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허규(왼쪽)와 마리아 안유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코러스(도율희·황민수) 두분이 엄청 많은 걸 해야 해요. 대극장 합창을 둘이 채우고 있거든요. 노래를 하다가 역할로 빠져 들었다가 다시 극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들고 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정식공연과 대본·악보를 보며 대사를 읽고 노래하는 리딩공연의 중간 형태, 허규 말을 빌자면 ‘퓨전’ 장르인 낭독뮤지컬 ‘마리아 마리아’(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안유진은 코러스는 물론 다양한 역할까지 오가는 도율희·황민수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미래가 기대되는 코러스 도율희(왼쪽)와 황민수(사진제공=HJ컬쳐) |
“분량도 너무 많고 아직 어린데다 연기 경험이 적은 친구들이라서 진짜 어려워했어요. 멘붕이 오기도 했었죠. 첫 공연에서 바짝 긴장하더니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제 자신감이 붙었는데 공연이 끝나니 아쉬울 정도죠. 이들이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 기대돼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성경 속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를 마리아 시점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2003년 소극장용으로 초연돼 김선영, 차지연, 이영미, 정동화, 김찬호, 김대현 등이 크고 작은 역으로 거쳐 갔다. 이번 낭독뮤지컬은 2016년 HJ컬쳐가 변주한 대극장 버전의 압축본으로 마리아 역에 안유진·소냐(관람배우 순), 예수 역에 허규가 출연한다.
◇하찮은 역할의 최고봉(?) 허규와 공연계 걸크러시 안유진 “서로의 비타민이고 카페인!”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안유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닐 세다카의 곡들로 넘버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 초연에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숨기고 살아가는 게이브와 씩씩한 가수 지망생 로이스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각각 ‘비타민’이고 ‘카페인’이라고 했다.
“오빠의 게이브는 수수하다 못해 볏짚 같은 남자였어요. 쭉정이 같은? 하지만 그 쭉정이 안에 뭔가 있을 것 같은, 좀 덜 보여주는 느낌이었죠. 너무 순수하고 꾸밈이 하나도 없는, 그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이브였어요.”
이렇게 전한 안유진은 “오빠는 워낙 평화주의자인데다 해맑다”며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비타민 같다”고 표현했다.
“상큼한 건 아니니까 비타민 C는 아니고 B나 E 정도? 놀려 먹는 재미가 있어요. 같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편안해져요.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휘둘리질 않아요. 굉장히 예민해서 연습실에서 그걸 티 내는 배우들도 있고 의견충돌로 힘들 수도 있는데 오빠는 그런 사람들도 기분 좋게 할 정도죠.”
그리곤 “워낙 오픈 마인드인데다 소소한 재미도 있어서 같이 작업을 하면 팀 분위기가 좋아진다”며 “같이 작업한다고 하면 정말 반갑고 좋은 배우이고 작업을 같이 하기도, 인간적으로도, 술친구로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안)유진이는 카페인 같아요. 에너제틱하고 리더십도 있어서 제가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이게 해주는 각성제 같은 존재죠. 아이디어도 너무 좋고 리더십이 있어서 ‘이게 잘 될까’ 고민하고 있으면 ‘한번 해 보자’고 이끌어 줘요. 저는 나서지를 못하고 조용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그러질 못하거든요. 배우적 궁합으로는 상호보완적이죠.”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허규(왼쪽)와 마리아 안유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이렇게 말한 허규는 안유진에 대해 “공연계 걸크리시”라며 “같이 작업을 하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허규의 말대로 안유진은 남자 두명이 공연은 물론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커튼콜까지를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에 여배우로는 유일하게 캐스팅되기도 했다.
“다시는 안할 거예요. ‘트레이스 유’를 왜 남자들만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공연이 끝으로 내달릴수록 불안해지는 공포를 경험했죠. 게다가 전 록커도 아니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안유진의 고해성사(?)에 허규는 “그걸(트레이스 유)를 했다고? 대박일세”라는 감탄을 연발하며 “목소리랑 기운은 완전 록커”라고 말을 보탰다.
◇온통 뮤지컬 ‘타락천사’ 걱정 뿐인 허규, 당분간 휴식하며 작품 제작 준비 중인 안유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허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이렇게 향후 계획을 전한 안유진은 “쉬면서 라이선스 작품을 하나 준비 중”이라며 “쉬엄 쉬엄 제가 직접 번역해둔 대본이 있어서 프로듀서로서 그 작업을 하려고 한다. 에너지 충만하게 준비할테니 많이들 오셔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안유진의 말에 “멋있다”는 허규에 “음악감독이나 뮤지컬 작곡가로 활동할 계획이나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던지자 “저는 플레이어가 좋아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저는 무대 위에 서 있는 게 좋아요. 아니면 아예 PD로서 배역을 고민하고 세팅하고 싶은 꿈은 있어요. 하지만 지금 그걸 하기엔 제가 너무 게을러요. 그리고 지금 당장은 ‘타락천사’만으로도 벅차요.”
최근 차기작인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9월 4~11월 18일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이하 타락천사)을 연습 중이라는 허규는 중간 중간 한숨을 뱉어냈다.
“연습 첫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넘버가 가사에 반복이 없어요. 한 넘버가 6분, 악보 4, 5장이고 그래요. 완전 극한 넘버에 분량도 너무 말이 안되게 많아요.”
뮤지컬 ‘타락천사’는 천사 루카와 타락천사 발렌티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조수 쟈코모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로 2016년 초연 후 2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이다. 허규를 비롯해 양지원·홍승안이 타락천사 발렌티노를 번갈아 연기하며 초연부터 함께 해온 고훈정과 조풍래·장지후가 천사 루카에 트리플캐스팅됐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신흥무관학교’ ‘미인’ ‘최후진술’ ‘내 마음의 풍금’ ‘사춘기’ 등의 이희준 작가가 대본과 작사를 맡고 ‘헤드윅’ ‘이블데드’ ‘땡큐베리스트로베리’ 등의 손지은 연출, 이아람 작곡가가 힘을 보탠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예수 역의 허규(왼쪽)와 마리아 안유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새벽 5시에 깨고 그래요. 원래 예민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은 편인데…‘타락천사’는 진짜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흘러가는 노래들이 많아서 잘 안 외워지는데다 연기할 역할의 음역대가 저한테는 좀 낮은 편이에요. 익히는 것도 문제고 저한테 맞게 바꿔야 하고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고훈정의 설득으로 합류한 ‘타락천사’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 허규는 “여지껏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웠던 게 ‘마마돈크라이’였다. 그 후로 2인극은 안해야지 했는데…”라며 “일생일대의 위기”라고 아우성이다.
“11월 중순에 ‘타락천사’가 끝나면 놀러가는 게 계획이었는데 또 다른 작품의 출연 제의가 있어서 고민 중이에요. 일단 지금은 머릿속이 온통 ‘타락천사’ 뿐이에요. 연습실에 가면 한숨만 나올 정도죠. 집에 가서 공부해야 해요. 진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