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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한국 축구가 발전 못하는 까닭

입력 2024-05-20 14:03 | 신문게재 2024-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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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지난 4월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다. 이번 패배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도 불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3위이고 인도네시아는 134위다. 랭킹은 허수이고 축구는 변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번 패배의 쓰라림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 축구는 왜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걸까?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황인범, 이재성 등 해외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즐비함에도 왜 국제경기에서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널리 알려진 스포츠의 명제가 있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

월드컵에서 11골을 넣었고 1990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역시절 특1급 실력으로 유명세을 떨친 위르겐 클린스만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계약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비슷한 사례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차범근이다. 당시 차범근의 인기와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대한민국은 그를 1998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대 최고의 대표팀 구성과 차범근 감독이라면 월드컵에서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바로 경질됐다.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2패를 하고 바로 경질된 최초의 감독이 되고 말았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선수시절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을 위주로 감독을 선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한다. 스테레오타입은 고정관념이자 편견이다. ‘서울대 출신은 일을 잘한다’ ‘노인은 모두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다’ ‘MZ세대는 이기적이다’ 등 특정 집단이나 그룹의 구성원들이 모두 똑같은 성향을 가질 거라고 예단해 버린다.

스테레오타입의 오류는 판단하기 쉽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을 판단할 때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 그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 그 사람이 집단에서 특별하게 달성했던 업적과 특성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스테레오타입은 효율적인 인지과정이지만 심하면 위험하다.

스포츠에서 그러하듯 조직에서도 핵심인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인재가 모든 면에서 월등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는 다양한 오류나 편견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혁신과 성장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재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인재여야 한다.

선수로서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세계 명감독으로 등극한 인물이 히딩크다. PVS 아인트호벤 부임 첫해인 1985~86시즌부터 1988~89시즌까지 팀의 프로리그 4연패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1988년에는 네덜란드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 3개 타이틀을 모조리 석권하며 세계 명감독으로 등극했다. 히딩크는 선수를 선발할 때 과거 명성보다 현재 실력을 기준으로 한다. 최종 선발선수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멤버 사이에 경쟁심과 긴장감을 유발함으로써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렇게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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