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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시장 교란행위 차단해야"

[브릿지 초대석]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입력 2024-02-06 07:00 | 신문게재 2024-0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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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법정단체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전세사기는 2022년 10월, 서울 종로구 한 모텔방에서 장기 투숙하던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빌라왕’으로 불린 김모씨가 사망하자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한 세입자 1000여명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계기가 됐던 것이다. 피해자만 1244명에 피해액은 2312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김씨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책을 쏟아냈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까지 제정됐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속에 머물고 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익적 역할을 해주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재산권 보호와 부동산 유통시장 건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올해 취임 3년차를 맞는 이 회장이 그간 노력을 기울여 왔던 부분도 협회에 지도·단속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정단체’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986년에 내무부 산하단체로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전국에 개업중인 공인중개사 11만5061명 중 11만578명(96%)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회장은 “전세 사기 문제는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정부와 각 지자체 그리고 협회가 함께 나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라며 “임기내 협회의 지위를 ‘법정단체’로 만드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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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브릿지경제 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전세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2022년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 등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들의 공통점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신축빌라의 경우는 아파트와 달리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아 가격 편차가 크다. 때문에 전세가를 높게 잡아도 임차인이 알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행법상 30가구 미만인 공동주택은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다. 사업자가 1억원짜리 주택을 5억원에 분양해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층 주택에서 전세사기가 많이 일어난 점도 이런 정책적 사각지대를 노렸기 때문인데, 마음만 먹으면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해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실력을 갖춘 노련한 공인중개사를 이용하면 이 같은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토박이 중개사무소는 지역 주민들과 오랜기간 신뢰를 쌓으며 성실히 중개업무를 수행해온 경우라고 해도 무방하다. 중개사무소에 비치돼 있는 중개사무소개설등록증 발급일자를 보고 판단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집주인 세금 체납 정보 공개 등 정부가 전세사기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기존의 정책을 조금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허점이 많다. 부동산 정책은 무엇보다 예측할 수 있는 일관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 시장 상황, 특히 소비자 심리 흐름을 읽고 움직이는 유연성 그리고 예측을 통한 사전적 대처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사후 대책마련에만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조차도 실효적이지 못한 게 많다.

정부는 최근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확인 권한을 임차인에게 부여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갖고 가까운 세무서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문제는 계약서를 갖고 가려면 계약서 작성 뒤 계약금을 주고 난 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임차인이 세무서까지 찾아가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할지도 의문이 든다. 만약 계약서가 없으면 예정 임대인의 ‘확인동의서’를 갖고 가면 된다고 하지만 어느 임대인이 계약도 안한 예정 임차인에게 동의서를 쉽게 써줄 수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정부가 집주인의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안심 전세앱 2.0’버전도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이 또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체납액과 기간은 확인이 불가하다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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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브릿지경제 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공인중개사에게는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 선순위 임대차 내역, 보증금과 월차임의 규모 등을 확인하고 조사할 권한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공인중개사의 역할에 책임을 물으려면 이런 것들을 우선 해결해야한다. 보증금과 월차임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률에 기반한 실질적 거래가격의 추정이 가능해야 부동산가격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기초정보가 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제공하는 이 같은 정보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임차인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결국 계약 후 집주인의 세세한 체납 정보 등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무용지물 아닌가.

한마디로 전세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전 거래 당사자가 주택 매매가 또는 전세가 시세와 같은 가격정보는 물론 국·지방세 체납이나 신탁 또는 압류, 가등기와 가처분 등 각종 권리분석 정보 검토가 당연히 우선돼야 한다.

이에 협회는 정부 신용정보 조회 전문업체인 ‘나이스평가정보’와 MOU를 체결하고 주택 임대차계약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회원 공인중개사들의 협회거래정보망 ‘한방’ 앱에서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세금 체납 뿐만 아니라 채무정보와 금융기관 장기연체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 신용안심 서비스(신용인증송부)’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달 12월부터 전격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전세가구가 약 230만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발급 금액 및 대위변제금액 규모의 가파른 상승으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차인 주거 불안해소 및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솔루션을 도입한 것이다.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법정 단체화’로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겠나.

현재 부동산투기세력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은 행정관청과 경찰에 있다. 일선 행정관청에 부동산 중개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고, 경찰은 부동산 관련 상설 감시 기능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부동산 유통 시장을 문란시키는 불법 세력에 대해 제대로 된 예방 감시 기능을 갖기 어렵다. 이에 공인중개사들간 협조를 통해 불법 중개세력를 단속하자는 것이다. 협회가 법정 단체가 되면 중개사들을 지도·감독해 ‘부동산 질서 교란행위’를 단속할 수 있고 회원이 법을 위반하면 시·도지사와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도 있다.

전세사기 80%는 컨설팅 업체 등 무자격자로 인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지난 한해 동안 전국적으로 1570건을 적발해 신고 처리했으나 권한이 있었던 1990년대 대비 6분의 1에 불과해 아쉬움이 많은 상황이다. 협회가 공인중개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이지만 권한이 없어 무등록 중개인 등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뭔데 그러냐”라는 반응이 많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중개사법 개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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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브릿지경제 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공인중개사들이 보는 부동산 시장 전망도 궁금하다.

고금리 대출이자로 영끌과 갭 투자자들의 몰락이 시작되고 건설사들의 부도와 내수경기 침체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3.5%에 이르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택시장 경기가 당분간 좀처럼 살아나기 어렵다는 비관적 시각이 많다. 현 정부의 경제기조는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각종 경제 지표나 지금까지의 사이클을 보면 부동산 경기회복에는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적 경기불황 해소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큰 틀에서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들이 뒷받침 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공인중개사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요구되는 게 있다면.

지난 1985년 제1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치러진 이래 지난해까지 33회에 걸쳐 무려 총 52만명이 넘는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같은 과다 배출이 건전한 부동산 유통시장 확립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 도입 이유를 두고 있는 공인중개사제도와 부동산 중개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 적절한 수급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최근 전세피해를 비롯한 유통시장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의 원인에 대해 검토하고 공인중개사 자격 수급 조절을 위한 노력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이 밖에 현재 국토교통부와 새로 사무소 개설등록을 하는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윤리교육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구체적 범위와 규모는 추후 정부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1967년생인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 협회장은 부동산학 박사로 단국대, 목원대 등에서 교수·강사로도 활동해 왔다. 일반 직장생활과 개인 사업을 해오다 2007년도에 충남 당진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하고 토지와 경매를 위주로 중개업을 해왔다. 이 회장은 당시 현장에서 뛰면서 공인중개사 제도와 법률과 관련해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회직에 발을 들이게 됐고, 대의원과 협회의 충남 지부장을 거쳐 2022년 1월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2015년, 2017년엔 한국도시재생학회 우수논문 표창을 받았다.


대담=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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