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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서른 셋 '인간 박보영'을 키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人더컬처]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박보영
"솔직히 난 착하지도, 천사도 아냐...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작품"

입력 2023-11-20 18:30 | 신문게재 2023-11-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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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다은이 성장하는 모습은 환자들을 치유하는 모습과 호응을 이루며 이야기에 더욱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병원에서 유일하게 커튼이 없어 가장 먼저 해가 드는 곳. 바로 정신병동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동명 웹툰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3년차 간호사인 다은(박보영)은 남다른 공감능력으로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차출(?)된다. 환자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그만큼 업무가 밀리면서 동료 간호사들의 미움을 받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 

뾰족한 필기구도, 목에 거는 줄로 된 명찰도 금지인 이 곳에 온 첫날 그는 금수저 태생의 발레리나 리나(정운선)의 오줌을 뒤집어 쓰고 뺨까지 맞는다. 누가 봐도 멀쩡한 외모와 판단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조울증이 있는 리나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출증이 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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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웹툰이 원작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을 통해 폭넓은 공감대를 쌓아온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게임에 빠진 공시생 서완(노재완)은 자신을 마법사로 믿는 환자다. 다은이가 피해망상으로 입원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도둑으로 몰리자 “사냥으로 또 모으면 된다. 악한 마법사의 속박에서 어서 벗어나시라”며 3000만 골드를 도서관카드에 매직으로 써서 건낸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살아왔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에서 박보영의 신들린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입원한 사람을 돌보는 입장에서 뒤바뀐 처지를 겪으며 시청자들에게 “괜찮아. 누구나 아플 수 있어”라는 위로를 전하는 것.

 

“시리즈가 공개되고 나서 엄청 많이 울었어요. 사실 시작할 때는 큰 사랑은 받지 못해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작품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되려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5화에 나온 워킹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요. 가장 공감이 안 되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모두에게 해 주는 따듯한 말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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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이자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치킨 배달을 하는 송유찬(장동윤)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같은 병원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은 수시로 손가락 관절을 꺾어 소리를 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정신과의 도움을 받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상사의 극단적인 가스라이팅에 입원하게 된 김성식(조달환)의 이야기에서는 회사가기 싫은 현대인들의 일상을 건드리고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심신이 욱죄는 고통을 겪는 공황장애는 다은의 평범한 지인들을 통해 흔한 병이자 치료될 수 있는 대상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렇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주변인들에게 치질과 더불어 대놓고 드러낼 수 없었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부순다.

정식적인 실습은 아니지만 서울 성모병원에서 참관한 것도 박보영에게 연기적 영감을 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 나는 대로 가서 낮 근무와 밤 근무시 간호사들의 평소 모습과 입퇴원 수속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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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생생함이 담겨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는 “일반병동과는 많이 다르다. 담당 환자도 많거니와 정말 세세한 것까지 모두 기록하고 공유하더라”면서 입원 환자들 간의 친밀도와 목욕 시간까지 체크하는 간호사들의 노고에 혀를 내둘렀다. 

 

실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절친의 응원도 박보영을 춤추게 했다. “친구가 ‘우리 병원에서도 네가 되게 간호사처럼 보인다고 칭찬하고 있다’고 보내줬다. 내심 되게 뿌듯했다”며 응원과 공감의 반응이 유독 많았던 작품임을 강조했다. 

12개의 에피소드에는 단지 환자들의 사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기싸움와 연대, 그 곳에서 꽃피는 사랑과 보호자들의 다양한 모습 등이 녹아있다. 

 

극 중 정신과의 지주이자 수 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은 극 초반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다는 것.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나? 곧 아침도 온다”는 말로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7개월간 간호사 다은으로 살았던 데 대해 박보영은 “서른 세살의 나를 잘 키울 수 있었다. 따뜻한 친구로 살아서 ‘인간 박보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극 중 칭찬일기를 쓰는 상황을 직접 해봤는데 자존감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박보영과 병원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데뷔 초반 배고프고 서러운 시절이었다. 적은 돈으로 기부를 하다 봉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고  초보가 잘 배치되지 않는 소아중환자 병동으로 보내졌다. 그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되려 그때 ‘돈 많이 벌어야겠다. 기부하려면’이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내가 연예인인 줄도 모르시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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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필요한 위로를 따뜻하게 전달한다.(사진제공=넷플릭스)

 

올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한 ‘콘트리트 유토피아’에서도 주체적인 간호사 역할을 통해 재난을 극복하는 강인함을 선보였던 박보영은 “그렇게 착하지 않은 성격이다. 천사 아니라고 꼭 써달라” 웃으면서 “긍정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한 편견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대중의 기대에 맞추려니 몸도 마음도 아팠다. 타인보다 본인을 먼저 생각하며 마음의 병을 극복해가는 다은이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선배들이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부딪히고 깨져봐야 제가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수 있는데 올해는 그런 도전을 해본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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