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고영빈과 케플러 신성민의 “누구나 가끔 상상하지 않나요?”

김동연 연출·채한울 음악감독, 백승우 작·이유정 작곡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고영빈과 케플러 신성민
고영빈·박민성·정민, 신성민·신주협·정욱진, 김보정·나하나 출연

입력 2019-05-05 22:00

시데레우스 고영빈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선생님도 가끔 상상하지 않나요? 솔로곡 ‘살아나’를 부르기 전에 하는 케플러의 이 말에 일침을 맞는 느낌이었어요.”



뮤지컬 ‘시데레우스’(6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고영빈·박민성·정민,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고영빈은 젊은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신성민·신주협·정욱진)와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이 말에 대해 ‘뒤통수를 가격당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극 중 갈릴레오 입장에서 케플러는 어린 갈릴레오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전에 했던 연구, 그 연구를 어떻게·얼마나 사랑하게 됐는지…이미 동화돼 사회에 필요한 인물로 살아가는 갈릴레오에게 순수함을 일깨워 준 말이었죠. 그때부터 케플러가 마치 나(갈릴레오)인 것처럼 관심을 가지게 돼요.” 

 

시데레우스 고영빈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이렇게 설명한 갈릴레오 고영빈은 케플러에 대해 “거울처럼 투영되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와 케플러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수녀 마리아이자 갈릴레오의 딸 비르기니아(김보정·나하나)의 진실찾기 행보를 담고 있다.

케플러를 “나 자신”이라고 표현한 고영빈의 말에 케플러 역의 신성민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연구를 시작해 아웅다웅하면서 도움과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편지만 주고받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마지막에 저(케플러)는 말리러 오고 갈릴레오는 계속 해야한다고 하고 처음과는 입장이 바뀌잖아요. 그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도 같은 마음이구나.”

갈릴레이의 실제 저서인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에서 제목을 딴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백승우 극작·작사가, 이유정 작곡·작사가가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이후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부’ 시즌 4(2017년)에서 발굴돼 무대화에 이르렀다. 블랙앤블루 쇼케이스 당시 멘토였던 김동연 연출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난쟁이들’ ‘아마데우스’ ‘아이언마스크’ ‘무한동력’ 등의 채한울 음악감독이 힘을 보태 완성했다.


◇“진실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들, 갈릴레오와 케플러
 

시데레우스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갈릴레오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본인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 용기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고영빈은 이렇게 전하며 “제일 먼저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했다. 그 시대를 살아 본 적도 없고 갈릴레오라는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진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가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친 건 사실을 사실이라고 외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갈릴레오가 본 사실, 증명하고자 했던 진실은 평범한 사람들은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것들이었어요. 마리아의 말처럼 몰라도 상관없는 사실들이죠. 그럼에도 얘기하는, 그만큼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사람, 딸, 일에 대한 열정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사랑했고 세상을 아꼈는지가 느껴졌죠. 그것들을 하나하나 녹여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데레우스 고영빈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갈릴레오에 대한 고영빈의 설명에 신성민은 “케플러 역시 진실을 알고 발견하고 그걸 얘기하는 사람, 갈릴레오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라며 “이 극이 흘러가도록 갈릴레오에게 도전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어떤 존재를 상상하고 그걸 증명하고자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케플러는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자신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구로 갈릴레오가 진짜 죽을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면서 중간에 그만 해야한다고도 하지만 케플러는 솔로 넘버 ‘살아나’처럼 살아가는 캐릭터예요. ‘말도 안되는 일이라도, 말도 안되는 꿈이라도’ ‘결국 틀렸다고 해도’ ‘펼쳐진 여백 속에 상상들을 그리는’ 그런 사람이죠.”

케플러가 연루되지 않도록 마리아에게 편지를 태워달라 부탁한 갈릴레오, 그런 갈릴레오에게 “왜 혼자 책임을 지려하느냐” 울부짖는 케플러는 최근 불거진 세대갈등의 해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데레우스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신성민의 “서로에게 도전 계기를 만들어주고 본인도 상상하고 동등하게 입증을 위해 연구하고 책임지려는 사람들”인 두 사람은 밀레니얼 세대와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가 서로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는지를 고민하는 2019년 대한민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들이다.

