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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 먼 ‘바위섬’에서 위안을!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Culture Board]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입력 2023-11-22 18:00 | 신문게재 2023-1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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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기장 비벌리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차지연(왼족)과 신영숙(사진제공=쇼노트)

 

총 인구수가 채 1만명도 안되는, 주민 1000명당 시장이 존재하는 북미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Newfoundland)의 갠더(Gander)에 38대의 비행기가 몰려든다. 보통 날은 대여섯 편의 항공기가 도착하는, 폐쇄를 논할 정도의 공항은 갑자기 날아든 비행기들이 ‘정어리처럼’ 늘어서는 통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마을 뿐 아니라 비행기 내부의 승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저마다의 출발지를 떠나 각양각색의 이유로 목적지로 가던 비행기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 ‘바위섬’(The Rock) 갠더에 불시착했다. 

그 이유를 말해주는 이는 없고 길게는 28시간을 폐쇄된 비행기 속에 고립됐던 7000여명의 사람들이 갠더의 주민들을 만나 함께 보낸 5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11월 28~2024년 2월 18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한국 초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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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로맨스 그레이를 담당할 닉 역의 남경주와 이정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앤 최정원과 최현주(사진제공=쇼노트)

‘컴 프롬 어웨이’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뮤지컬이다. 2011년 9.11 10주년을 맞아 아이린 산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헤인(David Hein)이 갠더 현지인과 그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쓰고 작사·작곡해 넘버를 꾸렸다. 2012년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초연된 후 시애틀, 워싱턴 DC, 토론토 등에서 공연되다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북미 동북쪽 끝의 섬에는 순식간의 세상 모든 문화, 종교, 언어, 사연 등이 모여들어 북적거린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이자 편견 속에서도 미국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된 비벌리 베스(신영숙·차지연, 이하 가다나 순), 테러 이후 실종된 소방관 아들의 소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한나(김아영·이현진), 출장이 너무 많아 결혼도 할 수 없었던 워커홀릭 닉(남경주·이정열)과 테러 당시 비행기를 타고 있던 아들 걱정에 애 태우는 다이앤(최정원·최현주), LA에서 이름이 같은 동성연인과 휴가를 가던 중이던 두 케빈(주민진·지현준과 김찬종·현석준), 모든 것을 경계하며 긴장하며 살았던 밥(김승용·신창주), 중동 출신의 최고급 호텔 셰프 알리(김찬종·현석준) 등.

 

영문도 모른 채 갠더에 떨어진 이들은 그곳의 시장 클로드(고창석·서현철),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으로 이방인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뷸라(장예원·정영주), 갠더 학교의 교사 아네트(신영숙·차지연), 마침 시위 중이던 버스 운전자 노조위원장 가르스(주민진·지현준), 비행기 수하물 칸의 동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갠더 동물학대방지협회장 보니(김지혜·정영아), 그의 남편이자 항공관제사 더그(남경주·이정열), 갠더 경찰서의 경찰 오즈(심재현·이정수) 그리고 지역방송국의 신입 리포터 재니스(나하나·홍서영) 등을 만난다. 

순식간에 전세계의 모든 언어, 문화, 사연, 종교 등이 모여들어 누구든 출입가능한 하키장 냉장고가 생긴 갠더에서는 삶 중 가장 끔찍했던 순간들을 희망과 연대의 시간으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평생을 함께 할 노년의 사랑이 싹 트는가 하면 5년을 함께 했지만 결국 이별을 택하는 연인도 있다. 아들이 소방관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안정시키며 연대하는 두 엄마가 있고 그 난리통 속에서 잊혀질 뻔한 동물들을 돌보는 여자와 그를 돕는 남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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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한 갠더의 시장 클로드 역의 고창석(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서현철, 실종된 소방관 아들을 걱정하는 한나 김아영과 이현진,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 뷸라 역의 정영주와 장예원(사진제공=쇼노트)

  

경계와 두려움으로 시작해 갠더 특유의 환영인사인 럼주 스크리치(Screech) 원샷, 대구와의 뽀뽀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고 따스하게 펼쳐진다. 한때 대륙들이 충동했던 갠더에서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고 보듬는 이들의 연대기에는 편견의 시선을 견뎌야한다는 두려움을 지녔던 여성 기장, 게이 커플, 테러 후 경계대상이 돼 모든 승객들 앞에서 알몸 수색을 당해야 했던 이슬람 사람 등도 있다. 

남경주, 이정열,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차지연, 신영숙, 주민진, 지현준, 나하나, 홍서영, 김찬종, 현석준 등 1세대 베테랑 배우부터 최근 급부상 중인 신진 배우들까지 한국 뮤지컬 역사를 한데 모아둔 듯한 출연진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들 쉴 새 없이 오간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의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각 배우가 가진 특색이 이번 캐릭터에도 잘 묻어난다”며 “같은 역을 맡은 신영숙·차지연 배우의 경우 비행기 기장 비벌리 뿐 아니라 그와는 상반되는 갠더의 선생님 아네트 등을 겸하고 있어 그간의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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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같은 이름의 동성연인과 휴가를 떠나온 케빈T 역의 지현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케빈J 현석준, 갠더 지역방송국의 신임리포터 나하나와 홍서영, 케빈J 역의 김찬종과 케빈T 주민진(사진제공=쇼노트)

다양한 사람들, 문화, 종교 등을 존중하며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아름다운 켈틱 음악,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 사라진 것과 얻은 것들에 대한 숙고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갠더를, 9.11의 참극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힘을 전한다. 

‘쇼맨’ ‘레드북’ ‘하데스타운’ 등의 박소영 연출, ‘이프덴’ ‘베르테르’ ‘명동로망스’ 등의 구소영 음악감독이 함께 하는 한국 프로덕션은 논레플리카로 원작과는 달리 1, 2막으로 나뉘는가 하면 무대 위 턴테이블, 의자 몇개를 활용하던 오리지널과는 “무대부터 다르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켈틱 음악으로 유명한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곡으로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OST ‘마이 허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의 아주 짧지만 유쾌한 두번의 등장은 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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