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긴 터널 속 한국경제를 지탱시키는 내수 경제가 위태롭다. 가계부채는 급증하는 반면 가계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지갑까지 닫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나 급증했다. 이는 2008년 3분기(10.7%)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가계 소득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고 있다. 월평균 가구 소득은 2014년 4분기 2.4%, 지난해 1분기 2.6%, 2분기 2.9%까지 증가 폭이 확대되다가 지난해 3분기 0.7%(441만6000원)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득이 줄면서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3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0.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도 2010년 77.5%에서 2014년 72.9%까지 하락하고 지난해 3월 71.5%로 전년 동기 대비 1.0% 낮아졌다.
이는 소비성향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평균 소비성향은 수치가 높을수록 소비지출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푹 꺼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 22조원의 추경 예산을 투입했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개별소비세 인하, 민간 주도형 세일인 K-세일데이까지 진행하며 내수살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이처럼 지난해 이 같은 단기 진작책으로 올해 소비 몫까지 당겨 쓰면서 올해 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소비절벽을 막기 위한 내수진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도 내수급감에 대비해 올해 1분기에 전체 재정의 29.2%, 상반기에 58%를 투입키로 하고 집행계획을 짜는 등 소비절벽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러 악재 속에서 내수를 끌어올릴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수경제마저 지탱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가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저물가·저성장 체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 당국이 금융정책 완화와 해외투자 활성화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