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상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사진제공=HJ컬쳐) |
“예술가 이야기라서 인기가 많다기 보다 콘텐츠의 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꼭 1년 전 공연됐던 ‘빈센트 반 고흐’에 이어 지난 16일 ‘라흐마니노프’(11월 25일까지 중국 상하이 상극장)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했는가 하면 내년 베이징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랭보’의 중국 프로덕션이 2019년 상하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천재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와 그의 심리치료의 니콜라이 달(Nicolai Dahl) 박사가 소통하며 위안을 전하는 이야기다.
2016년 초연부터 2017년 앙코르, 올해 6월의 3연까지 함께 하고 있는 오세혁 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라흐마니노프 역의 박유덕·안재영, 달 박사 역의 김경수·정동화, 제3의 배우인 피아니스트 이범재의 호흡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내년 중국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랭보’(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라이브) |
◇#라흐마니노프 #랭보 #예술가 #한국뮤지컬
“랭보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마니아 팬이 많습니다. 이에 랭보를 소재로 한 뮤지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죠.”
지난 3일 TOM 1관에서 열린 ‘랭보’ 프레스콜에 참석한 왕소해 남경해소문화유한회사 CEO이자 중국 ‘랭보’ 프로듀서는 이렇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2016년부터 ‘랭보’에 대해 논의하고 쇼케이스를 같이 지켜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중국 관객들이 많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배우들이 중국어로 노래하는데도 어색하지 않아서 중국 관객들 역시 잘 받아들일 듯해요.”
왕소해의 전언처럼 라흐마니노프, 랭보와 베를렌느, 빈센트 반 고흐 등 실존하는 예술가들이 가진 인지도는 무대화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중국 프로덕션 제작감독 장인은 “예술가는 콘텐츠의 좋은 소재인 것 같다”며 “사실 라흐마니노프는 중국에서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예술가가 아니다. 클래식 애호가들만 아는 인물이지만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술가의 작품을 활용해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창작과정에서의 좌절, 환희 등 예술가의 심리변화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관객의 호기심을 끌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죠.”
중국 상하이 상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사진제공=HJ컬쳐) |
장인의 말대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 3번, ‘교향곡’ ‘보칼리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을 넘버에 녹여냈다. 더불어 1897년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초연된 ‘교향곡 제1번’과 ‘협주곡 1번’이 연달아 혹평을 받으면서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된 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의 도움으로 치유 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뮤지컬 ‘랭보’ 역시 ‘취한 배’ ‘하얀 달’ ‘초록’ 등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와 폴 베를렌(Paul Verlaine)의 주옥같은 시 27편에서 추린 시구로 넘버를 꾸렸고 서로에게 빠져든 시인들의 창작 고통과 성장, 치유 등의 과정을 따른다.
◇한국 뮤지컬 인기 “한국, 2인극, 예술가 등 취향 아닌 완성도의 문제”
뮤지컬 ‘랭보’ 중국 프로덕션의 랭보 취이(왼쪽)와 베를렌느 손도얼이 ‘하얀달’을 시연 중이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
‘랭보’ 중국 프로덕션의 왕소해 프로듀서는 “지난 2년 동안 소극장 규모의 남자 2인극이 많았다”고 중국 뮤지컬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왕소해 프로듀서가 수입했던 ‘쓰릴 미’도 함께 했었다”는 베를렌느 역의 손도얼은 “최근 몇년 동안의 소극장 뮤지컬 중 한국 작품이 많았다”고 말을 보탰다.
중국 ‘라흐마니노프’의 제작감독 장인도 “몇년 간 한국 중소극장 뮤지컬이 중국에 많이 진출했다. 음악만 쓰는 작품도 있었고 한국 창작진과 합작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부분은 한국 창작진이 참여하는 작품들의 완성도가 훨씬 높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번 ‘라흐마니노프’는 실제로 한국 창작진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창작진들이 원작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품 특유의 풍미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공연 중인 상하이 상극장을 찾은 중국 관객들(사진제공=HJ컬쳐) |
“최근 중국 뮤지컬은 작은 규모의 라이선스 작품과 큰 규모의 오리지널 공연 위주로 양분됩니다. 물론 대극장, 중소극장 규모의 중국 창작뮤지컬도 있지만 작품 편수와 이를 향유하는 관객 수가 아직은 적은 단계죠.”
이어 “현재의 중국 뮤지컬 시장은 2인극이 인기다, 예술가 이야기를 선호한다 등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인기를 얻는 단계”라며 “퀄리티 높은 공연들이 좀더 많아져야 취향에 따라 인기를 얻는 시장으로 발돋움할 것 같다. 지금 중국의 뮤지컬 시장은 퀄리티, 완성도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