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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믿을 건 핏줄'…최태원, 사촌과 SK 난국돌파 '정면 승부수'

입력 2023-12-06 06:58 | 신문게재 2023-12-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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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대표이사) 부회장에게 그룹의 ‘2인자’ 자리를 제안한 것을 놓고 위기 돌파를 위한 ‘정면승부’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5일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열고 2024년도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이날 논의된 임원인사는 대외비로 관리되며 7일 공개된다.

SK의 이번 이사회에 재계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는 것은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 수락 여부다. 만약 수락하면 ‘재계 2위’의 SK 승계구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만큼 휘발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선별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그룹 내 최고의 의사 결정 기구로 그룹 내 권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과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과 비교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 사촌간 경영 세습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런 배경이다.

이번 이사회를 놓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위기 돌파’를 위한 최 회장의 ‘승부수’란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 및 투자 실패”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그동안 최 회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 등 ‘재무 스토리’를 강조해 왔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공격적인 투자,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익 창출을 주문해 왔으나 주력 계열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당장 그룹을 대표하는 양대 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부진에 빠져있고 SK하이닉스는 1조7818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도 전기차 상승세에 힘입어 IPO에는 성공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주근 대표는 “최 회장이 최근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면서 “그 책임을 60대 부회장들에게 지게하고 의외로 알뜰하게 살림을 잘해온 최 부회장을 보고 ‘그래도 믿을 건 핏줄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인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에게 용퇴 결정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캐쉬플로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재는 그룹 전체에 총체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룹의 창업주이자 큰 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셋째 아들인 최 부회장은 재계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몇 안되는 오너가의 ‘전문 경영인’으로 꼽힌다. SK디스커버리를 중간지주사로 만들어 SK가스, SK케미칼, SK플라즈마, SK디앤디 등을 사실상 그룹에서 분활·독립 할 수 있었던 것도 최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사촌형이 인정했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다만 최 부회장이 실제 최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나설 경우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과 지분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최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SK(주) 지분 17.73%를 확보하고 있고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의 부회장단이 7년 정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은 세대교체도 염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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