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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누군가 이 영화가 왜 300억이나 들었냐고 묻는다면!

[人더컬처] 영화 '한산:용의 출현',화려한 전투신 배우들의 연기 돋보이게 만드는 일등공신
'이순신 3부작' 만든 김한민 감독 "불의에 맞서는 '의'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

입력 2022-07-25 18:00 | 신문게재 2022-07-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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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학교 다닐 때부터 역사와 세계사를 유독 좋아했다. 학력고사 세대라서 대학에 입학을 결정짓는 우선 순위 과목은 아니었지만 점수는 늘 최상위였다.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역사적 순간들에 물음표가 있었고 파헤치기를 좋아했던 김한민 감독은 지금도 동창생들에게 “너 같은 범생이가 영화감독이 되다니?”란 말을  종종 듣는다. 작품을 내 놓고 쇄도하는 강의와 여러 인터뷰의 후일담이 ‘감독 아닌 교수’인 것도 어쩌면 그 말의 연장에 가깝다.

그만큼 재미보다 사실과 진정성에 무게를 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려 1761만명이 본 ‘명량: 회오리 바다’는 그 진심이 하나의 팬덤으로 방증됐다. 한국 박스오피스 최다 관객수 1위라는 위치는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큼이나 외롭고 힘든 자리였다. 엄청난 흥행 잭팟과 함께 ‘이순신 3부작’을 발표했던 그는 8년만에 ‘한산: 용의 출현’을 다시금 출정시켰다. 이 기세를 몰아 곧 김윤석 주연의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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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이 열렸던 대형 수영장을 촬영장으로 만들었던 ‘한산’ 촬영 현장.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작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한산’은 적선 47척을 격파하고 왜군 1만여명을 전사시켜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대첩’을 영화화한 작품. 생생한 학익진 전투와 더불어 평범하지 않은 거북선의 등장이 관람포인트다. 그래서일까. ‘한산’의 언론시사회는 사운드와 컴퓨터 그래픽에 특화된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 타워에서 진행됐다. 이날 김한민 감독은 취재진들에게 직접 쓴 편지와 함께 한정판 한산 맥주 두 캔을 준비해 “그저 즐겨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두 번째 영화인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해 “이 시기,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은 현시대에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자 키워드”라면서 “통합과 화합의 아이콘으로 중요한 지점에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Q 올 여름 가장 큰 텐트폴 영화다.  

“무엇보다 ‘이순신 영화를 왜 또 찍어’라는 이의제기가 안 나오길 바랐다. 사실 ‘명량’이 끝나고 ‘한산’ ‘노량’의 시나리오는 이미 나온 상태였는데 다시 면밀하게 고치고 수정하느라 7년이 훅 가버렸다. 전작이 ‘맨땅에 헤딩’이었다면 ‘한산’과 ‘노량’은 사전 시각화 작업이라 해서 콘티의 애니메이션화도 시도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스케이트장 4000평 세트장에서 전체 크로마키로 찍었다.”


Q 시각적 효과와 기술의 발전이 가득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전작보다 덜 한 느낌이다.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그 문제를 둘러싸고 두개의 파로 나뉘었다(웃음). 바닷바람도 맡고 짠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실 두 편을 연달아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제작비도 무시할 수 없었고 주 52시간 체재를 꼭 지켜야했다. 아쉽더라도 사전 시각화에 최선을 다하고 돈을 더 주더라도 고정 출연자를 관리하며 철저하게 찍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만족도도 전작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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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은 이날 감독의 딜레마에 대해 토로하며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내야 했던 것이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확장판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이순신 3부작’에서 모두 다른 배우들이 이순신을 연기한다.

“사실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니었다. ‘명량’을 찍고 나서 최민식 배우가 ‘이 작품으로 내 역할을 다 한 거 같다’고 하시더라. 반박의 이유가 없었다. 마블의  ‘아이언맨’ 주인공이 바뀌면 이상하지만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실존인물이니까. 그 연대에 맡게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바뀌어도 관객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 같았다.”


