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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수회담에서 입법독재 안 하겠단 ‘선언’이라도 하라

입력 2024-04-24 14:09 | 신문게재 2024-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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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당시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의 기업규제 3법 등 각종 기업 부담 입법 강행에 맞서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식의 입법독재는 없었다”며 경제계가 배수진을 친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거여(巨與)에서 거야(巨野)로 바뀌어 반기업 입법 폭주는 계속됐다. 고사 직전에 몰린 기업의 항변은 우이독경식으로 묻히기 일쑤였다. 3연속 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의 입법 독재가 더 걱정이다. 22대 국회 회기 전부터 거침없이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어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독주를 재연하는 민주당은 의석수와 ‘총선 민심’을 앞세운다. 그렇게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야권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은 그렇다 치고 사업주인 가맹점주에게 사실상 노동조합 권한인 단체교섭권을 준다면 타당하지 않다. 전세사기 특별법,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 등과 함께 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방 처리가 총선 민의가 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4·10 총선에 나타난 결과를 ‘협치(協治)’로 해석한다면 이래선 안 된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을 직접 설득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며 성과를 내는 방법 외엔 뚜렷한 선택지가 없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주요 국정과제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집권 3년차의 총선에서 국민은 ‘정부 힘싣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구도가 숫자만 믿고 2028년까지 12년간 양보 없는 힘 대결을 연장하라는 국민 명령은 아닐 것이다.

입법권력을 쥔 야당을 설득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야당 독주’를 막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기대하기 힘든 희망 차원이지만 영수회담에서 입법독재를 안 하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면 좋겠다. 야당이 앞으로 더 강성이 될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이에 처음 갖는 영수회담에서 국정 대전환의 의미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가맹사업법뿐 아니라 불법파업 조장법이나 다름없는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을 강행하지 않는 것, 흔들림 없는 의료·교육·노동·연금 4대 개혁에 여야가 협조하는 것은 정치 복원의 중요한 시금석이다. 퇴장과 불참을 일삼는 국민의힘도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야당과 마주보고 앉아야 할 시간이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보이콧만 외치지 말고 제어할 능력과 견제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의석수와 상관없이 그것이 여당다운 자세임을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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