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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금’ 나의 가족은…‘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입력 2024-02-12 18:00 | 신문게재 2024-0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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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교집합이라곤 할머니 유미하마 마사코 뿐이다. 열일곱의 수험생 하나시로 가에, 원래는 유미하라 고타로였지만 지금은 여인이 된 히마리, 마흔여덟의 어른아이 같은 유미하마 리사코 그리고 마사코의 유언을 집행하는 곤노 다마키. 네 사람이 마사코의 유언 집행을 위해 니이가타에 있는 집에 모여들었다. 

‘비짜루가 자란 정원’으로 제19회 전격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사쿠라이 미나의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는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상속이 끝날 때까지 니이가타에 있는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마사코의 손녀인 가에는 열살이 되면서부터 남에게 기대 따위는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열일곱 소녀다. 구제불능 어른 중 상위 어쩌면 압도적인 1위에 빛나는 아빠는 마사코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딸 아사미가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던 남자. 이 남자는 툭 하면 기어들어와 가에가 아르바이트로 모아 둔 돈을 귀신같이도 찾아내 탕진한다. 아사미가 죽고 혼자 살다시피하는 가에에게 아빠는 없느니만 못한, 남보다 못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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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사쿠라이 미나 지음|박승희 옮김(사진제공=빈페이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벌써 고등학생”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칭하는 어른들에 의해 노숙자가 될 위기의 순간 가에 앞에 다마키가 나타나 유산상속 소식을 전한다. 

 

그렇게 따라나서 도착한 니이가타의 집에는 할머니가 재혼한 상대가 데려온 딸 리사코, 전남편의 아들 고타로였지만 이제는 딸이 된 히마리, 8년 전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다마키 그리고 어느 날엔가 길에서 주워온 13세의 도도하고 예민한 고양이 리넨이 있다. 

 

유산상속을 위해 모여든 이들에게 다마키는 상속받을 것들과 그 조건에 대해 피력한다. 가에는 1505만엔과 리넨을, 리사코는 16명과 분할 협의를 통해 6000여만엔 가치의 집을, 히마리는 집안 어딘가에 있을 1000만엔 가량의 3.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물려받는다. 이를 물려받기 위해서는 유언 집행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함께 살아야 한다. 

이들이 유언을 따르지 않는다면 마사코의 전재산은 자선단체에 기부되도록 돼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함께 살게 된 이들은 서로가 달라도 너무 다른,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었다. 전혀 섞여 들 것 같지 않은 이들은 리사코 전 애인의 스토킹, 유산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찾아와 “부모자식”을 운운하며 행패를 부리는 가에의 아빠, 히마리 가슴 한켠에 내내 담겨있던 기억, 할머니와 생각보다 깊게 이어져 있는 다마키의 병 등으로 변화를 맞는다. 

6개월여를 한집에서 화내고 싸우는가 하면 위로하고 보듬으며 말 그대로 ‘부대끼며 지지고 볶는’ 일상을 보낸 이들은 할머니 마사코의 진심과 사랑을 깨닫는다. 그렇게 가족이 되는 여정을 담은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의 핵심 메시지는 사회에서 정해 놓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다마키의 치료를 논하는 중 가에의 외침에 고스란히 담겼다.

“왜… 왜 그렇게 정해놓은 거죠? 가족이 뭔데요? 아니, 가족이 아니어도 만약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병에 걸려서 이식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도너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건 이상하잖아요? 혈연이 아니면 가족이 아닌가요?”

1인가구와 비혼주의의 급증, 하루가 멀다하고 바닥을 치는 출산율 등으로 ‘혈연’에 의거한 가족의 해체가 심화되고 있는 시대다. 친부모가 아이를 학대해 죽이거나 유산을 노린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뉴스가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시대가 된 지도 오래. 

이에 혈연, 공식적인 서류 등으로 제한됐던 ‘가족’은 그 의미를 넓히거나 대체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 시대의 가족은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그렇게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는 묻는다. 저마다 삶의 여정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나의 가족은….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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