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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소처럼 일하는 연상호 감독, '덕업일치'의 단계에 오르다!

넷플릭스 '기생수:더 그레이', 공개되자 마자 시즌2 요청 폭주
"나는 마이너한 사람, 투쟁하듯 작업한다"

입력 2024-04-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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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기생 생물이 지구에 등장하고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뇌를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전소니·구교환·이정현·권해효 등이 출연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영화산업에서 비인기 장르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사이비’를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 하지만 ‘부산행’으로 1000만 감독이 된 후 그는 OTT시장을 두드리며 변신을 거듭했다. 당시에는 낯선 소재였던 좀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더니 괴물을 주인공으로 한 크리처물 ‘지옥’으로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 이후 SF ‘정이’,각본을 쓴 미스터리물 ‘선산’까지 그의 장르적 변주는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5일 공개되자 마자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오른 ‘기생수:더 그레이’는 소재는 같지만 전혀 다른 전개인 일본 원작의 다시보기 열풍이 불 정도로 뜨겁다. 일본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원작인 이 작품은 바디 스내처(Body Snatchers:신체 강탈)로 불린다. 극중 기생생물들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 뇌를 장악하고 조정한다. 하늘을 날거나 머리가 갈라져 날카로운 무기로 인간들을 가볍게 사냥한다. 가까운 부부는 물론 이웃, 오누이 그리고 종교 조직에 이르기 까지 이들은 교묘히 인간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저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 만든 작품이 이런 인기를 모으다니 신기할 따름이죠. 내 작업은 매번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았고 대중과의 어떤 접점을 찾고자 했어요. 시즌2요? 보는 눈이 많아지니 부담스럽겠지만 그게 또 저에겐 숙제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원작 주인공 신이치(스마 마사키)가 등장하면서 원작 팬들과 ‘기생수:더 그레이’를 처음 본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시즌 2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정말 순수한 팬심으로 만든 작품”이라며 자신이 덕업일치(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를 이뤘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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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한 직후 기생 생물이 몸 속에 침투한 마트 직원 수인, 기생수에게 가족을 잃은 강우, 기생수 제거 특수작전팀 팀장 준경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생쉬더 그레이’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현지에서도 스핀오프 버전이 꽤 다양하게 많이 나오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제 아이디어를 원작 출판사인 고단샤가 재밌어 해서 걱정을 전혀 안하고 만들었죠. 굉장히 열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며 촬영했습니다. 다만 원작은 주인공이 기생생물과 직접적으로 대화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라면 ‘기생수:더 그레이’는 인간 정수인(전소니)과 기생생물 하이디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담고자 했달까요.”

극중 수인은 폭력 아버지를 직접 경찰에 신고한 뒤 엄마에게도 버려진 채 평생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를 담당했던 형사 철민(권해효)과 유사 가족을 맺지만 결국 그조차 기생생물에 의해 잠식 당한다. 조직을 이뤄 사회를 구성하지만 결국 인간은 모두가 다 혼자임을 역설하는 것. 하고많은 인간 중 하필이면 죽어가는 수인의 몸에 들어간 기생생물 하이디 역시 그런 인간의 생존 방식을 통해 배신과 고뇌, 복수와 희생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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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모습.(사진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인간이 공존하는 형태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조직을 보여주는게 목표였다. 인간이 무서운 게 전투력이 아닌 ‘조직’ 때문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면서 “가족도 없이 외로운 수인과 하이디는 공존을 통해 살아간다. 기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의지의 결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전소니 배우는 독립영화에서 오래 본 배우예요. 이번 ‘기생수’를 찍으며 원하는 그림체와 딱 맞아떨어졌죠. 함께 일해보니 수인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이 전소니의 얼굴에 잘 묻어나 더 좋았지만요. 후반부로 갈수록 하이디가 많이 보이는걸 보고 ‘정말 세밀한 배우구나’를 감탄하며 찍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현재 ‘지옥 2’의 막바지 작업과 더불어 영화 ‘계시록’을 한참 촬영중이다. 전작이 계속된 지옥행 고지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다뤘다면 후자는 개척 목사가 자신의 자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새로운 신도가 범인이라는 계시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래저래 연상호 감독에게 로맨틱 코미디와 해피엔딩은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얼마 전에 제 작품을 한 번 쭉 봐봤는데, 제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웃음) 대중의 기대감을 채우는건 나의 몫이니까요. 5월엔 또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강제 휴식을 가진 적이 있어서 인지 제 마인드는 언제나 ‘하기 싫을 때 해야 나온다, 하고 싶을 때는 오지 않는다’는 편이라......(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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