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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광우 이사장 “세계경제 대전환 시대…수출 등 중국편중 다변화 필요"

[브릿지 초대석]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미국 경제, 상당히 순항한다는 게 대체적인 메시지…안심할 때는 아냐”
“미중 경제 전쟁 확산되는 상황서 전쟁 추가 발생…지정학적 충격 받아”
“국민연금 개혁, 지금이라도 정확한 수치 갖고 국민적 합의 도출해야”

입력 2023-11-13 13:56 | 신문게재 2023-11-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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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떤 방식의 대응을 해야 할까. 또 해외 석학과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계경제연구원은 매년 대형 컨퍼런스를 주최해 세계 석학과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 세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경제 관련 민과 관을 두루 거친 전광우 이사장이 있다. 브릿지경제는 지난 9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 환경, 경제, 통상 등 각종 이슈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들어봤다.


-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된 계기는.

“세계경제연구원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과거 재무부 장관을 하신 사공일 박사께서 설립했다. 사공 박사님은 우리 경제 금융 위기 분야에서 오랜 활동을 하신 분이다. 이제 연세가 드시니까 ‘후배 중에 누가 이걸 맡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씀을 하셨다. 저도 고사를 하다가 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국가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맡게 됐다. 국내외 여러 직책을 거친 뒤 70대 들어서서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공익 활동 아닌가. 국가 미래나 후배들, 다음 세대를 위한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 보람된 일이라 생각했다.”

- 세계경제연구원이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급변하는 전 세계의 정치 환경, 경제, 통상 등 각종 이슈들에 대해 모니터링을 한다. 때로는 국제포럼이나 컨퍼런스 형태로 진행돼, 이런 상황을 글로벌 리더들과 공유하게 된다. 이것이 국가 정책이나 기업 경영 전략에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역할이다.”

- 경제관련 세계 포럼이나 국제 컨퍼런스 등은 연중으로 진행되는지.

“매해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평균 기본적으로 크게 두 가지 형태의 행사가 있다. 하나는 상반기, 하반기 각 한 번씩 1년에 두 번 진행되는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다. 이것은 하루나 하루 반에 걸쳐 진행된다. 이밖에 월 1회에 포럼이 마련돼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체로 조찬을 하면서 했는데, 팬데믹 이후 그렇게 할 수 없어 비대면 형태로 많이 했다. 화상 회의로 진행하면서 해외 석학들이나 국제적인 금융 경제 리더들과의 대화를 생방송으로 공유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그 외 2주일에 한 번씩 전 세계 경제, 금융, 무역, 통상 분야와 관련된 자료집도 발간한다.” 

전광우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세계적인 석학이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똑같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대체로 일관된 메시지는 ‘지금 미국 경제 상당히 순항한다’이다. 어떻게 보면 ‘나홀로 호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안심할 때는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는 어쩔 수 없이 가야 되는 것이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 앞으로 경기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경험에도 그러했듯 단기간 내에 급속히 금리를 상승했던 때는 후유증이 금융 위기의 형태라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취약한 기업과 금융사들의 파산 문제 같은 것 들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고 본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조심해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메시지들이 많다. 특히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가 지금 급속도로 바뀌고 있지 않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 같은 것들이 과거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중국의 경제 고도 성장기는 지나갔고, 생각보다 경기 둔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이런 시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 여기에 각 국가 또 각 기업들의 미래 생존력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는 거의 공통적으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텐데.

물론이다. 우리가 지난 글로벌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두드러진 미중 갈등이 더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두 개의 전쟁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즉, 미국과 중국의 경제 또는 기술 전쟁이라고 하는 것에 두 개의 전쟁이 더해지면서 대외 변수로 보자면 우리나라 경제 구도는 대외 의존적인 수출을 해서 먹고 사는 구도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지정학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어느 때보다도 지금 심각한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전광우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문재인 정부와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비교하는지.

