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뮤지컬 ‘레미제라블’ 민우혁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 장발장처럼”

[人더컬처]

입력 2023-12-04 18:00 | 신문게재 2023-12-06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민우혁 프로필 사진 1_제공 이음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

 

“저희 작품은 친구, 가족, 후대, 동지 등에 대한, 굉장히 여러 형태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저마다의 사랑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장발장으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주년을 맞아 8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레미제라블’(2024년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장발장으로 분하고 있는 민우혁은 “여러 사랑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누가 봐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고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고 밝혔다.

“특히 저는 자베르도 사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혁명군 바리케이트에 포로로 잡힌 자베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풀어줄 생각부터 했다는 자체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이고 큰 사랑 같아요. 극 마지막 가사 중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라고 하는 것처럼 정말 신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아요.”

 

◇기술 발전에서 발휘되는 고전의 힘 ‘레미제라블’

민우혁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Bring Him Hom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대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고전이 주는 그 웅장함은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레미제라블’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수동으로 움직여 장소들이 정해지는 걸 보면서 화려함보다 더 무서운 게 이 오리지널 고전이 주는 힘이구나 싶어요. 사실 영상으로는 아무리 웅장함을 표현해도 영상이잖아요. 근데 조명과 무대, 의상 색 등의 조화로움은 정말 쉽지 않은, 우리 작품의 가장 큰 무기죠.”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가 의기투합한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표현하는) 뮤지컬이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후 딘뉴 주교의 포용으로 신분을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민우혁·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그 여정에는 ‘정의구현’이라는 명목으로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는 경찰관 자베르(김우형·카이), 끝없는 시련 속에서도 딸 코제트(류인아·이상아)를 위해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틴(조정은·린아), 하층민을 등쳐먹고 사는 떼나르디에 부부(임기홍·박준면, 육현욱·김영주), 혁명을 이끄는 청년 앙졸라(김성식·김진욱)와 마리우스(김영록·윤은오), 마리우스를 향한 혼자만의 감정을 키우는 에포닌(김수하·루미나), 어린 부랑아 가브로슈(김승주·김승후·최지훈) 등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8년만에 다시 ‘레미제라블’을 준비하면서 놀란 건 거의 무채색이에요. 무대도, 영상도 컬러감이 다채롭지가 않아요. 그런데 의상에 따라 상황들이 다 설명이 되는 거예요. 조명이 의상들을 비출 때면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것 같으면서 그 상황들이 다 표현돼요. 공장이면 공장, 거리면 거리…여러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담긴 그 장면들이 의상으로 표현되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정말 완벽하게 캐릭터 각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무대가 연출되죠. 그렇게 예전엔 못보던 것들이 막 보이니 너무 감동이에요.”


◇앙졸라에서 장발장으로! “본질적인 메시지 사랑!”

민우혁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One Day Mor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장발장 캐스팅은) 저에겐 영광이죠. 그 영광이 굉장히 빨리 찾아온 느낌이에요. 8년 전의 ‘레미제라블’은 이제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라는,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8년 전 앙졸라로 무대에 올랐던 ‘레미제라블’은 민우혁에게 그랬다. ‘영웅’ ‘벤허’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아이다’ ‘광주’ ‘안나 카레니나’ ‘그날들’ 등의 무대,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비롯한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 등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은 그는 “저는 뮤지컬 배우”라고 강조했다.

“인지도를 얻었고 다양한 팬층이 생겼어요. 영화나 다른 매체 쪽으로 빌드업돼도 좋겠지만 그래도 저는 뮤지컬 배우잖아요. 배우로서 ‘레미제라블’을 한다는 자체가 아직도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영광이에요. 하지만 뮤지컬도, ‘레미제라블’도 생소해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얻음으로서 그런 뮤지컬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굉장히 뿌듯한 일이고 축복이죠.” 

 

민우혁 프로필 사진 1_제공 이음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
현재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지만 당시는 성대결절 등의 고난이 이어지면서 뮤지컬 배우를 그만두려는 결심을 굳혀가던 중이었다. 그런 그를 무대로 떠민 이는 아내였다. 그런 “아내 덕에 8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해왔다”는 민우혁은 “그래서 장발장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저보다 더 감동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는 막연하게 ‘내가 레미제라블 배우’라는 감동이 컸어요. 앙졸라를 연기하면서 배우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찾게 됐달까요. 그냥 무대에서 멋있기만 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을 전함으로서 큰 용기와 희망, 감동을 주고 의사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이제는 ‘레미제라블’이 어떤 작품인지, 그 무게와 크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사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는 기쁨 보다 두려움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이어 “앙졸라를 연기할 때는 ‘그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 목숨을 걸고 후손들을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장발장으로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본질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랑이에요. 사랑으로 인한 용기, 사랑으로 인한 희생, 사랑으로 인한 희망…그 시작점은 늘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그 메시지를 좀 더 고민하고 있죠.”

