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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데믹에 은행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릴레이, 문제없나

입력 2023-04-02 10:20 | 신문게재 2023-04-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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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지주
주요 시중은행들 (사진=각 사)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뱅크데믹(은행+팬데믹) 우려 속에서 국내 은행들이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코코본드(상각형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콜옵션) 행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콜옵션 행사와 차환발행을 동시에 진행하지만, CS 사태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콜옵션만 계속 행사할 경우 자본비율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없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약 4조5795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한다. 지주 및 은행들은 대체로 행사일에 맞춰 조기상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있다는 점은 채권을, 만기가 길고 연장이 가능하며 손실을 흡수하는 역할 등은 주식을 닮았다. 바젤Ⅲ에서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어 은행과 금융지주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해 왔다.

CS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우리은행은 오는 25일 행사일이 도래하는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4월 이후는 7월 4000억 원, 11월 2000억 원 등 올해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이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와 은행은 당분간 신종자본증권을 별도로 발행하지 않더라도 건전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모든 콜옵션 행사 시점에 맞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10월 1800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11월 296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월에도 2000억 원 규모의 콜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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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은 7월에 3500억 원, 농협금융지주는 6월에 2190억 원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일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것임을 밝힌 농협은행 관계자는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 급등과 CS 신종자본증권 상각 등 국제적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흐름이 국내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6월 3000억 원, 10월 2000억 원 규모의 콜옵션 기일이 도래한다. 콜옵션 행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달 135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8월 4000억 원과 미화 5억 달러(한화 약 6515억 원) 등 총 1조1865억 원의 콜옵션 행사일 도래분이 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1월 4000억 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은 올해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지 않는다.

BNK경남은행은 4월(600억 원), 5월(400억 원), 6월(1000억 원), 11월(1000억 원) 등 올해 총 3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일정에 맞춰 행사할 예정이다.

BNK부산은행은 1000억 원, DGB대구은행은 2000억 원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JB금융지주는 1480억 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이 콜옵션 행사 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은 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이후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은행시스템 우려 확산에 따른 선제적인 조치다. 지난해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동요했던 사례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에서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무너졌다”며 “우리는 자본버퍼에 여유가 있고 충분히 상환할 수 있으며 금융시장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등의 상황과 국내 상황이 다르고, 국내 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조건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각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상환만 하고 재발행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본비율이 하락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신종자본증권은 본래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상환하고 그 만큼을 다시 재발행해 자본비율을 유지해왔는데 (시장불안 등으로) 상환만 하고 재발행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상환한 만큼 은행의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며 “지금은 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불안감이 큰 상황으로 재발행이 쉽지 않거나 재발행이 되더라도 금리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은행들이 재발행을 안 하더라도 당장 자본비율에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아니므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서 서둘러 발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전문가는 “은행들의 자본규모나 자산규모를 고려했을 때 재발행을 하지 않는 것이 자본적정성 비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지금은 CS 이슈가 투심에 전이되면서 코코본드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높아졌을 수 있어 시장상황을 고려해 은행들이 재발행을 보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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