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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임종룡 회장이 그 결심을 한다면…

입력 2024-02-20 08:56 | 신문게재 2024-0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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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금융증권부장

“저와 저희 가족은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일상이 무너지는 게 어떤 건지 짐작이 되시나요. 우선 자책을 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사인을 했을까. 내가 왜 우리은행을 갔을까.” 수면제 없이는 잠들기 힘들다는 A씨(여 50대 서울거주)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편지형태로 보낸 호소문의 한 대목이다.


지난 2021년4월 A씨는 우리은행 모 지점에서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ELS)상품에 총 2억5500만원어치 가입했다. A씨는 당시 우리은행측이 상품의 위험성 고지나 모의실험결과 등은 설명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자행했다고 주장한다. 오는 5월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현 홍콩증시 상황이라면 원금의 50% 이상 손실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연봉이 2억4871만원이다.

A씨는 최근 두 번째 절망감에 빠졌다고 토로한다. 역시 우리은행 때문이다. 금감원이 홍콩ELS사태의 배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5곳, 증권사 6곳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 등 현장검사를 진행중인데 ‘우리은행’이 제외됐다는 얘기를 듣고 분통을 터트렸다. “은행의 규모에 상관없이, 판매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작은 의심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검사인력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홍콩ELS 판매액이 적은 우리은행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해자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콩ELS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약 15만명. 가입자 모두의 목소리를 듣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금융위원장 출신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검사대상에서 뺀 것에 세간의 오해와 의혹은 피어 오른다.

윤 대통령은 올 신년사에서 ‘민생’을 강조했다.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금감원은 설마 홍콩ELS 가입금액이 적다고 해서 국민이 아니고 피해자가 아니라는 차별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은행의 홍콩ELS 판매금액이 적다고 해서 불완전 판매요소가 희박하다고 단정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한 금융 전문가는 판매금액이 많은 은행대신에 오히려 그 반대의 은행을 먼저 집중 검사하는 게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꼬집기까지 한다. 형평성과 공정성, 효율성 차원에서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행정력을 가동하는 게 나은지 금감원은 되돌아봐야 한다.

현장검사도 없이 우리은행의 홍콩ELS 가입자들 배상기준이 타 은행 현장검사 기준을 바탕으로 확정된다면 A씨는 세 번째의 절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국민 입장에서는 결국은 ‘나의 생활이 어떻게 나아졌는가’가 기본이 되기에 국민이 체감할 성과 도출에 더 뛰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또한 윤 대통령의 말이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 1위를 목표로 삼은 우리은행이 차라리 세간의 비판과 억측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검사를 자청한다면 A씨는 세 번째 절망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은행측은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를 알기에 홍콩ELS 판매고가 적었다고 강조한다. 임종룡 회장이 결심하면 역설적으로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 우수성이 더 빛날 수도 있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다음은 A씨 호소문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 이복현 금감원장님께

저는 2021년 우리은행 **지점에서 홍콩지수가 포함된 ELS에 가입하였고 현재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우리은행으로 인해 겪고 있는 피해자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던 차에 우리은행은 현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절망하게 되었구요.

우리은행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확한 설명을 이행한 후 고객 스스로 선택을 하게 했다면 그 결과는 선택한 고객 몫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런 적법한 절차와 상품소개, 위험성고지, 모의실험결과 등은 설명하지 않고 상품을 팔았습니다. 제게 상품을 팔 때,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필수설명은 단 한 개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은행이 현장조사에서 빠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이번 사태에서 우리은행은 판매금액이 다른 은행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불완전 판매요인이 있음에도 전혀 상관없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은행은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서 가장 많이 팔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랬던 우리은행이 작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은행보다 도덕적인 은행으로 포장되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됩니다.

은행의 규모에 관계없이, 판매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작은 의심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은행은 당연히 조사에 응해야 하구요. 정말 우리은행이 제대로 판매를 했다면 조사를 안 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조사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았다는 게 드러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구요.

이번 사태로 저와 저희 가족은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일상이 무너지는 게 어떤 건지 짐작이 되시나요? 우선 자책을 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싸인을 했을까, 내가 왜 우리 은행을 갔을까 등등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후회와 자책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또 근 일 년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푹 자본적이 없습니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구요. 그리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점이 가장 힘듭니다. 공공기관인 은행에서 우리 뒤통수를 쳤는데 제가 누구를, 어디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을 자신하면서 살았는데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탓에 얼마 전 쓰러져서 119타고 응급실도 다녀왔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거지요.

제가 바라는 건 한가지입니다. 바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일상의 행복을 그리워 한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평화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우리은행이 강력한 제재와 처벌받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윤석열 대통령님과 이복현 금감원장님께 간곡하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제발 아무 힘없는 국민의 말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우리은행은 저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저 혼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두 분께서 저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살펴주셔야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선하게 살아온 힘없는 국민입니다. 억울한 국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힘없는 자의 편이 돼 주시길 바랍니다.

2024년 2월 15일

우리은행 피해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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