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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시데레우스’ 고영빈·신성민 “마치 나를 보는 듯”…전혀 다른 매력의 갈릴레오와 케플러들

김동연 연출·채한울 음악감독, 백승우 작·이유정 작곡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고영빈과 케플러 신성민
고영빈·박민성·정민, 신성민·신주협·정욱진, 김보정·나하나 출연

입력 2019-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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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왼쪽)과 갈릴레오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언제부턴가 작품 속 캐릭터를 운명처럼 만나는 느낌이 들어요.”

갈릴레이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시데레우스’(6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고영빈은 갈릴레오를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갈릴레오의 실제 저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에서 제목을 딴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고영빈·박민성·정민,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와 젊은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신성민·신주협·정욱진)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수녀 마리아이자 갈릴레오의 딸 비르기니아(김보정·나하나)의 진실 찾기 여정을 담고 있다.

신진인 백승우 극작·작사가, 이유정 작곡·작사가의 작품에 ‘알앤제이’ ‘프라이드’ ‘신흥무관학교’ ‘어쩌면 해피엔딩’ ‘젠틀맨스 가이드’ 등의 김동연 연출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난쟁이들’ ‘아마데우스’ ‘아이언마스크’ ‘무한동력’ 등의 채한울 음악감독이 힘을 보탰다.

“어느 작품이든, 어떤 등장인물이든 시작 전부터 저와 닮아 있거든요. 대본을 받자마자 인물의 어떤 부분들이 저와 닮아 있다는 착각들이 들어요.”


◇깊은 삶의 표현 고영빈, 유쾌하면서도 예민한 정민, 음악으로 무장한 박민성의 갈릴레이
 

시데레우스 갈릴레오들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갈릴레오들. 왼쪽부터 고영빈, 정민, 박민성(사진제공=랑)

 

“정민이는 유쾌한 걸 좋아해요. 정민이가 하는 연기를 보면서 연습실에서 내내 웃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렇게 웃으면서 연습하기는 또 처음이었어요. 그 연기에 저도 모르게 동화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였죠. 그러면서도 감수성이 너무 예민해요. 너무 매력적이죠.”

정민의 갈릴레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고영빈은 박민성에 대해 “음악이 무기인 갈릴레오”라고 표현하며 “음악 안에서 드라마를 풀어내는 데는 최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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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음악이 무기다 보니 음정 하나, 리듬 하나만 틀려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요. 연습이니 안될 수도 있는데 민성이는 완벽하고자 노력하는 갈릴레오였어요. 연습부터 보고 듣는 재미가 있는 갈릴레오였죠. 저의 갈릴레오에 대해 바람이 있다면 좀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해요. 그 사람의 삶을 좀더 깊이 표현하고 싶어요.”


◇변화무쌍 신성민, 해맑음과 진지함의 공존 정욱진, 탱탱볼 위 신주협의 케플러
  

“(신)성민이의 케플러는 상대 배우에 따라 달라져요. 맞춰보기 전에는 모르는 면들이 있죠.”

이렇게 전한 고영빈은 “다만 위험한 건 상대를 잘 만나야한다는 것”이라며 “상대와의 시너지는 엄청나지만 전체적인 공연 자체가 한없이 깊고 짙어지거나 지나치게 경쾌하기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주협이랑 공연을 하다 보면 제가 탱탱볼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에요. 편한 의자가 아니라 탱탱볼에 앉아서 연기하는 느낌이죠. (정)욱진이는 ‘퍼니’(Funny)하고 해맑게 생겨서는 엄청 진지해요. 그게 너무 재밌고 매력적이죠.”  

 

그리곤 “세 케플러 다 예뻐요”라는 고영빈의 말에 신성민은 “(고영빈·박민성·정민) 형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케플러 동생들(신주협·정욱진)에게도 배울 게 많다”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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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들. 왼쪽부터 신성민, 신주협, 정욱진(사진제공=랑)

 

“주협이는 너무 상큼해요. 보면서 ‘내가 저렇게는 못하는데’ 싶고 너무 잘해요. 주협이 나이에 저는 그렇게 못했던 것 같거든요.” 

 

신성민의 말에 고영빈은 “나는 주협이가 나이 안들었으면 좋겠어”라며 ‘형미소’를 짓는다. 2014년 뮤지컬 ‘쓰릴 미’에서 같은 나(네이슨) 역할로 번갈아 무대에 올랐던 정욱진을 5년만에 만난 신성민도 “형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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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그때보다 너무 많이 성장해서 놀랐어요. ‘형들이 나를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죠. 동생의 성장을 바라보는 ‘형미소’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좋은 의미로 되게 이상해요. 체계적인 연극영화과 교육에서 오는 틀이라는 게 있는데 욱진이는 (연극영화과) 전공자임에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죠.”



◇따뜻한 김동연 연출과 신선한 신진 작가·작곡가

“첫 인사가 ‘드디어 만났군요’였어요.”

몇번의 캐스팅 제의가 있었지만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됐던 김동연 연출과의 인연에 대해 고영빈은 이렇게 말했다. 꽤 늦은 조우지만 그 만족도는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연출님”일 정도로 높다.

“말없이 작품을 잘 꿰어가시더라고요. 따로 따로 할 때는 의아하기도 한데 나중에 보면 딱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작품이 따뜻해요. 저도 따뜻한 걸 좋아해선지 너무 잘 맞아요.”

