건 처음이고 큰 행운이에요. (류정한은) 뮤지컬이 가슴으로 진행되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관객들도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그를 느끼게 될 겁니다.”
‘살짜기 옵서예’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 등에 이어 ‘시라노’로 네 번째 한국작품을 연출하는 구스타보 자작은 “부채춤을 배우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등 한국문화를 알게 된 후부터 서양 작품을 한국에서 어떻게 공연해야할지 이해하게 됐다”며 “어떻게 하면 프랑스 작품으로 한국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한국 작업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 되기를 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프로듀서로는 저번주 월요일(8일)까지만 일했고 지금은 배우로서만 리허설에 참여하고 있어요. 서로 약속을 잘 지키고 있죠.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변할 것 같다 싶으면 다시 노래를 부르라고 시켜서 변하지 못하게 해요. (리허설이 끝나는) 6시 이후로만 프로듀서가 될 수 있죠.”
뮤지컬 ‘시라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구스타보 자작 연출.(사진제공=RG, CJ E&M) |
구스타보 자작은 ‘시라노’의 외모적 특징인 커다란 코와 헤어컬에 대해서도 “기존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라노’는 사랑이야기고 휴먼드라마예요. 한국배우들이 프랑스 배우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얼굴이 바뀌거나 가짜 수염, 곱슬거리는 머리 등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배우들의 가장 진정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거든요. 한국 시라노에 맞는 코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죠.”
이어 “세명(류정한·홍광호·김동완)의 스타들이 너무 잘생겼다. 잘생기지 않게 보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진심으로 커다란 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으로서 연기해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야메셰프’ 아닌 뮤지컬 원작자로 무대 선 김풍
뮤지컬 ‘찌질의 역사’ 원작자 김풍.(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정말 저를 신경 안쓰시더라고요.”
1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찌질의 역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풍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야메셰프’가 아닌 웹툰작가이자 뮤지컬 원작자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을 워낙 좋아해 재밌고 없고의 느낌을 알고 있어요. 대본을 먼저 보고 참견하고 싶지 않아서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일단 믿고 맡겼어요. 한번은 연습실에 들렀는데 정말 저를 신경 안쓰시더라고요.”
◇박시환·강영석·박정원 “악행? 패악질? 민기가 곧 내 모습!”
뮤지컬 ‘찌질의 역사’ 민기 역의 강영석(왼쪽부터), 박시환, 박정원.(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이런 부분까지 나와 닮아 있구나…공감하고 몰입하게 되죠.”
박시환, 강영석, 박정원은 극 중 민기의 모습이 자신들과 닮아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시환은 “신들을 연기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웃겨서기도 하지만 공감하면서 웃는 부분들이 많다.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공감하는 민기와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연습실 분위기를 전했다.
강영석은 극 중 민기의 모습을 “악행? 패악질?”이라며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한 적은 없다. 비슷한 경험 중 그때 느낀 감정들을 녹여내려고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박정원은 “무릎 꿇거나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감하게 된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지질했는데 그때는 사랑이 아니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하다보면 지질함이 더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로맨틱코미디는 오글거려야 제맛?!
뮤지컬 ‘찌질의 역사’ 시연장면.(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히트 가요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제작발표회에서 윤일상 작곡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시작으로 ‘그러지마’까지 8곡을 시연했다.
“민기는 지질하기도 하지만 솔직해요. 요즘은 할 수 없는, 그 당시의 거침없는 용기를 가지고 있죠.”
3명의 설하를 연기하는 김히어라의 말처럼 배우들은 동시대에 향유하지 못한 히트가요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 그리고 극화된 캐릭터가 아닌 일상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연기를 감내(?)해야 한다.
“그냥 솔직하고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는 또 다른 설하 정재은의 호소처럼 배우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명세 감독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과 결혼, 기본은 같다”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 출연진.(사진제공=쇼빌컴퍼니) |
“시대적 사랑 표현은 다르지만 사랑, 결혼이라는 주제는 영원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말의 뉘앙스는 다르지만 기본은 같죠.”
18일 대학로 자유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 연습실 공개에서 원작영화의 이명세 감독은 30년이나 차이나는 청춘의 감성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는 故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정태영 연출의 진두지휘로 2PM 황찬성·김산호·이해준이 작사가 영민을, 신윤정·김보미·이아영이 아내 영미를 연기한다.
하지만 30년 전과 지금의 청춘 감성은 분명 다르다. 연습실 공개에서 시연된 장면들은 “연극적 문법을 찾는 데 편했다”는 이유로 시종일관 불러대는 ‘지니’(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기술)나 자칫 과장되고 오글거릴 수 있는 표현이나 동작들로 넘쳐났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조정석, 신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2014년 리메이크작도 원작이 가진 맛과 정서를 살리지 못하고 200만 관객을 겨우 돌파하는 데 그쳤다. 원작과는 다른,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를 가진 30년 전후의 뉘앙스를 어떻게 살리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