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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 낳으면 1억원’ 효과,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입력 2024-04-23 14:05 | 신문게재 2024-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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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26일까지 국민신문고(epeople.go.kr)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 생각을 듣는다. ‘아이 출산·양육비 1억원 지원 방안’에 던지는 질문은 출산율 급락의 심각성과 백약이 무효였던 기존 정책을 아울러 각성하게 한다. 파격적 현금 지원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는 동기부여가 될지,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도 좋을지 등 가시적인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가 이렇게 절박하다. 출생아 수가 매년, 매달 역대 최저를 갈아치우며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지경에 처했다. 지방소멸과 국가소멸을 부를 인구 구조와 경제의 붕괴까지 걱정이다. 출산·양육을 정책 최우선에 둬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예산과 대책이 없어 출산 기피 추세를 못 바꾼 것은 아니었다. 개별 기업이 부담을 떠맡는 부영그룹 방식과 같이 복지를 제도화할 역량은 제한돼 있다. 기업의 출산장려금 관련 세금을 면제해주는 정도로 유인책이 되긴 힘들다.

권익위 설문은 실제로 저출생 극복에 앞장서는 부영그룹의 출산지원금 1억원 지급 사례를 모델로 한다. 이런 국내 초유의 방식을 현재에 대입하면 연간 22조4000억원(23조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그동안 온갖 정책에 예산을 쏟아넣고 효과를 못 냈다. 그래서 육아휴직, 유연근무 확대 등의 간접 지원을 한 방에 보낼 비책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14세기 중세 유럽의 흑사병에 빗대기도 하는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선택지의 하나로 보는 편이 낫겠다. 모든 저출생 예산은 지출 효율화가 요구된다.

취지에 맞게 쓰이지 않는다면 한꺼번에 거액을 안겨주는 무책임한 정책이 될 개연성이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출산·육아휴직 제도 개선이 경시되면 안 된다. 총선 과정에서 가구당 1억원 출산지원금을 거론한 야당도 기본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초저출산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2050년 총인구가 4000만명을 밑돌게 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추계로 그땐 경제성장률 0% 이하의 추락이 기다린다. 저출생 해결에 여야가 인식을 공유할 지점이다.

저출생 대응 정책 방향이 꼭 현금 직접 지원이란 의미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육아 부담 개선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좋은 저출산 대책인 점에도 눈을 떼면 안 된다. 현금 지원 정책을 넘어서는 대전환으로 가는 방향성을 잃지 않길 당부한다. 자산·소득과 무관한 거액의 정책 수혜자 직접 지원 방식이 출산 의지를 얼마만큼 ‘가성비’ 있고 지속가능하게 끌어올릴 것인가. 설문조사 이상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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