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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판매부진요? 투자보다 내실 먼저"…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

[비바 100] "유리천장 깼다고? 소통이 더 중요, 딜러가 돈 벌 수 있는 구조돼야", '박동훈 사장이 멘토'…방실 대표 수입차업계 '여성파워' 급부상

입력 2024-05-07 07:00 | 신문게재 2024-05-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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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1-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사장
방실 대표. (스텔란티스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신임 방실 대표를 취임 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만났다. 방실 대표는 ‘수입차 1세대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며 언론의 조명에도 늘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가졌던 간담회에서는 대표에 오른 직후여서 그런지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지난 2일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의 스텔란티스코리아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한결 여유로와 보였다. 인터뷰 도중 볼보와 폭스바겐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박동훈 전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 사장을 ‘멘토’로 꼽은 건 인상 깊게 남았다. 그러고 보니 방 대표는 ‘박동훈 사단’의 수제자로 꼽힌다. 미국 SUV 전문 브랜드 ‘지프’와 프랑스 국민차 ‘푸조’를 산하에 두고 있는 스텔란티스가 한국 지사장을 전격 교체한 것도 이런 기대감이 있지 않았을까.

 

 

사진자료3-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사장
방실 대표. (스텔란티스코리아)

◇딜러가 돈 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방 대표가 멘토로 꼽은 박 전 사장은 수입차업계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영업통’으로 불리지만 딜러사와 본사와의 협업을 누구보다 중요시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방 대표가 부진에 빠진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판매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도 예상이 갔다. 단순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공세가 아닌 딜러사와 ‘윈윈’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방 대표는 “멘토 박동훈 사장님은 항상 ‘딜러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브랜드가 같이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그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딜러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400억원 선투자는 현재로서는 딜러를 더 어려움에 처하게 만드는 상황이라 당장 무리한 확장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못박았다. 전임 제이크 아우만 사장이 밝혔던 푸조 투자 계획에 대해 사실상 유보를 결정한 셈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리점 등을 확대하기보다는 모델 라인업을 늘리고 합리적 가격 정책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방 대표는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브랜드 투자 등 기반을 더 다져 놓고 딜러와 한목소리를 내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교감을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박 전 사장이 영업사원에게 늘 “쫄지마”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방 대표도 영업사원의 기를 먼저 살리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방 대표는 “국내 시장에 맞는 상품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상품 개발 시 엔진도 따로 국내용으로 만들어야 하고 국내 안전 기준이 특별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면서 “상품적 투자는 계속 요청하겠지만 딜러 투자는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프와 푸조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 기존 전략은 확대 운영한다. 판매는 광주와 원주, 서비스는 서초에서 두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을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프와 푸조 외에도 스텔란티스 산하 14개 브랜드 중 국내에 어떤 게 도입되더라도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운영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더 넓게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게 방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자료1-뉴 푸조 E-5008 SUV 정측면
뉴 푸조 E-5008 SUV.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고심 깊어지는 ‘전동화 전략’…지프 ‘어벤저’ 출시

질문에 망설임 없이 즉답을 이어나갔던 방 대표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지난달 전문기자협회와 가진 간담회에서는 △브랜드 파워 강화 △고객 신뢰 회복 등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대표에 선임된 지 한 달 만에 가진 간담회였으니 업무 인수인계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특히 전동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진단을 확실히 내린 듯했다. 단숨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몰아낼 기세였던 전기차 판매량은 올 1분기 신차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25.3% 급감하는 등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방 대표도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올해도 시장 흐름이 녹록치 않고 내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2년 연속 전기차 수요가 떨어진다면 정부나 제조사들이 전기차시장 활성화 방안들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내후년 정도부터는 전동화 모델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동화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 “결국은 그 길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자료1-지프
지프 ‘더 뉴 2024 랭글러’.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숨을 고르긴 하겠지만 상징적인 전기차는 국내에 속속 도입한다. 지프의 경우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모델인 ‘어벤저’를 하반기 내놓는다. 어벤저는 소형 전기 SUV로,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이 강조된 게 특징이다. “어벤저를 커뮤니케이션의 모멘텀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방 대표는 “보조금이 연초에 발표되고 소진 시기도 모르는 상황에 출시돼 올해 판매량에 대한 기대는 크진 않지만 차의 장점을 알리는데 주력해 내년에 더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프보다 상대적으로 전동화 움직임이 빠른 푸조는 전기차보다는 가솔린, 마일드하이브리드 모델 위주로 라인업을 구축해 브랜드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방침이다.

방 대표는 푸조의 경우 “타봐야 아는 차”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지프는 자유, 모험 등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나 푸조는 퀄리티나 경제성, 재미 등에서 글로벌 제조사 중 손꼽히는 브랜드임에도 국내에서 ‘이미지 메이킹’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푸조는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아직 다듬어야 하지만 ‘어떤 이미지일까’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게 없는 건 아니다”라며 “디자인적으로 워낙 뛰어난 차고 특히 차 안에 들어가서 앉았을 때 느낌은 그 어떤 브랜드와는 다른 독특함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여성파워’ 이번에도 입증할까?

방 대표는 자동차업계에서 여성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인물로도 꼽힌다. 폭스바겐에서 첫 여성임원이란 타이틀을 딴 방 대표는 스텔란티스코리아에서는 최초의 여성 대표에 올랐다. 한국인이 이 회사 대표에 오른 것 자체가 최초였다. 판매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오를 수 없는 자리였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회자됐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업계를 오가며 승승장구했던 그가 이번에도 ‘여성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지였다. 지엠 한국사업장이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여성 임원의 활약이 돋보이긴 했지만 회사 경영을 총 책임지는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었다. 아우디코리아가 여성 임원을 대표에 앉힌 것도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스텔란티스가 방 대표를 “한국자동차업계의 ‘1세대 여성 리더’”라고 치켜세우면서 그가 멘토로 꼽으며 존경을 마다하지 않는 박 전 사장을 뛰어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것이다. 방 대표는 이에 대해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회사에 나온 순간에는 주변을 넓게 보는 여유와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 방 대표는 “맡은 바의 100% 이상, 200%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일차적 목표를 둬야 한다”는 것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방 대표는 여성 리더십의 장점에 대해서는 ‘소통’을 첫 번째로 언급했다. “보통 남성 리더십은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원시절부터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라고 톱다운 가이드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쌍방향 소통과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줄 수 있는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 대표는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이 쓴 ‘감성지능’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여성이라는 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덧붙였다. 이 책에 언급된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사람들을 잘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소통’이라는 말에 공감을 표한 방 대표는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백그라운드(업무경험)에 ‘커뮤니케이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주관하는 업무경험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소통이 잘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방 대표는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상품적 요소도 있겠지만 그동안 알리는 것에 소홀해 점점 판매량이 줄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투자비용은 적어지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를 깨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천편일률적인 정답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와 솔루션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 방실 대표는 누구?

방실 대표는 스텔란티스가 한국시장에 공식 지사를 설립한 이래 부임한 첫 여성 지사장이다. 한국자동차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으며 전략적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 전략 및 실행, 고객 관리 관계(CRM), 세일즈 및 네트워크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 역량을 쌓은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MBA를 땄다. 1997년 KBS 홍보실 국제협력 코디네이터를 시작으로 폭스바겐, 르노삼성자동차 등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맹활약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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