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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해야

입력 2023-11-20 14:03 | 신문게재 2023-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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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영세 건설사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당초 일정은 내년 1월 27일이지만 준비 안 된 대부분의 전문건설사들은 막막하다.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한 적용 시점을 2년 미루는 방안을 수용하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적용 유예 연장 요구뿐 아니라 법 개정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시행일을 2026년 1월 27일까지 2년 늦추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정부도 법안에 이견이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재사고 재해자 숫자나 사망 숫자 증감 폭만 갖고 법 폐지나 전면 개정을 거론하기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우리가 2년 유예 취지에 공감하는 것은 준비 미흡 이전에 법의 실효성 결여와 모호성 때문이다. 확대 적용 대상인 약 83만개 사업장에 모두 시간을 줘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곡해해서는 안된다. 기업도 당연히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는 준비 부족이다. 정확히는 대응 여력 부족이다. 대부분의 전문건설사들은 대비가 미흡한 걸로 나타난다. 2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전문건설사 781곳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96.8%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 유지’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화와 내용의 모호함을 제일 많이 꼽는다.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기업 실정에 맞게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안전 혹은 안전문화라는 이름의 노동규제, 그것도 킬러규제가 된 게 문제의 핵심이다.

노동시장은 이런저런 규제의 덫에 걸려 있다. 기업은 노동규제를 환경, 인증, 금융세제보다 고강도로 받아들인다. 예컨대 영세중소기업 사업주의 구속은 기업활동을 ‘스톱’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사업증진 활동 속에 안전기준을 준수하게 하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고 해당 조항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으로 이전하는 것이 최상의 대안이다.

사람 수에 따라 생명과 안전을 차별하거나 안전 확보 조치를 무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법만 전면 시행해봤자 법 취지를 살리기는 어차피 힘들다. 정부·여당이 추가 유예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야당도 밀어주기 바란다. 22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해당 법안의 소위 상정이 결정되길 기대한다. 시간표를 늦추는 일이 지금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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