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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엔쿠엔트로스 LA 2022’ 구스타보 두다멜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음악을 함께!”

입력 2022-08-0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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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쿠엔트로스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Photo by Maria Romero

 

“음악은 만남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서로의 연주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과 영혼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변화가 무대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게 어린 연주자들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을 경험하죠.”

전세계에서 모여든 100명의 젊은 음악가들(18~26세)과 엔쿠엔트로스(Encuentros 만남, 7월 19~8월 5일, 이하 현지시간)를 진행 중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는 7월 28일 진행된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엔쿠엔트로스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의 아내 마리아 발베르데(Maria Valverde)가 이끄는 두다멜재단과 LA필하모닉이 2주간 진행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 및 음악 훈련 프로그램이다.  

 

꿈의오케스트라 박은수 단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지역 졸업단원인 박은수 양이 엔쿠엔트로스에 참여 중이다
2주간의 오케스트라 트레이닝 페스티벌을 비롯해 2일에는 할리우드볼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엔쿠엔트로스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부안지역 졸업단원인 박은수 양이 참가해 의미를 더한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


Q 음악가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나. 참가자들은 어떤 재능에 주목했는가.

발베르데
우리 재단은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받아 운영되는 전 세계 모든 음악 프로그램에 연락을 취했다. 두다멜 지휘자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실시되는 엘시스테마 관련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서 역량 있는 후보를 선발했다.

두다멜 전 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는 청년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참가자들은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국적이나 서로의 다름에 상관없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이것이 엔쿠엔트로스가 추구하는 목표다. 음악은 전문 지식이나 기교를 넘어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자 아름다움과 성찰, 협력, 조화로 나아가는 수단이다. 그 점이 매우 흥미롭다. 다행히 우리는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Q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소감은 어떤가? 어려움은 없는지.

두다멜
언제나 고충은 있다. 코로나시기에 개최하다 보니 어떻게 함께 만나고 교류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단순히 좋은 음악을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에서 모인 사람들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하지만 리허설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배우려는 열정, 서로를 이해하고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서 연주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대단하다.

발베르데 22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서로 언어가 다르지만 함께 소통하고 연주하다 보면 결국 음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 리허설 과정에서 서로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우리도 참가자들에게 많은 점을 배운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성장할지에 대해 배운다는 점에서 지식 교류의 시간이라고 하겠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사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에게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 속한 연주자들과 교류하는 기회이다. 모두가 더 나은 음악가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다.

두다멜 도전이나 어려움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Q 사회적 영향을 끼치는 도구로서 음악이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

엔쿠엔트로스 구스타보 두다멜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중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Photo by Maria Romero


두다멜 마에스트로 아브레우는 예술과 문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빈부, 계층,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접근권이 주어져야 한다. 음악과 예술,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은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다음 세대에 매우 중요하다. 아브레우 선생님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자기 소리만 낼뿐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려면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시민이 되고 더 나은 공동체가 형성된다. 참가자들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서로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조화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행동이 큰 의미가 있다.

발바르데 음악을 떠나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발견하고 음악에 대한 확신을 되찾는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두다멜 일부 음악학교 프로그램은 음악을 사회적 행동의 도구로 사용한다. 문을 개방하여 모든 사람에게 음악 연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동안 오케스트라 연주는 물론이고 등교조차 어려울 때가 많았다. 무언가를 배우는 공간을 제공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Q 향후 5-10년 계획이나 목표는?

두다멜
우리는 도전을 좋아하고 큰 꿈을 지향한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바르데 매년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하고 싶다. 10년, 20년 뒤는 너무 먼 이야기라 잘 모르겠지만 더 많은 지역사회에 리더들을 세우고 싶다.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로 벌써 6일차인데 자녀의 대견한 모습에 뿌듯해 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두다멜 다양한 지역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면 좋겠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필하모닉의 프로젝트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본 프로젝트는 노벨상 시상식을 계기로 처음에는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칠레, 멕시코, 스페인에서 개최되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다음 프로젝트는 뭐가 될까 생각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Q 엔쿠엔트로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사진
엔쿠엔트로스 디즈니홀 리허설 Photo by Maria Romero

 

두다멜 노벨상 시상식 축하연주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게라도 함께 무언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노벨상 수상자 등 여러 지식인들과 대화하는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발바르데 첫해 참가자는 59명이었고 지금은 104명으로 늘었다.

두다멜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시작은 작게!” 나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면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는 편이다. 그게 중요하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물론 2주 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시작이 큰 의미가 있다. 엔쿠엔트로스 프로그램은 매우 포용적이고 영향력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향한 여행을 넘어 음악 고유의 정신을 향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2주에 걸친 오케스트라 훈련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연주회에서는 젊은 작곡가 지안카를로 카스트로 도나에게 의뢰한 작품이 초연될 예정이며 그래미상을 수상한 재즈 보컬 겸 베이스 연주자, 작곡가인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참여한다. 연주회는 2022년 8월 2일 할리우드볼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바르데 다양한 시청각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배우는 워크숍을 비롯하여 음악과 인간관계를 통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를 배운다.

두다멜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면 기술적으로 치우지기 쉽다. 우리는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말을 듣고 자신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가르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 먼 곳까지 왜 배우러 왔을까? 이 모든 음표가 무슨 의미인가? 나는 왜 연주자가 되었는가? 이토록 많은 질문이 있지만 우리는 그 질문을 무심코 지나칠 때가 많다.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고민해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청소년기일수록 철학적, 심리적, 음악적 사고 과정을 통해 이런 의문들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발바르데 처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게 되면 자기 악기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인지해야 한다. 각 개인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야 비로소 그들이 속한 공동체, 즉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완성된다. 오케스트라는 온갖 두려움, 문제, 결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공동체이다.

두다멜 정신건강 상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주지할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있고 경험과 현실이 있다. 그 모든 걸 뛰어 넘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작곡하고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주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하는 것, 그래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정신과 감정의 균형 등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에 대한 방안은.

발바르데
음악을 넘어 인간의 웰빙과 관련된 문제이다. 음악은 연주자의 경험이 발현되는 것이므로 음악이 주는 정서적 안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다멜 청소년들은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장차 지도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지금은 지휘자가 된 나 역시도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하면서 나와의 다름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오케스트라는 상호작용, 존중, 경청이 필요하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요소이다. 음악이라는 도구 안에는 지역, 사람,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바로 모든 연주자의 손에 있다.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이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장벽이나 장애물 없이 하나의 아이덴티티 아래 모이는 오케스트라. 이것이 지도자나 리더십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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