“처음부터 그런 깊은 뜻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극이 흐르면서 (현재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랑꾼 갈릴레오를 닮은 고영빈, 케플러 같은 삶을 꿈꾸는 신성민

“괴짜성이나 무서움 등 성격이 아니라 처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저랑 많이 닮은 것 같아요. ‘1446’의 태종도 그렇고 ‘시데레우스’ 갈릴레오도 그렇고 결국 사랑이잖아요.”

갈릴레오와 닮은 점으로 ‘사랑’을 꼽은 고영빈은 “옛날에 어떤 선배님이 저한테 ‘넌 모든 작품이 사랑으로 끝나냐?’고 하신 적이 있다”고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제가 연기를 하면 모든 게 너무 따뜻하게 끝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안그래도 되는 작품까지도 따뜻하게 해피엔딩이 돼버리고 다 같이 눈물 흘리면서 푸근하게 끝난다고. 배우로서는 좀 딜레마이긴 한데 그런 부분이 갈릴레오랑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지컬시데레우스_갈릴레오(정민),케플러(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사진제공=랑)
  

신성민은 “케플러의 ‘선생님도 가끔 그런 생각하지 않나요? 저 멀리 뭐가 있는지 상상하지 않으세요?’라는 대사가 너무 좋다”며 “저 역시 말도 안되는 일, 꿈을 펼치는 케플러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훨씬 더 많은 꿈을 꾸고 상상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연차가 쌓여가면서 그런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껴요. 그래서 케플러의 ‘말도 안되는 것들에 대한 상상’이 되게 좋았어요. ‘시데레우스’는 처음에 비해 많이 사그라진 감정들을 다시 깨우는 계기가 된 작품이죠. 갈릴레오에게 케플러 같은 존재랄까요.”
 

뮤지컬 시데레우스 고영빈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그리곤 “어떤 것을 상상하고 연구하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케플러가 한편으로는 부럽다”고도 했다.


“픽션이지만 그 시대의 과학자들이 이런 생각을 분명해 했을 것 같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케플러가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져요. 케플러처럼, 그렇게 살기란 힘들거든요. 그때는 지금보다 그렇게 살기 더 힘든 시대였을테니까요.”  

 

이렇게 전한 신성민은 “케플러를 보며 다시 한번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매 작품 속 인물에 저를 접목시켜보려고 하고 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털어놓았다.

“매 작품 그렇지만 ‘시데레우스’나 케플러는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오는 작품 같아요. 제가 케플러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저도 궁금해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이 진행되면서 그 순간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상상을 진실로 증명하는 3단계
 

시데레우스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갈릴레오는 세 단계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처음 계기는 과학자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오만과 아집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케플러의 ‘우주의 신비’ 연구를 받아보고는 도전하고 싶었던 거죠. 잘못됐으니까.”

고영빈은 갈릴레오가 진실로 향하는 세 단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케플레에게 ‘더 이상 편지하지 마라’ 할 때까지는 도전 심리”라며 “접어둔 것에 대해 일깨워주는 ‘선생님도 상상하지 않나요?’가 두 번째 동기”라고 부연했다. 

 

“세 번째 극복해야하는 건 ‘비밀리에 하자’였어요. 죽기는 싫으니까요. 증명할 수 있다면 그때 알리든지 말든지 라는 심정이었는데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아낸 거죠.”  

 

2019042401010015838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제공=랑)

고영빈의 말에 신성민은 “케플러는 항상 의문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우주의 신비’ 연구도 중요했지만 결국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케플러는 ‘이게 정답이다’가 아니라 아닐 수도 있지만 진실을 찾아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그 마음이 갈릴레오와 맞았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있었죠. 그 마음이 갈릴레오의 종교재판이 끝나고도 ‘같이 다시 연구하자’까지를 관통하는 것 같아요.”



