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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정재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궁금하다!

[人더컬처] 영화 '헌트'로 범상치 않은 연출력 선보인 이정재
"출연 거절(?)해준 배우 정우성,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

입력 2022-08-08 18:30 | 신문게재 2022-08-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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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출작 영화 ‘헌트’를 들고 돌아온 이정재 감독.(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느리고 고된 시간이었다. 4년간 틈틈이 고쳐 쓰면서 무려 6편의 영화를 찍었다. 처음엔 그저 판권을 샀을 뿐 연출까지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각색을 맡았던 작가가 바뀌고 물망에 올랐던 실력파 감독들조차 고개를 젓기 일쑤였다. 그렇게 영화 ‘헌트’는 배우 이정재에게 메가폰을 쥐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굵직한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묵직한 시나리오이자 당시 충무로에서 ‘남산’이라고 불렸던 작품이었다. 

이정재는 각본, 촬영 뿐 아니라 주인공으로도 나선다. 오랜 절친 정우성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난 건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정우성은 ‘헌트’의 주연을 무려 4번이나 거절한 전력(?)이 있다. 제작자와 감독 모두를 미리 경험한 선배로서 자신이 ‘감독 이정재’에게 또 다른 중압감이 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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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는 오는 10일 개봉한다.(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사실 그동안 4년에 한번 꼴로 우리 둘을 내세운 시나리오와 작업을 제안받거나 진행되긴 했어요. (정)우성씨(두 사람은 동갑이지만 여전히 서로 존댓말을 하는 사이다)와의 암묵적인 합의는 ‘2번째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었어요. 영화계에서도 ‘언제 한 화면에서 보느냐?’며 재촉이 끊이질 않아서 나름 부담도 컸고요. 세월이 흐른 만큼 섣불리 작품을 선택할 수 없었달까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1980년대 아웅산 테러와 이웅평 월남 사건을 재해석하며 현대사의 비극을 아우른다. 이정재는 해외팀 소속의 브레인 박평호 역할을 맡았고 정우성은 5.18을 겪은 군인 출신 국내파 요원 김정도로 나온다. ‘헌트’를 찍으며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수많은 감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중 ‘젊은 남자’를 연출한 배창호 감독은 그가 “영화적인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따르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감독으로서 보여준 행동, 독창적인 특징들이 ‘헌트’를 찍으면서 이정재에게 다시금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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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와 정우성’의 조합은 수많은 배우들의 스케줄을 ‘헌트’활영장에 집중시켰다.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보는 재미를 높인다.(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데뷔 30년차인데 그 당시만 해도 ‘배우가 연출을?’ 혹은 ‘제작을 한다고?’ 하는 시각이 있었죠. 극장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찍은 ‘늑대와의 추억’을 비롯해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봐 왔는데도 감탄만했지 연출을 할 엄두는 내지 않았죠.”

그 ‘선’을 넘기까지와 과정은 느렸고 상상 이상으로 고단했다. ‘남산’이 가진 주제가 묵직한 만큼 당시 만나던 감독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고친 시나리오 수정본만 16고가 넘었기 때문이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찍고 ‘보좌관’ ‘사바하’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촬영장 이동 중에도 계속 써내려갔다. 그 작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해외 로케이션과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마무리 될때까지 계속됐다. 당시 ‘공작’을 찍고 있던 제작사 사나이픽쳐스의 한재덕 대표는 “이렇게 꼼꼼하게 고쳤는데 차라리 당신이 찍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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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스틸컷.(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목이 ‘헌트’로 바뀌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건 인물 설정이에요. 정통 스파이물로는 요즘 관객들의 흥미를 못 끌 거란 판단에 기능적으로 액션신을 잘 녹여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작비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고 그 간극을 채우는 건 멀티캐스팅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평호와 정도를 투톱으로 두고 연기파 배우 전혜진, 허성도, 고유정이 맡은 캐릭터를 메인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조직에서 실세로 군림하는 두 남자와 그 라인들의 기싸움, 실내 총격신까지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긴장감은 ‘헌트’를 기대 이상의 스파이 영화로 완성시켰다. 흡사 ‘핑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급 두뇌싸움을 보다가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보여준 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카체이싱부터 대규모 폭파,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다채로운 액션까지 보여주며 첩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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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선보인 뒤, 비행기에서 곧바로 수정에 돌입했다는 이정재.그는 “칸에서 30% 정도 외국 관객들이 한국 정치를 잘 몰라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국내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더라”며 타고난 연출DNA를 발산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사실 이정재는 다른 배우들에게 ‘후배’라는 말을 안쓰기로 유명하다. 그는 “문화 비즈니스일수록 자기의 능력치를 모두 끌어내어 ‘다 같이’ 작업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이나 경험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언제가부터 연차가 되는 동료들끼리 서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할 뿐 경쟁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문화와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게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그 콘텐츠들 사이에서 함께 먹을 수 있는 따듯한 밥솥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에 더더욱 이 솥이 더렵혀지거나 온도가 떨어져서는 안되는거죠. 나는 맛있게 밥을 먹었는데 누군 찬밥을 먹게 할 순 없는 거잖아요. 우리끼리라도 아낌없이 이 밥을 먹고 힘을 내 해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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