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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신간] 이케가미 아키라 <모르면 창피한 세계 대문제>

입력 2023-02-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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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중국과 긴밀하다고? … 바이든은 왜 미국서 인기가 없을까?

 

 

 

외신을 접하다 보면 ‘왜 그러는 거지’하며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간 <모르면 창피한 세계 대문제>는 그런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 문제를 이해하려면 ‘교양의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짜 동영상이나 딥 페이크 합성사진이 난무하는 요즘,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구촌 여러 나라의 관문이 닫혔고, 서플라이체인이 망가지면서 경제는 침체와 인플레이션 수렁에 빠졌다. 2022년 2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서방 세계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전쟁이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중국의 거센 도전으로 미·중 간 패권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일본 NHK에서 쉬운 뉴스 해설로 큰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그가 전 세계 각종 이슈와 그 미래를 쉽고 확실한 데이터 등을 기초로 정리한 이 책은 일본에서 2022년 6월에 출간돼 2023년 1월까지 220여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미국의 정세, 코로나19 전후의 세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내막과 결말, 미·중 간 패권 다툼, 흔들리는 유럽, 세계의 불량국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보이는 일본, 타이완 침공 가능성 등을 폭넓게 다뤘다. ‘얕고 넓은 지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연유와 맥락을 제대로 잡아 알려준다는 점에서 유익성이 크다.  

 

저지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소련 붕괴 후 동서 냉전이 종식된 후 구미(歐美)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개편하겠다는 푸틴의 의지가 반영된 사건이다. 세계는 러시아를 포악한 국가라고 보지만 러시아 처지에서 보면 서유럽의 공격으로 엄청난 곤경에 처했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잊을 수 없으며, 러시아는 늘 이런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래서 자국 주변에 완충지대를 만들어둬야 한다는 구상 아래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 러시아 국토의 대부분이 한대 지역이기에 1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을 탐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공격했다면, 러시아라고 해서 우크라이나를 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진작에 문호를 열어 ‘위드 코로나’를 선택했더라면 서플라이 체인 붕괴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손실을 줄일 수 있었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코로나 청정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존심 강한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입하는 대신 자국에서 개발된 예방효율이 극히 떨어지는 백신을 고집한 게 컸다. 일부 개발도상국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백신 외교’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서플라이 체인 붕괴의 한 요인은 코로나19 유행 중 중국의 항구에서 화물이 출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들어오는 컨테이너도 봉쇄했고, 수출할 게 없어 싣고 나갈 배도 없었다. 컨테이너가 중국에서 발목이 묶이면서 전 세계는 한동안 컨테이너 부족난을 겪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노 코로나’ 정책은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을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만들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인기가 없고,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가 불투명한 이유도 설명한다. 우선, 공화당이 ‘반(反) 민주당’으로 일치 단결하고 있는데 반해, 전통적으로 중도좌파를 걸어온 민주당에는 좌파와 시장경제주의자가 공존하는 등 당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원의원도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버지니아주 등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도 점차 공화당에게 빼앗기는 형세라고 분석한다. 다음으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할 때 우왕좌왕하고 졸렬한 모습을 보인 게 미국민의 뇌리에 각인돼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튀르키예(터키)는 유럽이 될 것인가, 친러 국가가 될 것인가에 관한 분석과 전망도 흥미롭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이지만 러시아제 방공(防空)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는 바람에 동맹 관계의 미국과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NATO 가맹국들과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경제 음치 대통령 에드로안 대통령은 최근 2년간 물가가 폭등하는데도 금리를 낮춰 경제난을 부추겼다. 과거 정교분리에서 지금은 종교(회교)우선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튀르키예를 세계 10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의외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거액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서 핵심 국가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구소련이 우크라이나 세바스토폴의 조선소에 짓다가 만 것을 홍콩의 사업가가 해상 카지노로 개조하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속이고 사들여 중국 해군에 넘긴 인연이 있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에 관한 데이터와 미래 분석도 눈길을 끈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종신황제’의 대관식을 가졌다. ‘제2의 마오쩌둥’이 되려는 그가 지향하는 목표는, 중국인 모두 잘 살게 하는 ‘공동 부유’다. 이에 부를 축적한 사업가들에게 국가에 재산을 기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이 이미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워 자본주의의 단맛을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부유층이 탈(脫) 중국을 고려하고 있다. 

 

 

 

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이정용 옮김, 종문화사.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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