◇“케플러의 모형이 뭔가요?”부터 시작된 연습실의 질문 폭탄 

 

“주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케플러의 모형이 도대체 뭐냐’부터 지동설과 천동설이 뭐가 다른지 몇 시간 강의를 들었죠. 이과 출신의 조연출과 (김동연) 연출님, (이유정) 작곡가님은 연습실에 상주했고 군복무 중인 (백승우) 작가님이 휴가를 나온 일주일 사이에 폭탄 질문을 했어요.”

흡사 연습실이 과학강의실 같았다는 고영빈의 증언(?)에 신성민은 “케플러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좀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픽션’이 더 많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실제 관계는 어땠을까, 티코 선생님은 누군가, 유클리드 기하학은 뭔가 등이 궁금해지더라고요. 특히 유클리드 기하학은 제가 얘기를 해야 하다 보니 더 유심히 봤는데 정리가 잘 안돼서 애를 먹었죠.”

 

시데레우스 고영빈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이렇게 토로한 신성민의 말에 고영빈은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지만 배제시킨 이유 같다”고 말을 보탰다. 신성민은 “작품 개발 초반에는 대본에 과학적인 지식들이 많았는데 배우도, 관객들도 어렵게 느껴서 많이 삭제됐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과학적인 지식 보다는 상황과 관계,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 철학이 무엇인지에 집중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상대역, 조명과 무대 

 

2019042401010015836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사진제공=랑)

“상대 배역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영상하고 계속 연기하고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죠.”


고영빈의 말처럼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조명과 무대가 이야기의 또 다른 요소처럼 작용하는 작품이다.

 

눈을 연상시키는 전면 무대, 바닥에서 시작된 태양과 행성들이 그 중앙으로 움직이며 눈동자처럼 맺히는가 하면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책을 놓을 때마다 별처럼 빛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성민은 “연습을 할 때는 블루스크린 연기를 해야 했다”며 웃었다.  

 

“영상을 활용한 무대는 해봤지만 ‘시데레우스’ 같은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연습을 할 때는 진짜 블루스크린 연기를 해야했죠. 맨 바닥에서 뭐가 나올 거라고 하시는데 뭐가 나올지를 모르니까 ‘살아나’를 부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극장에 들어오고서야 무슨 말인지를 알게 됐죠.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신성민의 말에 고영빈은 “우리의 상상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저는 특히 한 발자국도 달라지면 안된다고 해서 힘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뭐가 중요하다고 꼭 여기 있어야 한다고 하는지, 왜 이 한 발자국도 허용이 안되는지…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움직임들이 생기거든요. 반드시 정해진 위치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분리된 공간, 하나의 마음

시데레우스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처음에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공간은 분리돼 있지만 마음은 하나로 가야 하는데 어디서 서로를 봐야 하는지, 어디서 관객들에게 눈길을 줘야 하는지 접점을 찾는 게 숙제였어요.”

마지막에야 대면하는 두 사람이 쌓아가는 마음과 진실을 향한 행보는 신성민의 말처럼 “분리된 공간, 하나의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케플러가 갈릴레오에게 ‘우주의 신비’에 대해 함께 연구하자는 제안을 담은 편지로 시작된다.  

 

시데레우스 고영빈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이후 두 사람은 다른 공간에 있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마음으로 진실을 향해 내달린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분명 교감하고 있지만 장소는 다르거든요. 연습을 할 때는 대사를 듣다가 관심이 가는 데서만 케플러를 봤어요. 그러다 보니 약속을 굳이 안해도 봐지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는 너무 관심이 많아져서 케플러를 자꾸 보게 되기도 했죠. 그래서 보고 싶은데 참는 연기를 하게 됐어요.”

고영빈이 전하는 서로에게 시선을 주는 지점은 김동연 연출의 정리로 안정을 찾았다. 시선 뿐 아니라 편지를 서로인양 혼잣말처럼 표현되는 대화 역시 흥미롭다.