“외국의 국제적인 리더들이 한국 경제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 지금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큰 차별화가 눈에 띄는 부분은 있다. 경제 정책도 그렇지만 우선 외교 안보 전략이 많이 달라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우리가 ‘자유민주의 동맹을 강화한다’, ‘한미일 협력 구도를 더 공고히 한다’ 이런 쪽의 변화가 상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물론 대체로 접촉하는 글로벌 리더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속한 나라들로, 그들이 환영할 만한 변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큰 변화 중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과도한 중국 편중된 경제 전략은 굉장히 위험하게 됐고,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중국 경제 자체가 지금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더라도 여러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다변화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런 면에서는 지난 정부와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말씀하신 대로 지금 현재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 상황 아닌가. 우리의 전략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지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산업 대전환이 이뤄지는 시대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 같은 경우 전통 자동차 산업에서 지금 전기차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고, 이런 것은 친환경·기후 변화에 대응한 방향으로의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서 첨단 기술 산업 형태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경제 협력 관계는 향후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가야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 또 정치 안보 부분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곳과 협력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경제 문제도 지정학적 문제와 유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점점 더 연결돼 가는 구도로 간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라고 하는 큰 틀 안에서 협력 체제로 가는 건 맞다. 다만 그 얘기가 중국 관계를 단절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동안 우리 수출의 30% 넘게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편중돼 있던 투자, 해외거점시설 등 이런 구도를 다변화하는 것이 맞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것을 ‘포스트 차이나’ 전략으로 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 협력의 핵심은 한미 동맹이라고 하는 굳건한 안보 경제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우리로서는 바람직한 길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지금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전체주의 3개국의 과 맞닥뜨리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국가 생존을 위해서도 그러한 자유 민주 동맹 의 뿌리를 더욱 더 견고하게 하는 것이 우리 국가 미래의 바람직한 전략이다.” 

전광우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전문가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국내 경제 상황이 안 좋을 거라고 예상을 하는데.

올해 한 해가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인플레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또 소위 스태그플레이션 또는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정책 수단이 만만치가 않다. 왜냐하면 한 번에 물가도 잡으면서 성장도 회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돈을 풀면 물가를 자극하는 부담이 있다. 또 인플레 문제도 있지만 미국 금리는 자꾸 올라가는데 금리차가 너무 확대되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인플레를 빨리 잡기 위해서 금리를 높이기도 어렵다. 이에 정책적 딜레마에 처한 한 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우리가 조기에 위기를 극복한 성공적인 케이스로 세계적으로 평가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변수들로 돈을 풀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막상 풀려고 해도 풀기 어렵다. 우리의 재정 상태가 너무 단기간에 악화돼 있다. 그러니까 정부든 한국은행이든 이런 어려움에 정책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 요즘 조금 나아지고 있다. 이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 정부보다 세계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낮게 잡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 경제 체제로 돼 있고 현재 가계부채도 심하다 보니까 내수가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다. 성장을 견인하는 두 개의 날개라는 건 대외적으로 수출이고 대내적으로는 소비인데 이것이 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결정 요인은 크게 노동, 기술, 자본이다. 그 세 가지 요소를 들여다보면 전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노동이라는 것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도 얘기할 수 있고, 실제 생산 가능 인구도 고령화, 저출생 문제로 줄어들고 있다. 기술은 나름대로 몇 가지 핵심 분야에서 상당히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 첨단기술에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본이라고 하는 건 결국 투자가 잘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여러 가지 투자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 이에 획기적인 잠재성장률 회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정부든 기업이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전광우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세계경제연구원 집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서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개혁안 ‘알맹이가 없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소득 대체율은 높지 않고, 대부분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평균 한 달에 50~60만원을 받아 노후 보장이 안 되고 있다. 물론 보험료가 낮으니 그것밖에 더 되겠냐고 얘기할 수 있다. 국민연급 개혁이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건 맞다. 세대 갈등도 있고 반발이 있지만 정부가 해결하려고 정면돌파를 하고 현재의 어려움이라도 극복해야 하지 않나.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를 안기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보험료율 등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료를 올리는 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담=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정리=권새나 기자 saena@viva100.com


◆전광우 이사장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초대 금융위원장, 국민연금 이사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을 지낸 국내 대표 경제인이다. 전 이사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8년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몰고 온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 경영·경제학 석사,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경영학 교수,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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