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직구’ 소비자 혼란만 키운 정책 시행착오 돌아보길

입력 2024-05-20 14:01 | 신문게재 2024-05-21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국외 직접구매(직구) 금지는 정부의 아마추어성이 드러난 사태였다.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직구 규제 논란에서 우왕좌왕하는 국정의 민낯을 사흘간 들여다봤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이전에 소비자 혼란을 키운 잘못은 가볍지 않다.

소비자 편익이나 권익에 대한 문제 인식이나 문제해결 방식이 모두 어설펐다. 현실을 모르는 설익은 정책이라는 여론이 들끓을 만하다. 발암물질 범벅인 제품이나 직구를 통해 유입되는 짝퉁(지식재산권 위반)이 제약 없이 국내에 반입돼도 묵과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KC 인증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도 직접 구입의 한 가지 특징이다. 그런데 적용 범위가 모호하고 국내 인증의 효용성을 잘 챙겨보지 않았다. 역풍을 맞게 한 정책 시행착오다.

KC 인증에는 품목별로 많은 비용이 들고 이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저가 상품 판매자는 직구 플랫폼 판매를 포기하고 소비자는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 전자상거래 통관 물량은 2023년 1억3144만 건이다. 그야말로 물밀 듯이 들어온다. 물리적으로 완벽한 통관 플랫폼을 갖춘다는 건 비현실적일 만큼 어렵다. 인공지능(AI) 가품 단속 알고리즘 개발 등 가능한 방법을 보강해야 한다. KC 인증 아닌 다른 방식의 대안을 생각해야 이 같은 사단이 생기지 않는다.

직접 구입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과 달리 관세·부가세가 면제된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국내 생산 소액물품과 대조가 된다. 그런데 인증을 하거나 면세 한도를 낮추면 소비자 부담으로 전이가 된다. 발표된 80개 품목에 대해 저가에 직접 구입한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정식 수입품보다 저렴하고 소비자 잉여가 생겨 고물가 시대의 최적화된 구매 행위로 확신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신중하게 살펴야 했다. 직구를 부르는 고물가 상황 해소까지도 국가의 기본 책무임을 여기서 지적해두고 싶다.

약탈적 가격(초저가)에 가까운 직구 시장의 상황은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 면에서도 문제적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의한 자원 배분에 따르는 정부실패 위험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 외국 사례도 봐가며 흐트러진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여전히 정부 몫이다. 일은 제대로 하면서 직구에 익숙한 소비자가 혼란스럽지 않아야 한다. 정부 일처리가 미숙하고 허술하니 이번처럼 덧나는 게 아닌가.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