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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진정한 ‘멀티’, 결국 다양성과 자율성의 문제

입력 2024-05-07 14:02 | 신문게재 2024-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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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결국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독자성 부재 혹은 불허의 문제다. 뉴진스를 키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제작자이자 자타칭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와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Big Hit Entertainment)를 시작으로 엔하이픈, 아일릿의 빌리프랩,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세븐틴 등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지코(ZICO)가 이끄는 케이오지(KOZ) 엔터테인먼트, 이타카홀딩스 등 다양한 레이블들을 산하에 둔 하이브 간 격전이 연일 화제다.

 

최근 몇년 간 K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열풍을 이끌며 급성장했다. 국가경제든 특정 시장이든 급격한 성장에는 늘 그렇듯 그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거지는 문제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K팝 산업 뿐 아니다. 선진시스템인 브로드웨이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알음알음’ 라인이 존재하는 캐스팅 문화, 배고파야만 한다는 비틀린 예술주의, 저작권과 창작권에 대한 인식부족, 가족주의와 감정에 호소하는 극단 마인드 등이 잔재처럼 남아 있는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한 극들이 양산되고 소수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등 다양성은 사라지고 기회의 균등을 해치는가 하면 임금체불 문제 등이 끊임없이 불거진다. 원작자나 초연에 참여했던 창작진이 해당 공연이 올라가는 사실도 모르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 창작진에 대한 예우 부재 등의 현상도 난무 중이다. 

 

이 또한 성장통이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 갈등이 불거진 하이브 뿐 아니라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벌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하나의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군소 레이블을 운영하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은 해외 음악산업에서는 꽤 오래도록 이어온 흔한 방식이다. 유니버설 음악이 그렇고 소니뮤직이 그렇다. 신생 레이블 론칭, M&A, IP확보, 투자, 합작 등 어떤 방식으로든 다양한 레이블들을 산하에 둠으로서 사세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업 공백기를 최소화한 수익 안정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초기 회사의 수익 대부분이 방탄소년단에 ‘편중’돼 불거진 위기론을 타파하는 데도 꽤 유효한 전략이었다.

 

다만 이는 모기업과 레이블 간 긴밀한 소통과 수평적 구조 그리고 레이블마다의 독자성, 다양성의 확보, 건전한 경쟁체제, 자율성의 허락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 및 배임 혐의, 이로 인한 대표직 해임 타탕성, 무속인의 경영 및 인사 논의 의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그룹간 홍보 차별 및 뉴진스 홀대, 음반 사재기, 노예계약 등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진정한 ‘멀티’가 아닌 전제들이 부재해 벌어지는 부작용에 가깝다. 

 

급기야 외신에서는 ‘K팝 가부장제’를 꼬집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누가 옳고 그른지는 자극적인 언론전이나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 싸움이 아닌 법정에서 가려져야할 일이다. 지금의 사태가 멀티레이블이라는 나름 선진적인 시스템의 안착 혹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계 구축을 위한 ‘성장통’이 될지, 어설픈 ‘부작용’으로 끝날지는 이제부터의 행보에 달렸다. 언론과 대중들을 부추기기 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논의를, 그리고 두 측의 무차별 언론전에 무작위로 거론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보호 체계를 가동시켜야할 때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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