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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목까지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덫에 걸린 MNDR 피해자 속출

입력 2024-05-15 10:38 | 신문게재 2024-05-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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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피해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0을 통해 생성한 ‘가상 인물이 군중을 위험으로 이끄는 모습’ (이미지=ChatGPT 4.0)

 

불법 주식 리딩방 세력들이 최근에는 미국 나스닥 종목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리딩방이 특정 나스닥 종목을 사전 매수한 다음에 ‘단기 고수익’ 광고성 덫을 놔서 주가를 끌어 올린 다음 일반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나스닥 종목이라 우리 금융당국도 사실상 별다른 조사 및 제재의 방법이 없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말을 잊고 있다.

지난 3일 나스닥 모바일네트워크헬스솔루션(MNDR)이 대량거래가 형성되면서 하루 새 84% 폭락했다. 브릿지경제가 MNDR 리딩방 피해자들을 만났다.



◇외국인 교수가 리딩한다?...유명인 사칭 주가조작

# 서울에서 9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김씨(64). 작은 이삿짐 센터를 운영하던 그는 업황이 좋지 않자,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리딩방에 들어갔다. 수차례 MNDR 투자 권유를 받고, 1억5000만원을 투자했으나 남은 건 2000만원뿐이다.

# 경남 한 무인 숙박업소 주인 이씨(66)는 불경기로 소득이 1/3 토막나자, 대입을 앞둔 두 아들 학비 마련을 위해 리딩방에 접속했다. 이틀에 한번꼴로 MNDR 투자를 권유 받았던 그는 투자금(1억1000만원)이 1700만원까지 줄었다.

# 경북의 한 가정주부 유씨(52)는 딸을 지원하기 위해 리딩방에 들어갔다. 입상경력이 있는 딸이 연중 수차례 있는 콩쿠르에 갈 경비를 대기 위해서였다. 보험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던 6000만원은 100만원도 남지 않았다. 

 

리딩방 피해자
한 리딩방 피해자가 증권사 앱으로 본인의 손실액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재영 기자)

 

피해자들은 리딩방 링크나 광고에서 ‘단기간 고수익 보장’을 강조하며, 투자 정보를 준다고 해서 들어갔다고 얘기했다.

리딩방은 실체 여부를 알 수 없는 외국인 ‘교수’ 피터 오펜하이머(Peter Oppenheimer)와 ‘조교’인 마크 미네르비니(Mark Minervini)란 인물을 앞세워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한 피해자는 “소개받은 인물을 검색하니 실제 인물이 나와 신뢰했다”고 한다. 교수는 투자 지시를, 조교들은 마감 시황 정리와 교수의 근황을 알리며 투자자들 매매를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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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DR 상장 이후 주가 및 거래량 그래프. (그래프=이원동 기자)

◇리딩방, MNDR 매수 유인후 ‘먹튀’


문제가 된 MNDR은 싱가포르 원격 의료 서비스 업체다. 지난달 10일 3400만주(공모가 4달러)를 상장했고, 단 8거래일만에 종가 27.27달러를 기록하며 307% 올랐다.

4월 12일부터 MNDR 매수를 권하기 시작한 리딩방은 초반 주가 상승으로 피해자들의 신뢰를 샀다. 이 과정 속 일부 인원이 매도에 나서자, 거래 전략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며 피해자를 단속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신뢰 구축을 마친 5월, 리딩방은 80~120% 수익을 예고하며 ‘모든 자금으로 한꺼번에 주식을 매입할 것’을 주문했다. 2일까지 22.07달러였던 주가는 3일 3.39달러까지 폭락했다.

정황상 리딩방은 MNDR 상장 직후(4월 10~11일) 저가에 주식을 매수한 뒤, 리딩방 투자자를 통해 주가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4월 말 점차 거래량이 줄며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아지자, 지난 3일 고점에서 많은 물량을 매도해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급락 당일 하루에만 거래량 1876만건을 기록했으며, 한 리딩방은 인당 평균 8000만원 규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주가조작 판단…피해 예방 현실적 어려움 있어

금융당국은 이번 MNDR 급락 사건을 주가 조작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MNDR의 경우, 일반 리딩방 사기와는 차이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실존하는 주식을 대상으로 한 주가 조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딩방 세력들이 제도 사각지대를 노려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한다. 한국 리딩방이 나스닥 기업 시세를 조종했다면 금감원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모두 감독권한이 제한적이라, 이 틈새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운영주체가 외국인이면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국 증권사 계좌가 아니면 신병확보나 자금추적에도 어려움이 있기에 나스닥 등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는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접수된 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 피해액은 1266억원에 달한다.

노재영·이원동 기자 no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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