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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여진'…우애 유언 속 갈등 깊어지나

입력 2024-05-20 06:07 | 신문게재 2024-05-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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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명단에 빠진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YONHAP NO-2745>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의 빈소를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

 

오는 7월 계열 분리와 신설 지주회사인 ‘HS효성’ 출범을 앞두고 있는 효성그룹에 또 다시 파열음이 들린다. 최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 내용이 공개 후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즉각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효성가(家) 형제간 갈등 봉합이 녹록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가족들과 의절상태인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유언장은 조 명예회장이 작고하기 전인 지난해 대형로펌의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작성돼 법적 효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며 화해를 당부했다.

효성가 삼형제(조현준 회장·조현문 전 부사장·조현상 부회장)의 사이는 약 10년 전부터 틀어졌다. 당시 장남인 조현준 회장,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보다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던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도하고 사실상 그룹과의 관계를 끊었다.

본격적인 ‘형제의 난’은 이듬해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고 아직까지 법정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 내용 일부가 알려진 바로 다음날인 16일, 조 전 부사장은 유언장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을 통해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이라며 “유언장의 입수 형식이나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만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조 회장이)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부친인 조 명예회장) 장례에서 상주로서 참여하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30일 상주가 아닌 조문객 신분으로 부친의 빈소를 찾았다가 5분간 머무른 뒤 떠났다. 유족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형제들의 화합을 바라는 조 명예회장의 유언이 있었음에도 효성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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