8년의 세월 속에서 배우로 성장한 그는 “이제는 어떻게든 그 작품의 의미, 메시지, 캐릭터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장발장으로서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지만 저에겐 서울에서의 70여회 그리고 대구 공연(2024년 3월 21~4월 7일 계명아트센터)이 남아 있으니 차곡차곡 완성시켜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장발장으로서 해야 하는 발성, 연기, 노래 등이 제 모든 출연작들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고 두렵죠. 모든 신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지만 또 그래서 오는 행복감도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마치고 나면 잠을 못 자요. 그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서. 특히 공연이 끝난 후 터져 나오는 함성과 관객분들의 눈빛을 보면 정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오죠.”


◇‘광주’ ‘영웅’…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의 총체 ‘레미제라블’

민우혁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

 

“이번에 ‘레미제라블’ 캐스팅이 되고 나서 워낙 두려워했어요. 너무 괴로웠고 연습 전까지 거의 잠을 못잤죠. 생각만 해도 심장이 조여 오곤 했어요. 저를 믿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어려움이 예상됐던 것들을 저도 모르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간 민중의 어려움을 담은 ‘광주’ ‘영웅’ 등을 괜히 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

이에 “연습 시작과 더불어 너무 행복했다”는 민우혁이 장발장에 캐스팅됐을 때는 ‘전직 장발장’ 정성화, 양준모와 뮤지컬 ‘영웅’을 연습 중이었다. 안중근으로 트리플 캐스팅돼 연습을 하면서 장발장에 대해 정성화와 양준모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리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셨는데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해보니 실제로도 정말 힘들어요. 그야말로 이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죠.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질 않아요. 그래도 그때 두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레슨 받아야할 것들 등의 조언을 잘 들은 덕분에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작품에 맞는 보컬 레슨을 한개 이상 받고 있다는 민우혁은 ‘레미제라블’ 배우들은 모이면 “작품 얘기만 계속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 김우형·임기홍 형님, 조정은·박준면 누나 등 8년 전 ‘레미제라블’을 했던 사람들이 5명이 있어요. 그 5명에게 새로 합류한 캐스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질문을 하고 저희는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전 출연진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연습에 집중했죠. 그야말로 ‘레미제라블’ 그 자체였어요. 특히 우형이 형은 단 1분도 연습을 빠진 적이 없어요. 자신의 연습이 아니어도 제일 먼저 와 있었으니까요. 굉장히 특별하고 따뜻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레미제라블’로 전하는 응원 메시지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민우혁 프로필 사진 1_제공 이음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
“인간적인 성향으로는 장발장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사랑이 많거든요. 자베르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신념에 되게 굳건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렇진 않거든요. 그래선지 자베르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꼭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죠. 차가운 돌덩이 같은 자베르가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면서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 인간적인 면모가 큰 감동으로 와 닿았거든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만큼이나 눈에 띄는 캐릭터 자베르에 대해 이렇게 전한 민우혁은 “사실 주변에 자베르처럼 잘 표현하지 못하고 굉장히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되게 인간적이지 않다고 쉽게 생각했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표현되지 않을 뿐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발장은 다시 한번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캐릭터”라고 부연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딕션이에요. 그래야 작품의 본질을 어떤 환경에서도 좀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컨디션이죠. 저는 이 작품을 50번, 100번을 하지만 보시는 분은 제가 한 그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영혼을 갈아서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죠.”

그리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을 보리’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꼽자면 딸 코제트에게 쓴 마지막 편지 속 참회록을 건넬 때의 말”이라고 밝혔다.

“내 마지막 참회록이자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얘기하면서 주거든요. 저 뿐 아니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굉장히 힘든 일들을 겪잖아요. 그럴 때면 늘 내 자신을 굉장히 탓하거든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부정적인 생각들로 꽉 차 있죠. 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주변에 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 때문에 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과 함께 잘 버틴다면 분명 좋은 일은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먼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이들의 사랑을 한껏 느끼는 그런 시간들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