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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뇌는 만들어지는 것… 어릴 때부터 인내·배려 훈련을"

[맘 with 베이비] 뇌과학 박사 홍양표

입력 2024-04-23 07:00 | 신문게재 2024-04-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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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제45회 프리미엄 임신·육아교실 K클래스가 지난 18일 오후 1시에 서울 영등포구 에이스하이테크시티 4동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노발락·참약사·베이비박스·테이크호텔와 브릿지경제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임산부와 양육자 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이번 K클래스에서는 홍양표 박사가 ‘행복한 두뇌학습법’을 주제로 뇌 선호도에 관한 강연을 진행해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영재교육을 전공한 뇌과학 박사로 유명한 홍양표 박사는 한국 좌우뇌 교육계발연구소 소장 및 리더스 브레인 상담센터 소장으로 각종 강연과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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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표 박사

인간의 뇌는 태어나 살아가면서 만들어진다. 학습과 경험, 환경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타고난 뇌 선호도를 알고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홍 박사의 지론이다. 홍양표 박사는 “유아기에는 어려서 그러는 줄 알고 고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해 성취감을 느끼는 훈련인 기본생활습관을 길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생각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뇌는 그렇지 않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학교에 공부하러 간 아이가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더라도 뇌가 바뀌지 않으면 수업 시간 내내 지우개에 구멍만 내다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박사에 따르면 이것은 뇌가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조절지수가 낮은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자기조절지수를 키우려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홍 박사는 자녀에게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는 역경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홍 박사는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해 주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에게 역경을 주어, 참고 인내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 내는 것이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가 결국 스트레스와 화를 참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라난다는 것이다.

홍 박사에 따르면 동물은 대개 태어날 때 뇌가 이미 80% 이상 만들어져 나오고, 3개월 후에는 뇌 발달이 끝난다. 그 덕분에 어미와 떨어져도 혼자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백지로 태어난 후, 무슨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마 부분의 전두엽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눈썹에 있는 안와전두피질은 양심을 담당한다. 이 부분에 상처가 나 있으면 의학적으로 ‘사이코패스’가 된다. 교육을 잘 받지 못했다면 일상형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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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클래스에서 홍영표 박사가 유아기 뇌과학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두엽의 안와전두피질을 발달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 들이 있을까? 홍 박사는 ‘인성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두엽은 동물이 하지 못하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담당하기도 한다. 민감기인 유아 시기에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장난감은 어디에 있더라’, ‘신발은 어디에 정리해야지’, ‘밥 먹고 싱크대에 치워야지’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기에 전두엽이 발달해야 청소년 시기에 자기주도 학습을 잘할 수 있게 된다고 홍 박사는 강조했다.

왼쪽 관자놀이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에서 말하는 뇌를 담당한다. 유아 때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고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면 이제 제2외국어를 시작할 수 있다. 홍 박사는 “제 2외국어가 제 2모국어처럼 할 수 있는데, 이때 문법이나 쓰기 같이 말하기 이외의 것을 지나치게 가르치면 도피 호르몬이 나와 제2외국어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유아는 말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이외의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이후, 논리적인 뇌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우뇌는 어떻게 발달시킬 수 있을까? 우뇌 발달은 기능과 심리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기능 발달을 위해서는 오리고 찢고 붙이고, 뛰어 놀고 춤추고 운동하면 된다. 이 때 놓치면 안 될 것이 심리다. 우뇌의 심리는 성격을 말하는데 우뇌 교육은 한마디로 눈치가 빨라지게 하는 것이다.

눈치는 상대방의 눈을 봤을 때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눈치가 없으면 친구들이 왜 나를 싫어하는지 엄마가 어째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다. 미운 짓을 하는데 본인만 모른다. 이 눈치가 올라가는 시가가 유아교육 시기와 같다고 한다. 우뇌는 만 3세에서 7세에 빠르게 발달하는데 이 시기를 ‘뇌 민감기’라고 부른다.

눈치는 서로 눈을 볼 때 좋아진다. 가족이 이야기 나누고 친구와 놀이를 할 때 발달한다. 그래서 유아교육기관은 놀이수업이라고 한다. 눈을 보면서 놀면서 수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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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클래스에 참가한 워킹맘들이 홍 박사의 강연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우뇌는 배려하고 양보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눈치가 있는 아이는 배려와 양보가 쉽게 이뤄진다. 그러려면 가정에서 배려와 양보의 훈련이 필요하다. 친구와 놀 땐 양보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왜 해야 하는지’를 설득한다. 가정에서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은 물론이요, 엄마의 일을 돕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훈련을 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커 가며 인간관계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홍 박사는 강조했다. 또 인간의 뇌에는 ‘시각 뉴런’이라는 것이 있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눈으로 보면 그와 똑같이 뇌에서 만들어진다. 술 먹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그 장면이 뇌에 저장돼 그대로 재연하게 된다.

홍 박사는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자녀에게 찍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훗날 가정을 꾸려 행복하길 바란다면, 지금 우리 부부의 모습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더도 덜도 말고 딱 부모처럼 살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참석자들에게 ’엘리베이터 10초 기다리기‘를 해 볼 것을 권했다. 아이와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탔을 때, 열림 버튼을 누르고 10초간 기다리라는 것이다. 아이가 지루해하며 얼른 가자고 보채면 “누가 올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자”라고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이렇게 3~4개월쯤 하다 보면, 아이가 먼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며 다른 이를 배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양표 박사는 “오늘 여기 오신 여러분은 여기 올 정도면 정말 수준이 높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아내가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 목을 끌어안으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껄끄럽지만 그런 행동을 계속하면, 뇌에서 ‘행복한 부부인가보다’라며 호르몬이 바뀐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뇌는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실천을 해 볼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녀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퇴근하고 온 남편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영어나 수학,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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