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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비트코인과 휴리스틱

입력 2024-04-11 14:07 | 신문게재 2024-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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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척 보면 앱니다”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 이런 류의 성급한 판단과 손쉬운 선견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자세히 뜯어보지도 않고 어림잡아 대충 말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끝난 총선 본 투표일 오후에 한 방송에서 진행자가 정치평론가에게 판세전망을 묻자, 이 사람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야 00당이지요”하고 즉답을 했다. 불과 두세 시간 후면 투표가 완료되고 개표 결과도 나올텐데, 그는 마치 식은 죽 먹기처럼 말을 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 4월 “세계 경제는 곧 어둠에 빠지고 주식도 부동산도 다 폭락한다”며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은 “금리가 8%까지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2023년 10월 “7%로 금리가 인상된다”고 주장하고 2021년 말에는 기술주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 열변을 토했던 사람이다. 주가는 그 후 1년을 하락했다.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그런 진단과 주장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곧 몇 억원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모두 ‘휴리스틱’ 이란 말로 설명된다.

투자를 잘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르지만, 투자 준비를 잘하는 일은 좋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워렌 버핏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하루에 4시간을 리포트 읽기와 신문보기에 전념한다고 한다. 일생을 그런 일 외에는 관심을 가진 일이 없었다고 했다. 피터 린치라고 저명한 펀드 매니지는 현직일 때 크리스마스 휴가 때에도 런던 교외의 투자 유망기업 공장을 야밤에 혼자 찾아가는 등 거의 매일 투자회사를 직접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대다수는 비트코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2008년에는 개발자가 그냥 나눠줘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잘 모르거나 신기하면, 직접 경험하고 사용이라도 해 보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워렌 버핏은 실제로 그 회사들에 오래 투자하고 경영권을 소유한 투자자다. 상장기업의 반기실적이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가 남았다. 관심 있는 기업의 애널리스트 평가자료를 평소에 잘 보아뒀다가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주식담당 부서가 있어서 잘 설명해 준다.

주식시장에는 애브노멀 현상(abnormal effect)이라는 게 있다. 늘 알면서도 그런 상황이 주어지면 같은 반응을 보일 때 그렇게 말한다. 그 중 하나가 유력자의 말이다. 기요사키가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보의 이용자는 그 시간부터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동의하고 나서 행동해야 한다.

요즘 유튜버처럼 개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여러 부문에 있다. ‘투자 리딩방’에도 있을 터이다. 누구는 영향력이 있고, 누구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때 ‘정보의 비대칭현상’이 생긴다. 그들의 설명과 조언을 받는 것은 좋지만, 내가 그 사람 이상으로 더 알아보고 확인해야만 투자를 검토하는 바른 자세다.

이번 총선이 지나가면서,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주고 받는 소통관계가 얼마나 정밀하고 자심한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그러나 그런 소통과 교류가 누군가로의 기울어진 영향력 아래에서 교류가 이뤄진다면 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잘 모르는 투자상품의 정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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