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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입양가정에 대한 불편한 시선

입력 2024-02-21 14:36 | 신문게재 2024-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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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배우 안젤리나 졸리,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잘 알려진 배우이기도 하지만 입양 부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끔 이들의 얘기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떠오르기도 하는데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과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도 그런 마음을 드러내며 ‘좋은 일 하셨다’는 식의 인사를 건네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입양인들이 가장 듣기 불편해하는 말이다. 입양에 대해 잘 모르고 건네는 말이기 때문이다.

입양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하는 일이다. 새 가족이 생기는 것이기에 임신이나 출산 소식과 마찬가지로 ‘축하한다’는 인사가 적절하다. 하지만 생모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통해 가족이 생기는 것을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면 입양이 좋은 일을 한 것이지 축하할 일은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 이는 우리 내면에 ‘정상가족’ 신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가족 신화는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에 따라 이성 부부와 그들이 낳은 자녀로 구성된 혈연 가정이 완전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이와 다른 가족형태는 불완전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딩크, 동성, 입양, 동거, 한부모, 조손, 이혼, 재혼, 다문화 가족 등이다. 몇 년 전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정상 가족 범주에서 벗어난다며 이슈화됐던 것도 특정 가족형태를 비정상으로 보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어서다.

물론 거주지를 옮겨 새로운 부모를 만나고 정착하는 일이 입양아동이나 입양부모 모두에게 간단치는 않다. 적응기도 필요하고 한동안 더 세심한 보살핌이나 배려가 요구될 수도 있다. 어떤 입양부모는 성장이 빠른 아동기에 한동안 옷을 얻어 입히자 ‘애 옷 좀 사주라’는 말과 함께 입양아라서 저런다는 시선을 느꼈다고 한다. 또 다른 입양부모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투다가 ‘부모도 없는 게’라는 말을 듣고 속상해하며 온 아이를 보기도 하고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학교에서 숨기며 혼자 속앓이를 했었다고 울컥하는 아이의 얘기를 듣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은 입양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일상이다. 한부모가족이든, 조손이나 다문화 가족이든, 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 자녀의 외모나 성적처럼 저마다가 처한 여러 환경과 조건들이다. 그것들이 마주하며 부딪히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현상이든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양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이라고 학대나 폭력이 없지 않고 한부모 가정이라 해서 불행하지 않은 이유다.

입양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를 닮지 않은 것이 정상이다.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인 문화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유심히 쳐다봄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정상이다. 입양된 아이들이 마음이 어지럽고 불안하며 때로 분노를 보이는 것 역시 정상이다. 입양부모가 때로 입양을 괜히 했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정상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친자녀 가정과 다를 게 없다.

정상가족이라는 기준만 고집할 게 아니라 가족형태에 대한 확장과 수용을 조금 더 진지하게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세상은 이미 다원화되고 있고 가족이 되는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가장 핫한 가족의 형태는 1인 가구다. 정상가족에 대한 관습만 고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함께 살아가려면 변화를 읽고 배워야 한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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