Q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지혜로운 장수를 뜻하는 지장(智將)이순신을 그린다. 박해일 캐스팅은 어떤 의미인가?

“박해일은 외유내강형 배우다. 겉으로는 순해 보여도 강직한 눈빛이 있지않나. 한산해전을 보면 정말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지는 해전이다. 철저한 전략 전술, 완벽한 진법에 대한 완성, 거북선의 운영 등 지략가의 모습을 잘 표현해야 했다. 수세의 상황에서 이걸 역이용하는 현명함을 지닌 젊은 이순신으로는 그가 적격이었다. 사실 박해일마저도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내가 어떻게 이순신을 하냐’고 부담스러워했는데 차 마시고 야구 캐치볼을 하면서 둘이 대화를 많이 나눴다. 꼭 박해일이라는 배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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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생생한 장면을 날 것 그대로 담아냈던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그렇다면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한산’이 깰 것 같나?

“흥행은 이미 내 선을 떠난 단계다. ‘한산’을 보든 ‘노량’을 본 관객들이 단지 자긍심이든, 유대감이나 연대감든, 용기든 그런 마음을 느끼기만을 바랄 뿐이다.“


Q 여러 시대에 성웅이 역사적으로 많은데 왜 하필, 이순신일까?

“고향이 순천이라 근처에 왜성터가 있었다. 그 옆에 충무사가 있었는데 지금도 어린시절 본 이순신의 초상화가 또렷하게 기억 난다. 그 정도로 강렬했다. 처음에 ‘명량’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성웅으로 으뜸인 존재라 ‘잘못 건드리면 후폭풍이 대단하다’며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저 ‘난중일기’ 속 이순신을 그대로 그리면 될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도 이 책을 자주 본다.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생활하며 쓰신 거라 그런지 잠이 안 올 때나 우울할 때도 읽을 때마다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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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소위 ‘국뽕영화’라는 논란도 있었다 

“사실 이순신에 대한 영화를 3부작으로 하고자 했던 것도 장군이 가진 매력과 마력, 진정성을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7년 전쟁의 역사를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지점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을 조명하고 싶다. 정치 외교사적인 측면을 강조한 작품으로서. 흥행에 욕심을 부린다면 국뽕이겠지만 이 시리즈는 진정성에 대한 영화다. 엣지있게 잘 표현하고 싶었다.”


Q ‘명량’은 개봉 당시 해외에서도 반응이 남달랐던 영화다.

“27일에 국내에서 개봉하지만 미국, 캐나다에도 동시 개봉된다. 최근에 계룡대에서 해군들과 함께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정말 반응이 뜨거웠다. ‘명랑’을 중·고등학교때 본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한산’을 보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곳에서 만난 해군의 높은 관계자 분이 ‘이 영화는 다른 나라 해군들이 정말 보고싶어할 거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이 해외에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정말 공감한다. 16세기 말에 이런 해전이 벌어졌다는 게 우리는 당연한 역사라고 생각하지만 자긍심을 느껴야 할 만한, 당시로선 누구도 엄두를 못 낸 엄청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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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의 제작비는 300억 정도.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구한 영웅인 동시에 ‘의’의 정신을 갖고 불의에 맞서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Q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거북선이 굉장한 포인트다. 우리가 평소에 알던 모습이 아니어서 놀랐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학자들에게 의견이 분분하다. 거북선 내부가 이층이다 복층이다 등 확인된 게 없어서 당시 해전 중 개연성 있을 법한 사실을 추론해 완성했다. 디자인이나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거북선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Q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에 대해 귀띔한다면?

“빠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설 연휴쯤 개봉을 조율 중이다. 관객들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대해 좀 더 감동하고 소중함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개봉일을 멀리 잡지 않았다. 그때는 선물로 한정판 맥주가 아닌 ‘난중일기’를 꼭 선물로 준비하겠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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