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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농구의 'ㄴ'도 모를지언정, '슬램덩크'는 보게 될걸?

[#OTT] 다시 보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로 원작 애니메이션 찾는 사람늘어
발빠르게 서비스 시작한 OTT시장, 'No재팬'사라진지 오래

입력 2023-11-08 18:30 | 신문게재 2023-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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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스트슬램덩크
올해 초 개봉, 일본 및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흥행세를 보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24분이란 긴 러닝타임에도 MZ세대들과 기존 팬들의 가슴을 파고든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다. (사진제공=NEW)

 

자기애가 너무 강해도 꼴사나워 보이는 법인데 이 남자는 뭔가 다르다. 10대 초반부터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수업시간에는 늘 잠만 자며 무려 50명의 여자들에게 거절당한 이 남자의 이름은 강백호. 친구들은 욱하는 성질에 불량스러워도 깡다구 하나는 알아주는 그의 근성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왼손은 거들 뿐” “나의 전성기는 지금입니다” 등 수많은 명대사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슬램덩크’는 일본문화 수입 자체가 불가능했던 1980년대 농구의 ‘ㄴ’도 몰랐던 여중생들까지 해적판을 보고 웃게 만든 명작이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처음 농구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린다고 했을 때의 반응은 냉소와 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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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사진제공=NEW)

오죽하면 친한 출판사 관계자들 조차 “다른 스포츠를 그려 보는 게 어떠냐”며 연재를 에둘러 거절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로 프리미엄 박스판으로 출판된 24권에는 연재 당시의 이런 에피소드가 작가의 코멘트로 깨알같이 적혀 있다. 작가 본인이 농구부 주장을 했다고 하니 ‘슬램덩크’는 헷갈리는 농구 규칙과 전문 용어들이 만화를 통해 뇌에 박히는 작품이다. 

스포츠 만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던 ‘H2’의 아다치 미츠루와 더불어 ‘슬램덩크’는 사실적인 묘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짝사랑하는 소녀의 권유로 농구팀에 입단하고 삼각관계가 펼쳐지는 로맨스는 다소 진부하지만 경기 묘사 만큼은 실제 경기보다 더 박진감 넘쳤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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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둥글둥글한 인상이지만 현역 시절에는 호랑이 코치로 유명했던 안 선생님은 강백호의 재능을 한번에 알아보는 인물이다. (사진제공=NEW)

 

혈기왕성한 체력만이 전부였던 강백호의 전사는 만화나 영화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그저 방황하는 불량소년이었던 그가 스포츠를 통해 변화되고 성장한다는 기본 골조에 충실하다. 다만 농구 스승인 안 선생이 쓰러졌을 때 자신의 아버지 또한 심정지로 인해 죽었던 트라우마가 원작에 회상신으로 등장할 뿐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원작에서 그저 ‘키 작은 가드’로만 나왔던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신의 한수다. 골수팬들에게는 신선함을 안김과 동시에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에 입문하는 사람들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킨 지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대로 된 농구 만화를 그리겠다는 다짐은 다양한 포지션을 등장시키며 빛을 발한다. 3점 슛을 주무기로 쓰는 강력한 외곽슈터 정대만과 센터 포지션도 정확히 구분해 그려 당시 농구 프로 선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고전적인 정통 센터인 채치수와 변덕규, 철저하게 리바운드에 특화된 정성구 등이 북산고 5인방에 버금가는 존재감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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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분으로 아직도 극장 상영 중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그저 기술만 나열했다면 지루했을테지만 기본기는 떨어져도 체급으로 승부하는 신현필, 힘과 높이에서 치이는 자신의 약점을 노련함과 근성으로 커버하는 고민구 등 각 경기마다 맞붙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그저 병풍으로 치부되지 않는 점은 ‘슬램덩크’를 인생작으로 꼽게되는 이유기도 하다. 

어쨌거나 강백호는 고릴라 같이 생긴데다 자신과는 악연인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하나뿐인 여동생 소연이 고교 입학 후 처음으로 반한 소녀인 걸 모른 채로 덜컥 농구부에 입단하며 ‘슬램덩크’의 서사가 시작된다. 고교농구를 제패하겠다는 꿈을 가진 북산고는 지역 농구에서 최약체지만 강백호의 등장으로 변한다. 

정확히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에 가까웠던 그를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친 선배들과 선생님 덕분이다. 소연이는 늘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등장해 강백호를 위로하지만 정작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서태웅을 보러 농구단에 오는 걸 아는 건 독자와 시청자들 뿐이다. 스스로를 타고난 덩크슛 천재이자 팀의 에이스라고 믿는 강백호이기에 동기이자 타고난 ‘농구의 신’인 서태웅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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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이름보다 ‘안경선배’로 불린 권준호 캐릭터는 시대를 앞서간 리더상이었다. .(사진 갈무리=애니원)

 

‘슬램덩크’의 재미는 차고 넘치지만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투지’다.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산이 나오고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기존 멤버들의 매력이 솟구친다. 팬들에게 조차 ‘안경선배’로 불리는 권준호는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즐기던 인물이다. 고등학교에 가서 채치수를 만나고 전국제패의 꿈을 함께 꾸면서 선수로서의 숨겨진 능력을 표출하고 일종의 코치도 겸하며 팀을 이끈다. 팬들에게 ‘채찍과 사탕’으로 불릴 정도로 채치수가 분노와 무뚝뚝함으로 공포를 자아낼 때 특유의 온화한 성격으로 멤버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이끈다.

‘슬램덩크’는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후회없이 매 경기를 치뤘기에 이들은 새로운 도약을 향해 각자의 도전에 나선다. 무엇보다 ‘슬램덩크’의 애니매이션이 재미있는 건 내용은 같아도 만화 속 거친 스케치를 영상으로 세련되게 완성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총 99부작으로 꾸려져 쿠팡플레이와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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