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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팬데믹에도 '가족의 힘'으로 환자·아이 모두 지켰죠"

[맘 with 베이비] ‘워킹맘’ 이승희 부천병원 산부인과 간호사

입력 2022-08-02 07:00 | 신문게재 2022-08-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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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부천병원 산부인과 간호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워킹맘들의 고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엄마이자 주부이면서 팬데믹 현장을 지켜야 하는 간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워킹맘들의 어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산부인과 간호사로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는 이승희 간호사를 만나 보았다. 그는 주변의 경력단절 여성을 보면서 그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경력 단절을 두려워 말고, 자신이 해 보지 않았던 분야라도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를 내 보라.” 저마다 가진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새로운 능력에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21년 차 간호사 이승희입니다. 15년 째 산부인과 전담간호사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 이겠지만 특히 산부인과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크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시기에는 모든 병원이 다 위기였어요. 저희처럼 3차 병원으로 분류된 코로나 지정 대학병원은 응급 환자들을 조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코로나 감염자들을 돌보려면 병원 내 모든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야 하기에 다른 과들도 모두 어렵고 힘들었을 겁니다. 다만 임부의 면역력이 약하고 일반인들에 비해 더욱 세심한 케어가 필요한 부분이 어려움일 수 있습니다. 임부의 컨디션은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출산이 임박하는 시기가 오면 항상 응급 대기상태라고 봐야 해요. 이러한 임부가 코로나 감염자라고 한다면 당사자도 저희 의료진도 많은 고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부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 구급차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 임부가 열이 나서 진료가 시급해도 격리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진료조차 볼 수 없는 경우, 자연분만을 기다리는 막달 임부가 48시간 이내 코로나 검사 결과가 없으면 입원이 되지 않기에 진통이 진행돼도 빠르게 입원할 수 없는 경우 등 이런 소식들이 너무 많이 들려 왔어요. 그때마다 의료진으로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산부인과 의료진들의 어려움은 많은 경험의 시간을 통해 축적되는 노하우와 병원 전체의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갈수록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로 전환돼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료진들도 낯설고 두려웠던 신규 전염병에 대해 자신감과 침착함이 생기면서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오더라도 대처 또한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 간호사로 엄마로, 펜데믹 기간 중에 아이나 가족들에게 많은 부담이 됐을 텐데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었나요.

“이런 팬데믹 상황은 전 세계가 고통스러웠던 경험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을 거예요. 비록 의료진이라 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매 순간이 불안하고 힘들었죠. 특히 초기에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주변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불안함의 대상이었어요. 당시 분위기는 의료인이 감염됐을 때 죄책감마저 드는 시기였기에 부담감이 더 컸습니다. 많은 분들처럼 저와 우리 가족도 열심히 사전 예방을 했지만, 결국엔 오미크론을 빗겨 갈 순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가족들과 똘똘 뭉쳐 현명하게 잘 극복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의료진 가족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스로 몸을 아끼지 않고 현장에서 희생해가며 일하신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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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부천병원 산부인과 간호사

- 아이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을 텐데, 워킹맘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지낼 수 있었나요?

“아이도 저도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생으로, 저는 학부모로서 처음 경험하는 중요한 시기를 비대면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맞다 보니 힘들고 불만이 컸어요. 저 대신에 아이를 돌봐줘야 했던 제 어머니, 아이의 외할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비대면 수업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어른들의 몫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빠른 적응과 의욕을 보이고 당연한 듯이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특수한 상황으로 조금 빠르게 경험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대면 수업에 대처하는 저만의 노하우는 그동안 없었습니다. 다만, 힘들었던 경험들이 쌓여 저와 다른 워킹맘들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비대면 수업은 확실히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었거나, 일과 가정 모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이 땅의 워킹맘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월급제 직장인들과는 다른 자영업자분들, 특히 그 중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분들께 일단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수많은 난관에 코로나 시기까지 겹치면서, 꿈은커녕 그저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견뎌냈고 앞으로도 견뎌 나가야 하는 분들께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고 앞으로도 조금 더 기운을 내서 버티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현재 경력 단절 여성들이나 맘들에게 가장 드리고 싶은 조언은 어떤 것인지요.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적·공적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은 늘 절감합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구요. 아이를 낳고 나이도 들고, 예전에 하던 업무와 다년간의 거리가 생기고 이런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제 주변만 해도 정말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친한 친구는 십 년이 넘게 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왔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 그리고 들어버린 나이로 인해 지금은 경력 단절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게 낯선 분야에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결과마저 좋지 않습니다. 출산 후 몇 년간 일을 쉬며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들의 경력을 모두 무시하고 경력 단절이라는 주홍글씨로 가둬두는 게 맞을까요? 사회가 강요한 선택이지 여러분 잘못은 없습니다. 절대로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경력이 단절된다면 결혼과 출산을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긴 호흡으로 다른 분야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회로 복귀하는 그날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생소한 분야라도 상관없이 있으니, 두려워 말고 준비를 해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세상이 경력 단절녀라고 부른다면, 비웃으며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꺼내 다시 등장하는 것이지요.”


-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제게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제 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제 엄마가 제게 그랬듯이 저도 제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 끝없는 사랑 등의 감정이 아닐까요? 살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돈도 벌고 노후도 준비해야 하지만, 아이 성장을 방치한 상태로 내 삶을 살아갈 수는 없겠지요. 긴 시간을 출산과 육아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사회로 돌아가 내가 주가 되어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직업을 처음부터 세심히 준비해 가시길 권유합니다. 출산 전의 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새 분야를 개척해나갈 준비가 필요한 것이죠. 세상이 우리를 워킹맘으로 부르는 것이 옳은지 의심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런 프레임으로 ‘육아와 일에 대한 책임을 워킹맘에게 국한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함께 가정을 지켜나가고 서로 더불어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독자분들에게 언제나 서로 격려가 되고 도움이 되어주며 함께 헤쳐 나가자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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