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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비호감' 트럼프를 왜 지지할까

입력 2024-04-15 14:19 | 신문게재 2024-04-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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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 갤럽은 미국 전국의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비호감도가 55%로 집계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전의 18%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이자 이전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의 36%, 26%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70%가 도널드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도적인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소속감’이다. 트럼프는 그의 특유한 표현방식으로 소속감을 공략했다. 주로 1인칭 복수로 공통점이 없지만 ‘우리가’(we), ‘우리를’(us)을 외치며 결속감을 다졌다. 그뿐 아니라 반복해서 ‘국민’(People)을 언급했다. 덕분에 유세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됐다.

80년 전 행동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동기부여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욕구계층이론’이라는 더 친숙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욕구계층에서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는 세 번째 단계에 존재한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소속감이나 애정 욕구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소속감과 애정 욕구는 특정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다. 한마디로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의 동료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다.

미국인은 일생 동안 평균 12번 직장을 바꾸고 12번 집을 이사한다. 이러한 수치는 삶에 혼란을 야기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과거 공동체에서 느꼈던 유대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무언가의 일부이기를 갈망한다. 트럼프는 이 갈망을 충족시켜주었다. 트럼프는 집권 후 첫 3년 동안 70번의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에 달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는 인간의 소속 욕구를 이용한 최초의 정치인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트럼프의 집회는 질적으로 달랐다. 트럼프의 집회는 아빠, 아들, 할아버지, 할머니 등 삼대가 참석하는 가족행사였다. 일상복이 아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붉은 옷차림으로 참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MAGA 모자를 쓸 때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적들을 더 화나게 할수록 우리가 더욱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이고 싶은 소망은 진화적 관점에서 기본적인 욕구다.

물론 오늘날 정치가가 종종 폭정을 조장하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조장하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배워야 할 점은 현대사회가 갈수록 소속감의 만족을 저해시키고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긍정적인 공동체 혁신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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