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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견자단이 롱런하는 이유… "연기는 스포츠 아냐"

[人더컬처] 1인 4역 맡은 '천룡팔부: 교봉전' 위해 내한
"한국영화의 힘 남달라, 협업 언제나 환영"
"클래식한 원작에 현대식 액션 녹여내기 위해 고군분투"

입력 2023-01-30 18:00 | 신문게재 2023-01-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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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자단은 13년만의 내한 인터뷰에서 “정의롭고 약속을 지키고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게 좋은 사람의 기본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신조를 밝혔다. (사진제공=컨텐츠리)

 

“영화에는 특유의 언어가 있습니다. 장벽은 없다고 봐요.”

단호한 한 마디였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으로 내한한 그는 키아누 리브스와 호흡한 영화 ‘존 윅: 챕터 4’를 염두한 듯 한국과의 협업도 고대하는 눈치였다. 

같이 하고픈 배우를 ‘콕 집어’ 말해 달라 해도 “이 일을 40년 해오며 깨달은 건 좋은 배우라면 언제든 만난다는 사실”이라면서 “톰 크루즈도 대역없이 비행기에 매달리는데 나도 할 수 있다. 몸은 내가 더 좋은 것 같지만”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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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대해 “영화인의 숙명”이라고 밝힌 그는 내한 직후 SBS ‘런닝맨’, KBS 1TV ‘아침마당’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제공=컨텐츠리)

주연, 감독, 제작, 무술감독까지 무려 1인 4역을 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에서 그는 교봉 역할을 맡았다.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이 갈등을 겪던 시기 누명을 쓰고 거지 패거리 개방의 우두머리에서 쫓겨난 교봉은 무협소설 대가 김용의 ‘천룡팔부’ 속 인물이다. 관직과는 거리가 멀지만 타고난 무공과 의리, 약속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1984년 영화 ‘소태극’으로 데뷔한 견자단은 활동 초반 성룡과 이연걸의 존재감에 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용문객잔’ ‘칠검’ ‘엽문’ 시리즈를 비롯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뮬란’ 등에 출연하며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에도 안착했다. 

다국적 인종이 모인 곳이지만 유독 아시아인들에게 스테레오 타입(고정된 견해와 사고방식)의 역할만이 주어질 때 무술지도를 비롯해 제작과 주연까지 겸하며 61세가 넘어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올 상반기 공개를 앞둔 ‘존 윅 4’을 언급한 견자단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제 팬이라며 함께 하자고 먼저 연락을 했다. 그 역시 배우이자 무술감독출신”이라면서 “하지만 캐릭터에 있어서는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를 따르지 않았다. 제 생각을 더 많이 전했고 함께 상의해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매 작품 자신의 의지가 담긴 캐릭터를 완성하고자 최선을 다한다”고 고백했다.

정식 개봉에 앞서 무대인사 행사에 참석해 “제 원칙과 위배되는 배역은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인터뷰 내내 “정의감은 기본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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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교봉전’의 촬영현장 . 감독의자에 앉아 현장 모니터를 하고 있는 견자단. (사진제공=컨텐츠리)

 

영웅 역할만 고집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이 쪽일을 하다 보면 살인마, 마피아, 변태 등 많은 감독들이 다양한 역할을 부탁하는데 제 원칙과 위배된다면 확고히 거절해왔다. 배우로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본다면 아무 역할이나 할 수 없었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내 자녀와 후손에게 어떤 걸 남길지 항상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성공과 기쁨만 있지 않다. 좌절도 있지만 내 최종 목표는  영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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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이틀만에 바로 영화 홍보 일정으로 인해 홍콩으로 출국해야 했던 그는 “한국에서 호텔과 무대인사,인터뷰만 하다가서 아쉽다.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도 먹었는데......”라고 아쉬워 했다.(사진제공=컨텐츠리)

‘천룡팔부’는 무협소설의 창시자인 김용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로 이어지는 ‘영웅문’ 시리즈, ‘녹정기’ 등 전세계 3억부 이상 판매 부수를 올린 김용의 세계관은 유독 심오하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도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내 무협 팬들에게는 ‘신의 필력’이라 칭송받기도 한다. 무협지 특유의 의리와 배신, 절세미녀를 비롯한 출생의 비밀은 여전하다. 

 

하지만 한때 가족보다 더 가까운 형제 사이였어도 현생의 인생을 끊고 원망하지 않겠다는 ‘절연’의 술잔을 기울이는 신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특히 견자단이 연기한 교봉은 김용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억울한 삶을 산 인물이다. 그를 비롯한 주변인들까지 모두 비극으로 끝을 맺은 유일한 인물이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김용의 세계관은 인물과 내용이 복잡 다단해서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원작 그대로 영화로 풀어내기 보다는 요즘사람들의 환상을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교봉은 한다면 하고 약속한 것은 지킵니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하늘에 우러러 떳떳한 삶을 살려고 하잖아요. 수많은 압박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하고 인간관계는 어려워지고 있어요. 사실 무협과 현대사회는 미묘하게 공존하는데 저로선 좀더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견자단은 자신이 액션스타로만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린시절 고향을 떠나 미국에서 10대를 보내고 돌아와 홍콩과 중국에서 영화를 시작한 경험은 직업적인 제한을 두지 않는 도전적인 성격의 밑바탕이 됐다. 그는 “관리만 잘 된다면 액션 배우로서 생명도 길어질 수 있지만 연기는 스포츠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쿵푸 액션에는 어느 정도의 틀이 있어요. 일종의 교과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무협 액션에는 고증이 필요하죠. 하지만 현대적 액션은 음악으로 치면 일종의 재즈이자 프리스타일이랄까. 한국관객들이 그저 화려한 액션이 아닌 견자단이 가진 연기적 록(the spirit of rock)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그 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거에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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