고영빈의 말에 2013년 연극 ‘환상동화’ 10주년 공연을 김동연 연출과 함께 했던 신성민은 “그때랑 똑같이, 여전히 시선이 따뜻하시다”고 동의를 표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백승우 극작·작사가, 이유정 작곡·작사가가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지원사업인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부’ 시즌 4(2017년)에서 발굴돼 무대화된 작품이다. 신진 창작자들과의 작업에 대해 고영빈은 “신선했고 약간의 책임감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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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고영빈(왼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신진 작가·작곡가 작품이니 배우 선배로서 잘해주고 싶었어요. 잘 만들어서 지속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과 의도를 잘 알고 싶어서 많이 친해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신인들이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처음엔 ‘진짜 얘기해도 돼요?’라고 묻곤 했을 정도죠. 하지만 싫어도 싫다 말하지 못하고 벽이 쌓이는 순간 작품이 잘 될 수가 없어요.”

고영빈의 말처럼 벽을 허물고 서로의 생각을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창작진과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 대 인간으로 알아가는 과정에 공을 들이는 작업이었다.

“특히 작가님의 대사가 구구절절해요. 한 마디로 해도 되는 말이 몇 단계로 표현되거든요. 아울러 진지하다가 ‘우하하’ 웃는 갈릴레오도 그렇고 풀리지 않는 숙제 몇 가지가 있었어요. 도대체 ‘왜 그럴까’ 했는데 작가님을 보곤 그 숙제가 풀렸어요. 작가님이 그렇더라고요. 작가님의 등장이 인물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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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군복무 중 나온 휴가기간 내내 연습실에 상주했던 백승우 작가를 보자마자 “갈릴레오인데?”라고 납득했다는 고영빈에 신성민 역시 “케플러인데? 했다”고 말을 보탰다.


◇“가끔 상상하지 않나요?” 진실을 모른 채 살았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갈릴레이의 시대에 진실이 바로 잡히지 않았다면, 여전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회전한다고 믿었다면, 지금까지도 그 시대 믿음대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이 같은 상상에 대해 묻자 고영빈은 꽤 단호했다.

“어떻게든 진실은 알려졌을 거예요. 눈앞에 보이는 현상들이 계속 어긋났을 테니 어떻게든 연구해서 밝혀냈을 거예요. 절기에 문제가 생기니 농사도 잘 안됐을 거고 굶어죽기 싫어서라도 연구했을 것 같아요.”

이어 “좀 늦어지거나 방향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어떻게든 밝혀졌을 것”이라 재차 강조하는 고영빈에 신성민은 “오히려 (신앙을 빙자한) 시대적 권력들 때문에 더 늦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아니었다면 더 빨리, 더 많이 알았을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지금도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고 있고 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인간의 알고자 하는 마음은 없어질 것 같지가 않아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처음이지만 마치 나를 보는 듯…“건강하게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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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외쪽)과 케플러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성민이는 ‘시데레우스’로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꼭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보는 듯하다는 갈릴레오 고영빈의 말에 케플러 신성민 역시 “영빈 형을 보면 제가 나중에 나이 들면 저렇지 않을까 혹은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너무 멋있는 형이에요. 나이와 연륜은 연기하면서 발휘될 수밖에 없구나를 느끼고 있어요. 연습실에서도, 무대에서도, 무대 밖에서도. 이제라도 형을 파트너로 만나서 너무 좋고 앞으로도 같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신성민의 바람에 고영빈은 “같이 연기하기 편하고 흡수도 빠른,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털어놓았다. 고영빈의 말에 신성민은 “그렇게 봐주신다면 저에겐 극찬”이라며 고영빈의 건강에 대한 염려를 털어놓았다.

“형이 요즘 허리가 안좋으세요. 형도, 저도 연기할 날이 더 많잖아요. 건강하게 오래도록 활동하시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제가 갈 길을 멋지게 닦아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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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 갈릴레오 역의 고영빈(사진=강시열 작가)

그리곤 “무대도 경사지고 마지막에 눕기도 해야 하고 움직임도 많아 걱정”이라며 “저희 작품에 재활페어(고영빈·정욱진)가 있습니다. 둘 다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신기하게도 공연할 때는 안아파요. 테크리허설(조명·음향·마이크·무대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맞춰보는 작업) 끝나고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하루를 못나왔을 정도였어요. 첫 공연을 앞두고도 몇 시간 전까지 아팠는데 무대에 서니까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제 몸이 아프니 성민이 건강도 걱정이 돼요. 성민이가 지금 가진 ‘좋은 배우’의 모습을 잘 지키면서 성장하면 좋겠어요. 아프지 말고.”


◇매작품이 유작인 것처럼

“무대를 하면서 이상한 고집 같은 게 있었어요. ‘음악 공부를 왜 해?’ 했거든요. 극에 몰입하다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수준들이 정해진다고 믿었고 극과는 동떨어지게 노래자랑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노래에 크게 욕심을 안 부렸는데 이젠 알아요. 구세대적인 발상이고 음악공부도 당연하다는 걸. 후회도 많이 했죠.”

고해성사(?)처럼 털어놓은 고영빈은 “앞으로 무대에 오를 날이 더 많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 안에서 얼마나 충실히, 부끄럽지 않게 노래하고 연기하느냐”라고 덧붙였다.

 

신성민
뮤지컬 ‘시데레우스’ 케플러 역의 신성민(사진=강시열 작가)

 

“성민이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연습실에서 리딩하면서 넘버를 부르는데 잘하기도 하고 목소리도 너무 좋더라고요.”

고영빈의 말에 2014년 ‘사춘기’ 이후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킬미나우’ ‘유도소년’ 등 주로 연극무대에 올랐던 신성민은 “사실 ‘시데레우스’가 뮤지컬 유작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형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또 열심히 뮤지컬을 해봐야겠다”며 웃었다.

“난 100편의 유작이 있어”라는 고영빈의 말에 “맞아요. 저도 매작품 유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대꾸하는 신성민.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한다.

“무슨 작품이든 최선 다해야 해요. 유작처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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