“사실 상대가 없잖아요. 주로 대화하는 상대가 사실은 종이, 편지니까요. 그래서 편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케플러랑 대화를 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고영빈의 말에 신성민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정말 크나큰 산이었는데 (군복무 중 나온 휴가에 연습실에 온) 작가님을 만나고 해결됐다”고 귀띔했다.

“시범을 보여주시는 것도 아닌데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해결됐어요.”


◇고영빈의 행복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신성민의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

_CSY8426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신성민(왼쪽)과 갈릴레오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공연하면서 가장 행복한 노래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예요. 첫 발견을 하고 그 노래를 부를 때가 정말 행복해요. 그 노래를 신나게 잘 부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극의 중심도 잘 잡히는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를 꼽은 고영빈은 “사실 신기하게도 요즘 제일 생각나는 곡은 ‘완벽한 계산’이라는 빠진 넘버”라고 덧붙였다.

“멜로디가 자꾸 머리에서 맴돌아요. 리딩하면서 한번인가 불렀던 노래인데 케플러와 계산을 맞춰보는 내용의 넘버죠. 이상하게 자려고 누우면 그 곡이 계속 생각이 나요.”

시데레우스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고영빈은 최근 가장 생각나는 넘버로 원래 18곡에서 빠진 4곡 중 하나인 ‘완벽한 계산’을 꼽았다. 고영빈의 말에 ‘완벽한 계산’을 흥얼거리던 신성민은 “너무 오랜만에 뮤지컬을 하다 보니 어렵다, 쉽다 기준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성민은 2014년 ‘스프링어웨크닝’의 원작 희곡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주한 뮤지컬 ‘사춘기’ 이후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킬 미 나우’ ‘유도소년’ 등 연극 무대에만 서왔다.

“일단 소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뮤지컬이 너무 오랜만이라 노래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죠. 하지만 책임지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전한 신성민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를 꼽았다.

“마리아의 “세상 사람들이 왜 지동설을 알아야 하죠? 아무 이득도 없는데”라는 대사에 대한 대꾸였는데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잖아요. 그 모든 진실들이 우리한텐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지구가 돌든 말든, 지구가 중심이든 무슨 상관이야 할 수도 있죠. 그런데도 케플러가 ‘그래도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는데 울컥했어요. 이게 답이 아닐까 싶어 의미 있게 다가왔죠.“

신성민의 설명에 고영빈은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동의를 표하며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엄청난 부담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관객과 시대에 던지는 질문 “왜 진실을 마주해야 하나?”

시데레우스 고영빈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이 작품을 하면서 하늘을 되게 많이 봤어요. ‘내가 진짜 하늘을 안보고 살았구나’를 느꼈죠.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서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됐어요. 비가 오고 나서야 좀 보이곤 했으니까요. 그래도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제 하늘 좀 자주 보면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죠.”

신성민의 말에 고영빈은 “전 평소에 하늘을 잘 봤다. 운전하면서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집에서 출발해 도로에 진입하면 강하고 하늘이 보인다. 원래 하늘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되려 못 봤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여유가 없어서”라고 말을 보탰다.

“실로 오랜만에 잘해내고 싶은 작품을 만났어요. 그냥 이 사람, 갈릴레오가 너무 좋아요. 지금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담긴 캐릭터기도 하죠. 그가 추구했던 것처럼 진실은 진실이어야 해요. 진실이 거짓이 되면 안되잖아요. 진실들을 진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어요.”

이렇게 바람을 전한 고영빈의 말은 케플러의 “왜 진실을 마주해야 하나”라는 반문에 담긴 숨은 뜻 중 하나다. 그 반문에 대해 신성민은 “시대와 관객에게 던지는 건 맞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보탰다.

“그 뜻이 전달됐다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냥 따뜻하게 별 보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라고 느끼고 가셔도 돼요. 그렇게 마주 안아주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힐링이 되셨다면 그걸로도 감사한 일이죠. 같이 별 보러 와주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